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상 차리는 행복 맛있는 나눔을 실천하는 레스토랑 ‘The 374’ 홍홍기 대표
세곡동 골목에 자리잡은 아담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12년 전 가정집 지하에 문을 연 편안한 분위기의 식당은 주민들의 입소문을 타며 맛집으로 자리매김했다. 이곳에서 가족과 함께 직접 음식을 만들며 운영하는 홍홍기 대표는 8년 전부터 매달 특별한 생일상을 차려오고 있다.
“어서들 와, 잘 지냈지? 이리 앉자. 이번 달에도 만나니까 반갑다!”
주방에서 한달음에 뛰어나와 특별한 손님들을 맞이 하는 홍홍기 대표. 언어소통이 안 되는 소년들은 보자마자 홍 대표의 품에 안겨 얼굴을 부비거나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했고 힘겹게 단어 하나하나에 힘주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는 청년도 있었다.
예약석으로 안내된 발달장애청소년들이 고소한 크림 파스타와 풍미 가득한 피자, 해산물 스튜 등 차례대로 나오는 음식을 설레는 표정으로 하나하나 만끽하는 모습은 보는 이도 행복하게 했다. 아버지를 도우며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는 은지·희지씨 자매도 이들을 귀한 손님으로 환대하며 정성껏 음식을 차렸다. 홍 대표는 식탁을 세심히 살피며 음식을 계속 채워 넣고 있었다. 만족스런 식사가 끝난 뒤 생일 케이크가 나왔고 생일을 맞은 청소년들이 케이크의 촛불을 끄고 박수를 받았다.
홍 대표는 8년 전부터 매달 다니엘복지원의 발달장애청소년들에게 생일 파티를 열어주고 있다. “아이들이 식사를 하는데 그렇게 맛있게 먹는 사람은 처음 본 것 같았어요. 참 보기 좋았고 뭉클했어요. 어디 학생들인지 인솔 선생님께 여쭤본 뒤 다음날 바로 다니엘복지원에 전화해서 생일파티를 제안하면서 시작했습니다. 가족의 적극적인 동참이 힘이 됐죠. 초등학교 때 첫사랑으로 만나 결혼한 아내 김선애에게 특히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네요. 하하!”
매달 정성껏 생일 파티를 준비하면서 홍 대표는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커서 이 레스토랑에서 사장님과 함께 일하겠다는 수줍은 고백도 들었고, 아저씨가 좋아하는 커피를 사드리고 싶다는 편지도 받았으며, 그의 생일에 건강 음료를 선물받기도 했다. 가슴 아픈 일도 있었다. 발달장애청소년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보고는 발길을 돌리는 손님을 볼 때 마음이 무거웠고, 백혈병 등으로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된 원생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는 저 또한 다른 자영업자 처럼 레스토랑 운영이 힘들었는데 생일 파티를 열 수 없다는 점이 너무 아쉬웠어요. 대안으로 음식을 포장해서 다니엘복지원에 배달해줬죠. 전 그저 생일상을 차려줄 뿐인데 아이들이 그보다 더 크고 아름다운 마음을 선물해줬어요, 이 인연을 소중하고 고맙게 여기고 있어요. 어떤 장애물이 있어도 계속 이어갈 겁니다.”
세곡동에서 나고 자란 홍홍기 대표는 11년 전 세곡나눔장학회*가 출범할 당시부터 부회장을 맡아 오왕근 회장과 함께 세곡동 지역 저소득·다자녀 가정 청소년의 장학사업에 앞장서왔다. 봉사하는 삶이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누군가를 돕는 일은 삶을 풍요롭게 하고 행복을 만들어가는 원동력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람 좋은 웃음으로 주위에 긍정의 에너지를 전파하는 홍홍기 대표가 가슴 속 이야기를 들려줬다. “제 나이 쉰 여덟 살인데요. 고향이자 삶터인 세곡동에서 꾸준히 봉사하며 인생 2막을 살고 싶어요. 지금까지 청소년을 위한 봉사활동에 힘써왔다면 앞으로는 지역 어르신들이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실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전화 : 010-6285-5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