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넘치는 나만의 손글씨
‘서여기인(書如其人)’이라는 말이 있다. “글씨는 그 사람과 같다”는 말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강남노인종합복지관은 가장 멋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개성 넘치고 고운 글씨로 자기 내면과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미래의 캘리그라피 작가들을 만나봤다.
봄 지나는 길마다 꽃 피듯 붓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글씨가 피어난다. 붓을 눌러쓰는 힘과 글자 크기, 공간 배치에 따라 같은 글귀를 적어도 백인백색의 캘리그라피 작품이 나온다. 캘리그라피(calligraphy)란, 미(美)를 뜻하는 캘리(calli-)와 표현 기술을 뜻하는 그라피(-graphy)의 합성어로, ‘글씨를 아름답게 쓰는 기술’을 말한다. 흔히 ‘손 글씨’라고도 한다. 강남노인종합복지관에서도 캘리그라피를 배울 수 있다. 매주 목요일 1시, 강남노인종합복지관 5층 옛글학당에서는 캘리그라피 강좌가 진행된다. 2017년 복지관에 처음 개설되어 오늘날 70여 개 프로그램 가운데 최고 인기 과목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매년 상·하반기 새로운 강좌가 열리면 모집 정원의 두 배 가까운 인원이 몰린다.
강남노인종합복지관 김현범 사회복지사는 캘리그라피 강좌가 사랑받는 이유로 ‘전문성’을 먼저 꼽는다. 강의를 맡은 김경희 강사는 대한민국미술전람회(國展) 초대작가 출신이자 한국서가협회 회원으로 강남노인종합복지관에서 20년 가까이 서예를 가르쳤다. 강남노인종합복지관과 김경희 강사는 어르신 맞춤형 커리큘럼을 구성해 누구나 쉽게 캘리그라피에 입문하고,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
캘리그라피는 고령의 어르신에게 특히 좋은 취미가 될 수 있다. 자세를 바로 하고, 팔과 손의 힘을 기르고, 미적 감각과 언어 감각, 집중력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작품을 사람들에게 선보이며 자부심을 얻을 수도 있다. 엄강자 회원은 “여든이 넘어 캘리그라피에 처음 도전했다”라며, “캘리그라피가 TV방송, 광고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는 것을 보며, ‘멋지게 글씨를 쓰고 싶다’라고 생각해 강좌를 신청했는데, 지금은 주위에 작품을 자랑할 만큼 성장했다”라고 말한다. 이연애 회원은 “꾸준히 실력을 키워 학생들에게 캘리그라피를 가르치고 봉사하는 것이 목표”라며, “캘리그라피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싶다”라라고 말한다. 실제로 캘리그라피를 배우면, 작가로 활동하거나 캘리그라피 지도사로서 활동 무대를 넓혀나갈 수도 있다.
강남노인종합복지관은 회원들의 성장을 응원하고자 매년 가을 지하철 9호선 삼성중앙역에서 작품 전시회를 열고 있다. 올해는 개관 20주년을 맞아 더욱더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할 계획이다. 종이 위에 힘차게 써 내려간 글씨처럼, 강남구 시니어들의 인생도 더욱더 진취적이고 아름다워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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