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사서이야기④] 도서관 새내기 사서의 수첩
 
글 : 강남구즐거운도서관 최시영 사서

지난해 6월. 첫 출근이 결정되고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에는 구름 한 점 없었다. 긴장되고 설레는 마음으로 도서관에 들어왔다. 첫째 날, 단순 업무부터 어려운 업무까지 모두 배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숨 돌리려 의자에 앉아 시선을 돌렸더니 시계는 어느새 퇴근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다음날 출근해 전날 배운 것을 토대로 일을 해보려했지만 단순한 업무만 기억날 뿐 다른 것은 기억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익숙해질 때까지 잊어버리지 않을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하던 찰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단어 하나가 있었다. 바로 ‘메모’. 메모를 하자라는 생각이 들어 수첩과 포스트잇을 이용하기로 했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해야 하는 업무가 많아졌고 잊어버리지 않도록 곧바로 메모하는 습관을 가졌다. 때문에 내 자리의 업무용 PC에는 포스트잇이 떨어질 날이 없었다.
 
업무를 익히는 데에 있어 스케줄러도 한 몫 했다. ‘오늘 무슨 일을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면 반사적으로 스케줄러에 손이 간다. 이처럼 무언가를 적어놓는 습관은 ‘내 힘으로 해결하고 싶다’, ‘도서관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의지로 가득 찬 나의 무의식 적인 행동이 아닐까 싶다.

 
[강남의 사서이야기④] 도서관 새내기 사서의 수첩

 
그런데 이런 메모는 데스크 업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었다. 프로그램 홍보 및 안내, 도서 구입 기준 등 이용자들의 문의사항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 것도 메모 습관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모든 일이 이 습관 하나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사서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 예를 들면 어떤 상황에서든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해결하는 모습, 어떠한 문제든 막힘없이 해결하는 모습 같은 것 말이다. 때문에 더 열심히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물론 이것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매일 해야 하는 일을 배우기에 여념이 없을 때 고비가 찾아왔다. 바로 ‘독서동아리 운영’이었다. 계획안, 수업도서 선정, 수업 시간 등 하나부터 열까지 내 손이 가지 않는 곳이 없었기 때문에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물러서고 피한다고만 해서 되는 일은 없기에 한 번 해보자라는 용기가 생겼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수업을 하다 보니 어느새 반년이 훌쩍 지났고, 여름에 시작해 다시 여름이 오기까지 수업을 계속 진행해 오고 있다.

이렇듯 무슨 일이 일어날지, 무슨 업무를 맡게 될지 모르는 도서관에서 일하면서 제일 뿌듯함을 느낄 때는 ‘감사합니다’ 또는 ‘고마워요’라는 말을 들을 때다. 책을 찾기 어려워하는 분들에게 책을 찾아드렸을 때, 전화로 오는 문의사항이나 직접 도서관에 찾아와 물어보는 문제를 해결할 때 돌아오는 ‘감사합니다’라는 그 다섯 글자가 다시 힘을 내서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 원동력으로 오늘도, 내일도 나는 도서관으로 간다. 서가 사이를 누비며 이용자가 원하는 책을 찾으러.

 
[강남의 사서이야기④] 도서관 새내기 사서의 수첩
 

지금까지 그래왔듯 여전히 내 업무용 PC에는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물론 새로운 업무에 대한 내용들 말이다. 앞으로도 PC에 붙어있는 포스트잇의 내용은 계속해서 바뀔 것이다.

그리고 랑가나단 5법칙 중 ‘모든 독자는 자신이 필요로 하는 책이 있다’,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이다’라는 조항이 있다. 나는 사서로서 ‘도서관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필요한 책이 있다’라는 것을 항상 생각해 원하는 도서를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도서관과 같이 성장하는 사서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강남의 사서이야기④] 도서관 새내기 사서의 수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