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조물 동심으로 돌아가보자 컬러 클레이 도자기 만들기
‘도자기는 물레 앞에서만 만드는 것’이란 생각은 흔한 편견이다. 물레가 없어도 그릇 만들기는 가능하다. 오히려 훨씬 더 개성을 살린 그릇이 탄생하기도 한다. 강남구민들과 함께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점토를 뭉치고 빚어 만드는 ‘컬러 클레이 도자기’ 만들기체험을 해봤다.
드디어 본격적인 봄이 왔음을 알리는 따스한 햇살이 반가운 오후, 논현동의 도자기 스튜디오로 강남구 주민 다섯 명이 모였다. 너른 테이블에 이들을 위한 도구가 정갈하게 마련된 것만 보아도 오늘 수업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임을 직감케 했다. 도자기를 만드는 방식에는 다양한 것이 있다. 보통 알려진 방법으로는 물레를 돌려서 빚거나 흙가래라고 하는 것을 만들어 빙글빙글 돌려가며 모양을 만드는 방식도 있다. 이번 시간에 배우는 컬러 클레이 방식은 미리 만들어진 도자기를 틀로 삼아서 그 위에 물감이 아닌 여러가지 색깔의 점토를 뭉치고 빚어 다양한 장식을 얹는 제작법이다. 그릇 모양에 따라서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있지만, 디자인 제약이 거의 없어서 자신이 상상한 디자인을 그릇 위에 고스란히 펼쳐 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선생님은 제작방식과 과정을 설명한 뒤 도자기 틀을 고르는 시간을 제공했다.
“그러면 어떤 그릇을 만들지 선반에서 골라보세요. 인센스 홀더나 장식용 선반도 만들 수 있어요. 너무 큰 것은 시간 내에 만들 수 없으니 25cm 내외로 정해주세요.”
선반에 켜켜이 쌓여있는 그릇이 참가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여러 그릇을 비교하며 어디에 사용할 수 있을지, 어떤 디자인을 넣을지 연신 고개를 좌우로 돌려가며 고민에 빠졌다. 그릇 모양에 따라서 디자인 배치도 달라지므로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주어진 시간이 끝나자 각자 다른 그릇을 한 가지씩 손에 들고 자리로 착석했다. 오하눌 씨는 파스타 볼, 강은애 씨는 가족과 함께 먹을 샐러드 볼, 김혜련 씨는 과일담기 좋은 하트모양 접시, 이화연 씨는 1인 가구에 적합한 4구 반찬 접시, 김명희 씨
는 다용도로 쓰기 좋은 타원형 접시를 골랐다.
고른 그릇 틀 위에 얹을 편평한 흙 바탕을 만든 뒤 디자인을 고민하는 시간이 다가오자 참가자들의 말소리가 일순 사라졌다. 침묵을 깨고 강은애 씨가 “아유, 이런 데는 영 재주가 없는데 어쩌지”하고 한숨을 쉰다. 주어진 시간은 30분. A4용지 크기의 바탕을 가득 채우기엔 부족하게 느껴졌다. 가장 먼저 손을 움직인 것은 1등으로 공방에 도착해 선생님에게 팁을 얻었다던 김혜련 씨. 샘플 디자인을 활용해 귀여운 강아지와 체리를 빚어 나갔다. 역시나 가장 늦은 시작은 디자인을 고민하던 강은애 씨. 하지만 의미만은 1등이라고 할 만큼 나라와 지구의 평화를 위해 ‘PEACE’(평화)라는 글자를 그릇 가운데 넣고, 색상 클레이를 섞어 테두리를 둘렀다. 김명희 씨는 어린 손자에게 간식을 담아주고 싶다며 아이의 이름인 ‘연우’를 풀어서 써넣었다. 세련된 원형장식과 둥글둥글한 이름이 제법 조화로웠다.
모두 마지막까지 디자인을 이리저리 고민하다 주어진 시간을 전부 사용했다. 남은 과정은 장식과 바탕을 압착시킨 뒤 그릇 틀과 합치면 끝이었다. 독특한 나무 막대기로 컬러 클레이와 밑바탕을 밀착시키는 과정에서 마치 다듬잇돌을 두드리듯 찰지면서도 경쾌한 소리가 들리니 묘하게 스트레스도 풀리는 기분이었다. 이후 흙이 갈라지지 않게 젖은 스펀지로 물도 먹이고, 그릇 모양대로 잘 눌러주면 참가자들의 할 일은 끝이다. 나머지는 선생님이 잘 깎고 다듬어 흙에 구워야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도자기는 2달의 시간이 지나야 각자의 집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오늘은 하는 수 없이 두 손 가볍게 집으로 돌아가지만 완연한 봄날을 맞는 그때가 되면 완성된 나만의 그릇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한 달에 한번 ‘강남 클라쓰’에서 구독자 참여 수업이 열립니다. 2025년 5월에 진행되어 2025년 6월에 실릴 ‘강남 클라쓰’는 아이와 함께 만드는 달콤하고 쫀득쫀득한 디저트 '스모어 쿠기 만들기'로 독자 여러분의 신청을 받습니다. 참여를 원하는 분은 간단한 사연과 함께 이름, 연락처, 주소 등을 강남라이프 편집실로 보내주세요. 많은 신청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