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가족이 되는 고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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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신사역 8번 출구에서 혼재한 상가와 식당가로 3분쯤 걸어가면 만나는 스카이빌 고시원. 이곳에서 1년 365일 매일 새벽에 일어나 고시원 화장실 청소를 시작하는 남명도 원장이 있다. 입주민들에게 그는 고시원장 그 이상의 존재이다.

남명도 원장

입주민과 情을 나누는 남명도 고시원장

오늘도 남명도 원장은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화장실 청소를 시작했다. 30명의 입주민이 생활하는 20년 된 4층 고시원은 할일도 많은데 그는 화장실 청소에 각별히 신경 쓴다.

“화장실은 공용으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1시간 단위로 청소합니다. 조금만 소홀해도 금세 지저분해지니까요. 6년 전 먼 친척인 이고시원 소유주의 제안으로 관리 전반을 맡는 원장 일을 시작했어요. 자연스레 지역사회 무연고 1인 거주자들의 어려움을 듣고 고시원에 입주할 수 있도록 도왔는데 소문 듣고 오시는 분들이 많았죠. 특히 고령자, 기초생활수급자, 정신질환자, 암환자 등 다른 임대시설에서 꺼리는 분들이 머무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대부분 사회, 가족과 단절된 채 무기력과 고독감에 휩싸여 살던 입주민들은 고시원 입주 후에도 며칠씩 두문불출했다.
남 원장은 문밖으로 나오지 않는 입주민들을 찾아가 문을 두드리며 어려움을 들었다. 대출사기를 당한 인지장애인, 가족·친구와도 연이 끊겨 병원에 함께 갈 보호자가 없는 암환자, 생계가 막막한 80대 노인 등의 사연을 듣고 그는 대리인, 보호자를 자처했다. 대출사기 피해 신고를 돕고 병원에 동행하며 노인이 영구임대주택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앞장서서 해결했다.

남명도 원장

모국에서 이어가는 봉사의 삶

남 원장은 입주민들의 어려움을 듣다 보니 지역사회를 생각하게 되었고 1인 가구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이후 강남구청, 신사동주민센터 등과 연계해 복지 사각지대에 있던 40~50여 명의 지역주민들에게 주거, 생계 등에 도움을 줬다. 지금은 신사동상인회가 주축이 된 신사모(신사동을사랑하는사람들의모임)의 특별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지역사회의 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28년간 괌, 사이판에서 서비스업에 종사했어요. 본도(本島) 외의 섬에 다니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았죠. 친분이 있던 코미디언 故송해 선생님께서 ‘이제 모국에서 사람을 돕는 삶을 살라’고 하셔서 돌아왔죠. 세상은 더불어 살아야 합니다. 입주민에게 마음 터놓을 수 있는 상대이고 싶어요. 제 나이 63세이니 때론 따끔한 충고를 하는 어른이고도 싶고요.”

가족 같은 안식처에서 쉬는 안도의 한숨

스카이빌 고시원은 입주민들의 만족도가 높다. 입주민 2/3 이상이 6년 이상 장기 거주자들이며 임대료가 다른곳보다 30%정도 싸다. 여기에 금상첨화는 변함없이 입주민을 걱정하고 위로하며 문제해결에 앞장서는 남 원장이다. 3년 전 고시원에 입주한 암환자 허정경 씨는 그를 가족같이 여긴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제가 병원에 갈 때 원장님께서 보호자로 동행해 주세요. 마음 편안하게 해주시죠. 저도 절망하던 때가 있었는데 이젠 희망을 키워가고 있어요. 진심으로 용기를 북돋아 주시고 문자메시지로 건강에 좋은 음식, 좋은 글 등도 보내주세요.”

얘기를 듣던 남 원장은 허 씨가 고시원에 온 뒤얼굴이 더 밝아졌다며 꼭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년 동안 한결같이 일 해온 원동력을 묻자 남 원장은 “청소를 운동이라 생각하고, 입주민에게 하는 잔소리를 제가 잘하는 특기이자 취미라고 생각해요! 제가 팥빵 좋아한다고 기초생활수급비를 아껴서 사주는 분도 있고 청소하고 있으면 슬쩍 다가와 물이나 과일을 쥐어주고 가는 입주민도 있어요. 그게 살맛 나는 힘이 되죠!”라며 웃음 지었다.

남명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