[강남의 사서이야기] 저도 영어그림책은 처음입니다만?
 
글 : 강남구립대치도서관 안의채 사서

지난해 5월 11일, 대치도서관 영어 동화구연 프로그램 ‘사서와 함께하는 Kids Fun English’를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1주년이다. 영어그림책도, 프로그램 진행도 모든 게 새로웠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반갑게 인사할 도서관 친구들이 생겨 마음이 든든하다. 첫 수업을 준비하던 그때를 돌아보며 아이들에게 앞으로 더 나은 선생님이자 친구가 되고 싶다.

퇴근 후 가방은 던져놓고 누가 들을세라 방문을 단단히 걸어 잠갔다. 스마트폰으로 연신 시간을 확인했다. 1분전, 10초전, 마침내 7시. 고요한 적막을 깨고 벨소리가 울렸다. 깊게 숨을 고르며 전화를 받았다. “Hi Ellen, How are you?”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먼 타국에 있는 전화영어 선생님은 내 일기장과 같았다. 더듬더듬 기억 저편 어딘가에 있는 단어들을 끄집어내 대답했다. 고등학생 때는 입시를 위해, 대학생 때는 취업을 위해 영어를 공부했는데, 이제는 목표가 달라졌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오는 친구들한테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이거 어때?” 조용하던 채팅방이 사진 1장에 소란스러워졌다. 진심이냐고 되묻는 친구부터, 너는 파란색 셔츠만 입으니 파란색으로 ‘깔맞춤’하라는 친구도 있었다. 아쉽게도 파란색은 품절. 때도 덜 타고 그나마 무난해 보이는 검은색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주문완료. 이제 돌이킬 수 없다. 5살부터 7살까지 어린 친구들을 1시간 동안 사로잡기 위해서는 무언가 필요했다. 간단하면서 시선을 끌고 집중시킬 수 있는 그 무엇 말이다. ‘마법사 옷’은 난생 처음 보는 낯선 어른이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친근함을 줄 수 있는 도구였다. 드디어 첫 수업! 멋쩍게 웃으며 준비한 망토를 꺼내들었다.


재미, 난이도, 분량, 교훈, 독후활동 등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고려할 점이 많았다.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으며 교훈은 분명하고 독후활동이 무궁무진한 그림책! 과연 있을까 싶었지만 없으면 만들면 되고, 있으면 극대화하면 된다. 사서로서 일을 한지도 어언 2년이 흘렀지만 영어그림책은 여전히 낯설고 어렵다. 신중에 신중을 기한 첫 번째 그림책은 샐리 그린들리(Sally Grindley) 작가의 『Knock Knock Who's There?』(똑똑! 누구세요?)였다. 아빠와 까꿍 놀이를 하는듯하면서, 문 뒤에 누가 있는지 맞춰보는 추리 내용이 마음에 쏙 들었다.
 
 
[강남의 사서이야기] 저도 영어그림책은 처음입니다만?
 
그림책은 짧았다. 아이들과 얘기하며 읽어도 10분이 최대였다. 남은 시간은 50분. 마냥 앉아서 단어를 줄줄 외우게 하고 싶진 않았다. 난 5살 때 뭐했더라… 그 시절로 되돌아가려 노력도 해봤지만 생각나는 건 친구들과 장난감을 갖고 놀던 기억뿐이었다. 그래, 아이든 어른이든 뛰어 노는 게 좋지 않을까? 그 어렵다는 몸치, 박치, 음치이지만 노래도 불렀다. 유년시절 이것저것 만들던 경험을 떠올려 만들기 활동도 했다. 구글엔 전 세계 유치원 선생님과 부모님들의 예술작품이 한데 모여 있었다. 출석체크를 할 때면 아이들이 먼저 다가와 준비물 상자 곁을 기웃거린다. “오늘은 뭐 만들어요, 선생님?”

1년 전 설레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준비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아이들 한 명 한 명 이름표를 붙여주며 이름을 행여나 잘못 부를까 이름표를 노려보던 시절도 있었다. 이름 쓰는 것도 서툴던 아이들이 해가 다르게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서 남모를 뿌듯함도 느꼈다.

8살이 되는 그날까지 잘 부탁한다 친구들아,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도 도서관에 자주 놀러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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