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정을 나누는 이시원 사장 식지 않는 밥이 있는 편의점

#신사동가로수길 #밥이있는편의점 #밥심 #이시원

신사동 가로수길, 신사파출소 뒤편에 자리잡은 편의점, 씨유(CU) 신사가로수길점. 이곳을 이용해본 이들은 온기를 잃지 않는 밥을 기억한다. 이시원사장은 새벽부터 하루 세 번 밥을 짓는다.

이시원 사장

밥심을 북돋워주는 친구 또는 제2의 엄마

남다른 편의점이다. 심해를 유영하는 고래 그림, ‘수고했어 오늘도!’라는 메시지가 적힌 캘리그래피 플래카드, 휴지 코너에 있는 요술램프, 과자코너에 있는 고양이 인형. 볕 잘 드는 창가는 카페처럼 꾸며졌는데 창에 다닥다닥 붙은 포스트잇에 저절로 눈길이 간다. “취업 준비하면서 힘들었는데 행복한 공간에서 충전합니다”라는 손님의 글이 있다. 영어, 태국어 등 외국인들의 메시지도 보인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람은 나 자신이에요. 끼니 거르지 않는 게 나를 사랑하는 첫걸음, 밥심 내세요!”라는 사장의 글이 답장처럼 붙어있다. 이시원 씨는 작년 10월 편의점을 열었다. 현재 편의점을 연 자리에서 5년간 분식집을 운영했었다. 뭔가 다른 일을 해볼까 생각하던 참에 편의점 업체에서 편의점 운영을 제안해서 시작하게 됐다.

손님들이 남기고 간 감사의 글들
↑손님들이 남기고 간 감사의 글들

“시간대 별로 이용하는 손님들이 다른데 새벽 3시경 이 지역에는 인테리어 공사하는 사장님들이 많아요. 라면 한 그릇 드시는 데 따스한 밥도내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무료로 밥과 계란을 드렸어요. 그렇게 시작하게 됐어요. 한국인은 ‘밥심’이잖아요. 새벽 3시, 오전 11시, 오후 6시 세 번 2~3인분 정도 밥을 해서 전기밥솥에 채워둬요. 처음엔 밥이 떨어질까봐 노심초사했는데 이 정도면 딱 좋더라고요. 한 달에 쌀 20kg정도 들어요.”라면 하나에 밥과 계란이 무료로 제공될 리없다고 생각해서 손도 대지 않는 사람도 있었고, “저한테 왜 잘해주세요?”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묻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면 이시원 씨는 든든히 먹고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에게 밥한 그릇 같은 온정을 나누어주면 된다고 들려준다고 한다.

“사장님, 오늘도 따스한 밥,
잘 먹었습니다. 밥값하고 또 올게요.”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청년 손님이 들어오자 이씨는 “몸은 좀 어때? 감기약 빠뜨리지 않고 먹어. 소금물로 양치 자주 하고”라고 했고 손님은 쑥스러운 듯 고마운 듯 미소 지었다. 그 모습이 모자사이처럼 막역해보였다. 이제는 속사정을 털어놓기도 하고 인생 상담을 하는 단골이 제법 많기도 하다는 이시원 씨. 그는 친구처럼, 제2의 엄마처럼 손님을 대하고 싶다고 한다.

따뜻한 밥이 담긴 밥솥
↑따뜻한 밥이 담긴 밥솥

카멜레온 같은 강남거리의 또 다른 매력 되고파

50대 중반의 나이에 장성한 두 딸을 둔 주부이기도 한 이시원 씨는 사람을 좋아하고 봉사하는 삶을 살아왔다. 미용기술을 익혀서 미용봉사를 꿈꾸는 봉사자들을 가르치는 강사로 활동하는 등 20여 년간 봉사활동도 했다. “강원도, 인천에서 살다가 5년 전부터 강남주민으로 살고 있어요. 강남, 특히 이곳 가로수길은 참 카멜레온 같은 곳이라고 생각해요. 세련되고 도회적이지만 삭막하지 않고 인정이 살아있어요. 지난 설에 청년들이 화장품, 과일, 건강식품 같은 선물을 주는 거예요. 얼마나 뭉클했는지! 외국인도 많아서 국제적으로 생동하는 문화도 있고요. 이런 가로수길의 매력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영상에 담아서 알리는 크리에이터일에 도전해볼 생각이에요. 편의점하는 영상크리에이터! 하하.” 아침 9시 편의점에 출근해서 밤 10시까지 근무하며 쉴 틈 없이 일하면서도 사람 사는 세상이 좀 더 따스하길 바라며 행동으로 옮기는 데 주저함이 없는 이시원 씨. 그가 그려낼 또 다른 따스한 ‘사람 풍경’이 기대된다.

편의점 손님들에게 따뜻한 밥을 무료로 제공하는 이시원 사장
↑편의점 손님들에게 따뜻한 밥을 무료로 제공하는 이시원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