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탄 바구니 만들기
차분하게 라탄 줄기를 짜고 엮는 모습이 마치 초록초록한 발리의 숲속 우붓에 있는 듯 조용하고 정갈하다. 나른한 오후의 햇살과 공기 속에서 라탄 공예를 하며 여름휴가의 바이브를 일찌감치 만끽하는 구민들을 만났다.
공휴일의 한가로운 공기가 내려앉은 오후, 여섯명의 구민이 역삼동의 한 공방에 모였다. 휴일의 편안함을 기꺼이 반납한 이들이 함께할 수업은 라탄 바구니 만들기다. 동남아시아 휴양지의 감성을 떠올리는 라탄 바구니를 직접 만들기 위해 문을 들어서는 참가자들의 눈은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나만의 소지품 바구니, 딸의 액세서리 함등 생각해둔 용도도 다양했다. 유일한 남성 참가자였던 조진현 씨는 “예전 할머니가 전을 담던 나무 광주리를 떠올리며 신청했어요”라며 바구니에 얽힌 추억을 꺼냈다. 여섯 명의 참가자에게 바구니의 바닥이 될 자작나무 합판과 기둥이 될라탄 날대 그리고 이를 단단히 잡아줄 사릿대가 배부됐다.
라탄은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덩굴식물의 일종인 등나무다. 섬유질로 꽉 찬 줄기가 유연하고 가벼우면서도 튼튼해 이를 엮어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을 만드는 데 많이 쓰인다. 자연 그대로의 색감과 결이 살아있는 천연소재라 자연주의를 추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그러나 라탄이 아무리 부드러운 줄기라도 습한 열대지방에서 왔고 일반적인 초본식물의 줄기보다는 단단해서 씨줄 날줄로 휘고 엮일 날대와 사릿대는 업 전 반드시 15분 정도 불려놓는다. 이 때문에 작업하다 보면 날대가 마를 수 있으므로 중간중간 분무기로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
라탄에 대한 강사의 기본적인 설명이 끝나고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갔다. 먼저 길게 쭉 뻗은 날대를 반으로 접듯이 합판에 난 구멍에 관통해 꽂았다. 강사는 두 끝이 반드시 똑같을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참가자들은 한 땀 한 땀 집중해서 대칭에 유의하며 날대를 꽂아나갔다. 임양희 씨가 1등으로 날대를 다 꽂았더니 김수영 씨가 “공방에 기술자가 있어요” 하며 칭찬을 건넸다.
다음 단계는 동그랗게 말린 사릿대를 쭉 펴서 꽂혀 있는 날대에 씨줄로 엮기다. 날대의 안팎을 교차하며 동그랗게 둘러야 하는데 이때도 유의사항이 있다. 짜임이 헐겁지 않도록 꼭꼭 누르게 되는데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날대와 사릿대를 안쪽으로 밀게 되는 것. 그러면 몸통이 곧게 올라오지 않고 안쪽으로 오목하게 휘어지게 된다. 전체적으로 균등하게 누른다면 그 또한 디자인이 되지만 의도하지 않았다면 입구가 좁아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날대를 꽂을 때부터 안정적인 자세가 예사롭지 않았던 최지환 씨는 능숙하게 사릿대를 엮어갔다. 많이 해본 것 같다는 말에 “요령을 파악해서 속도가 붙는 듯해요. 잡념이 없어지면서 힐링돼요”라고 답했다. 현재 임신 7개월이라는 박주경 씨도 “줄기를 꽂고 엮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마음이 평화로워져서 태교에 너무좋아요”라며 만족을 표했다.
라탄이 바구니 모양새를 갖춰갈수록 작업실은 고요해져갔다. 바구니에 어느 정도 깊이가 생기고 드디어 마지막 단계다. 위로 뻗은 남은 날대를 몸통에 붙이는 작업이다. 바구니의 윗부분을 정리하는 작업으로 줄기가 들뜨면 안 예쁘기 때문에 더 세심한 집중을 요했다. 날대 세 개를 안쪽으로 직각으로 당겨서 첫 번째 날대를 나머지 날대의 위아래로 끼운 뒤 날대들 중간에서 잘라 몸통에 낀다는 느낌으로 최대한 붙였다. 이렇게 하면 바구니를 위에서 내려다 봤을 때 마치 레이스 무늬처럼 보여 바구니가 더 예뻐진다.
과정이 조금 복잡하지만 순차적으로 하다 보면 금세 익숙해져 하나하나 완성해가는 기쁨이 커진다. 한 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어느새 라탄바구니 준전문가가 된 참가자들은 놓치고 튀어나온 날대 없이 라탄 바구니의 윗부분까지 멋스럽고 매끈하게 마무리했다. 바구니를 나만의 전유물로 바라보는 참가자들의 표정이 더없이 흐뭇하고 행복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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