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프팅 실내화 만들기 탕탕탕! 터프한 손길과 복슬복슬 촉감
자수하면 우아하게 수를 놓는 모습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는 자수에 대한 편견일 뿐, 자수만큼 기법과 재료가 다양한 공예도 많지 않다. 터프팅은 특수 총(터프팅 건)을 천에 쏘아서 직조하는 자수 기법이다. 총을 쏘는 행위와 섬세한 결과물이라는 대조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터프팅. 총을 사용하는 자수 터프팅으로 스트레스는 날리고 감성을 채워본다.
터프팅은 거칠다는 의미의 ‘터프(tough)’가 아니라 머리, 잔디, 깃털 등이 모여 있는 모양을 설명하는 ‘뭉치’, ‘다발’의 터프(tuft)다. 두 가닥의 실을 천 뒤쪽에서 쏘면 박힌 실들이 반대편으로 짧게 나온다. 마치 땅에 잔디나 모를 심듯이 짧은실 다발을 천에 쏘아 심는 것이다. 그렇게 나온실 다발은 복슬복슬하고 부드러워 터프팅 자수는 러그나 실내화 등 가을·겨울 소품을 만들 때 주로 사용된다. 총이라는 도구는 과격해 보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섬세한 몰입이 요구되는 자수가 터프팅이다.
강남구민 6인이 이른 가을맞이로 포근한 터프팅 실내화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본격적인 작업에 앞서 모두에게 생소한 터프팅 자수를 연습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터프팅 건은 어떻게 잡는지, 총구멍에 두 가닥의 실은 어떻게 꿰는지, 곡선과 직선을 수놓을 때는 어떻게 총을 쏴야 하는지 강사가 하나하나 시범을 보이며 설명했다. 안전과도 직결된 문제이기에 모두들 집중해서 설명에 귀를 기울이며 연습에 임했다. 다들 적지 않은 총무게와 드르륵 하는 소리에 긴장한 듯 보였지만 점차 움직임과 소음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평소 자수를 좋아해서 신청했다는 박영순 씨는 “총으로 자수를 놓는다는 발상이 신기해요. 완전히 신문물이네요”하며 신기해했다.
실내화 발등에 올라갈 자수로 박영순 씨는 가을과 꼭 어울리는 감을 박신자 씨는 이를 변형한 귤, 유지은 씨는 하트, 김아람 씨는 계란후라이 그리고 정지윤 씨와 황예진 씨는 강아지 얼굴을 골랐다. 원하는 색의 실을 고른 뒤 밑그림을 따라 자수를 놓았다. 곡선은 짧게 끊어서 가야하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과 더 많은 힘을 요구했다. 십자수, 퀼트, 프랑스자수, 청바지 업사이클링 등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자격증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박신자 씨는 유관분야 경력자답게 금세 터프팅 기법을 익힌 듯 빠르게 과일의 밑그림을 완성했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지만 이미 강아지처럼 귀여운 두 아들이 있어서 실내화에 마음만 담아본다는 황예진 씨는 “터프팅 건 쏘는 게쉽지 않아서 강아지 얼굴이 삐뚤빼뚤한 것 같은데 못생기면 못생긴 대로 귀여워서 결과물이 기대돼요”라며 환히 웃었다. 지난 호의 라탄 공예클래스를 보고 뻔하지 않은 수업내용이 좋아서 신청했다는 김아람 씨도 두 번째 계란후라이까지 무난하게 그려나갔다.
원하는 그림을 완성하고 밑바탕에도 자수를 놓기 시작했다. 공방에는 드르륵, 투두둑 하는 소리만 가득찼다. 정지윤 씨는 “처음에는 소리가 무서웠는데 이제는 힘 있고 반복적인 작업에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아요”라며 터프팅 자수의 매력을 이야기했다. 밑바탕까지 얼추 끝나자 강사가 다니면서 포슬포슬하게 올라온 터프팅의 실 다발을 예쁘게 다듬었다. 자수 놓는 작업이 끝나고 도안을 가위로 오려 실내화 발등에 붙였다. 터프팅을 처음 해본 사람들이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솜씨 좋은 터프팅 실내화가 하나둘씩 완성됐다. 유지은 씨는 “그동안 폭신한 신발과 러그를 어떻게 만드나 했는데 그 과정을 보니 신기해요”라며 놀라워했다. 참가자들은 작은 가위를 들고 마지막까지 실 끝을 정리하며 각자의 터프팅 실내화를 예쁘게 다듬었다. 두 아들의 머리카락도 직접 잘라줬다는 황예진 씨는 바리캉으로 강아지 얼굴과 배경의 높낮이를 조절해 이목을 끌었다. 그렇게 완성된 여섯 켤레의 실내화 위로 초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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