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립 테크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수면 부족이 심각한 나라로 꼽힌다. 대한수면연구학회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고작 7시간 남짓, 이는 OECD 회원국 평균보다 18%나 짧은 수치다. 바쁜 일상 속에서 짧은 잠이라도 깊고 편안하게 자고 싶어 하는 이들이 늘면서 수면의 질을 높여주는 다양한 ‘슬립 테크’ 아이템들이 주목받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진료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수면장애 환자는 110만명으로 5년 새 약 30% 증가했다. ‘얼마나 잘 자느냐’가 건강과 삶의 질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수면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2011년 4,800억 원 수준이던 국내 수면 시장 규모가 2021년 기준 3조 원으로 껑충 뛰었다. 숙면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사람들이 10년만에 6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수면 시장은 수면장애 환자의 진단 및 치료를 위한 의약품, 의료기기 또는 침구류를 중심으로 성장해왔으나, IT 업계가 수면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최근에는 디지털 치료제(Software)와 수면 보조 디바이스(Hardware) 등과 같이 첨단 기술을 접목한 ‘슬립 테크’ 시장이 주목받는다. 슬립 테크(Sleep Tech)는 수면(Sleep)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의 첨단 기술을 활용해 개인의 수면 상태를 분석하고, 수면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의미한다.
국산1호 디지털치료제(DTx)는 ‘솜즈(Somzz)’란 이름의 불면증 치료제이다. 먹는 의약품이나 주사제로 사용되는 약품이 아님에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치료제로 인정받았다. 의사로부터 처방 받은 환자들은 솜즈 앱을 통해 약 6~9주간 실시간 피드백, 행동중재 및 수면 습관 교육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수면 앱들도 출시되어 있는데 수면 패턴 분석 앱 ‘슬립 모니터(SleepMonitor)’는 앱을 실행하고 자는 것만으로도 사운드 녹음, 수면 습관 분석, 수면 주기 파악등 다양한 기능이 지원된다.
빅테크 기업들의 웨어러블 기기도 현대인들의 수면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다. 애플은 애플워치에 수면 무호흡증 감지 기능을 추가했는데 수면 중 이상이 감지되면 착용자에게 알리고 의사 상담까지 권유해 준다. 삼성은 전날 밤의 숙면 정도를 분석해 주는 갤럭시 워치 울트라를 출시한 데서 한 술 더 떠 반지 모양의 웨어러블 기기인 ‘갤럭시 링’을 출시했다. 생체신호 측정 센서를 장착하고 수면 중심박수, 혈액 산소 포화도, 피부 온도 등을 측정하여 수면을 분석해 준다.
질병의 예방·관리·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고품질 소프트웨어프로그램으로 스마트폰 앱, 게임, VR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약처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꿀잠을 부르는 기술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기술박람회로 알려진 CES에서 화두로 떠오른 기술 중 하나도 ‘슬립 테크’이다. 지난 1월에 막을 내린 CES 2025에는 한국 기업들도 대거 참여했는데 텐마인즈와 리솔, 에이슬립 등 슬립테크 스타트업이 ‘CES 2025 혁신상’을 수상했다. 텐마인즈는 헬스데이터를 기반으로 24시간 밀착 케어하면서 건강상태를 분석하는 수면·헬스 통합솔루션을 선보였다. 리솔은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해 수면의 질을 높이고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헤어 밴드를 내놨다. 에이슬립은 모바일 기반으로 수면 중 발생하는 숨소리를 측정해 수면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기술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단순한 수면 관리를 넘어 건강까지 세심하게 돌보는 ‘나만의 스마트한 건강 집사’를 곁에 두고 사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슬립 테크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 지친 삶을 어루만지는 ‘쉼의 기술’로 우리의 일상 깊숙이 스며들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