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촌별묘로 떠나는 봄 나들이
강남구 수서동 내 광수산과 대모산 사이 지역은 서로 다른 두 가지의 풍경으로 매우 이색적인 곳이다. 평범한 외관의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는 깨끗한 먹색의 기와를 올린 한옥과 묘지가 너르게 자리한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이곳은 전주 이씨 광평대군파 묘역이다. 광평대군 탄생 600주년을 기념해 5월에는 다양한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수서역 서쪽의 한적하고 아름다운 궁마을, 이곳에 ‘궁촌별묘’가 자리하고 있다. ‘궁촌’은 궁궐에 뿌리를 둔 왕자 후손이 사는 마을이고 ‘별묘’는 왕실과 연관된 사당을 뜻한다. 세종대왕의 다섯째 아들 광평대군(1425-1444)을 비롯해 문중의 묘소 700여 기가 함께 있는 공동묘역이다. 묘역의 중심이자 가장 높은 곳에는 광평대군 묘가 자리잡고 있다. 궁촌별묘는 서울 근교에 남아 있는 왕손의 묘역 중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신도비를 비롯해 묘비와 석조물들이 원형 그대로 남아 있어서 역사적 가치가 높으며 서울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총면적은 약 124,820평에 이르며, 규모 또한 상당하다. 관람은 평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가능하다. 인근에는 수서동 궁마을공원과 대모산 둘레길이 있어, 역사 탐방과 함께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광평대군 이여(李璵)는 세종대왕의 다섯째 아들이다. 광평은 부왕으로부터 받은 군호이고 여(璵)가 이름이다. 유학 서적은 물론 역대 문장가들의 글을 탐독했을 뿐만 아니라 활쏘기에도 능했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20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그의 졸기에는 ‘용모와 자태가 탐스럽고 아름다웠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올해는 광평대군 탄생 600주년을 맞는 해로 이를 기념하여 강남구청과 광평대군의 후손들이 4월에 이어 5월에도 다양한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행사는 국가유산청의 ‘국가유산 활용사업’으로도 선정됐다.
지난 4월 12일에는 ‘무안대군·광평대군·영순군 삼선조 제향’ 행사가 열렸다. 이 지역 내 큰 연례행사인 만큼 후손들뿐 아니라 일반 방문객들도 많이 찾아와 성황을 이뤘다. 특히 이날은 사전 신청한 초등학생들과 함께 왕가의 제례를 체험하는 ‘드오와 지오, 제례를 행하궁촌별묘 오디오 듣기라’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드오’와 ‘지오’는 왕실 제례에서 시작과 끝을 알리는 신호이다. 체험에 참여한 아이들은 옥색 도포와 검은색 유건 등 의관을 갖춘 차림으로 해설사와 함께 묘역을 탐방하며 광평대군에 대한 역사 이야기를 들었다.
탐방을 마친 후에는 교육실에서 전통 기법으로 책을 만드는 체험활동도 이어졌다. 전통 제본 방식인 ‘오침안정법(五針眼訂法)’으로 옛책을 만들고 전주 이씨 광평대군파의 4개의 종훈(가문의 가르침, 집안의 기본 정신)을 금속활자로 새겨보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오는 5월 29일에는 광평대군 묘역에서 탄신 600주년 기념 행사가 열린다. 수서역부터 묘역까지 펼쳐지는 제향 행렬, 왕가의 제향봉행, 축하공연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캐리커처, 가훈 써주기, 전통놀이 등의 부대행사도 다채롭게 준비되어 있다.
문의: 전주이씨광평대군파 종회(02-459-4733)
※ 자세한 내용은 광평종회 홈페이지 참조 홈페이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