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길 상권, 건물 잇는 구름다리 만들어 부활시킬 것”
- 게재일자2019-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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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균 서울 강남구청장 인터뷰
“市, 강남만 빼고 교육인프라 지원... 교육 투자는 지역 차별없이 해야”
“서울 강남구가 잘사는 동네이기 때문에 모든 게 갖춰져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오해다. 학교는 낡아서 개보수가 시급하고, 서울 25개 구 중에 기초수급자가 여덟째로 많다. 미세 먼지와 악취도 해결해야 한다.” 정순균(68·사진) 서울 강남구청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단체장이 만물박사처럼 큰 사안부터 소소한 것까지 챙겨야 하는 구청 살림이야말로 종합행정이라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구청장은 언론인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국정홍보처장과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을 지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보수 정당이 23년 동안 독식해온 강남구청장에 민주당 계열 후보로는 처음 당선됐다. 그는 “민주당 소속으로 강남구청장을 하는 게 어려울 때가 있다"고 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이 구민의 이해와 충돌하는 경우가 상당수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주택 가격 공시와 아파트 재건축을 들었다. 최근 강남 지역에서는 1년 새 주택 가격이 급등하는 바람에 세금 폭탄을 맞았다는 민원이 잇따랐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서울시가 아파트 가격 인상을 억제하려는 국토교통부 눈치를 봐서 재건축 절차를 미루고 있다”며 최근 서울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정 구청장은 “여야를 초월한 구정을 펼쳐야 한다는 게 제 소신”이라며 “구민의 권익이 침해받지 않도록 최선의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구는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가 잇따라 계획돼 있다. 105층 고층 빌딩을 포함한 현대자동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코엑스 맞은편에 들어설 예정이다. 영동대로 지하 공간을 버스·전철·주차장이 결합한 대형 교통환승시설로 개발하는 사업도 있다. 판자촌인 개포동 구룡마을 재개발과 고속철도(SRT) 수서역 역세권 개발도 추진 중이다. 정 구청장은 “각종 절차에 얽혀 지지부진하던 대형 사업들이 궤도에 오르기 시작해 1~2년 안에 착공될 것으로 보인다”며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구청장은 시급한 과제로 상권 살리기를 꼽았다. 1990~2000년대 유행을 이끌어가던 압구정동·신사동 상권에 빈 가게가 속출하고 있다. 그는 우선 신사동 가로수길 상권 부활을 위한 ‘스카이 로드’ 구상을 소개했다. 가로수길 건물과 건물 사이를 잇는 구름다리를 놓겠다는 것이다. 그는 “건물주들의 동의를 받아 연내에 착공하는 것이 목표”라며 “가로수길을 찾는 관광객들의 이동이 편리해지고, 구름다리 자체가 하나의 멋진 볼거리로 사람들을 불러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구청장은 “길거리 공연 등 문화 행사를 더욱 늘려 압구정 로데오거리와 가로수길을 부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내놓은 일부 정책에 대해선 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최근 서울시는 강남 3구를 제외한 22개구에 1220억원을 투입해 교육 인프라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정 구청장은 이에 대해 “강남구 초중고교 중 60%가 30년 된 노후 학교이고, 일부 교실에선 쥐가 나온다”며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 투자는 지역 차별 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파트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초기부터 관여하겠다는 ‘서울시 도시건축혁신안’에 대해서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나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재건축 논의가 상당 부분 진행된 단지는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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