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베어 만들기 곰 인형에 핀 건 꽃보다 내 마음
깊어가는 가을, 아름다운 계절을 더욱 어여쁘게 기억하기 위해 강남구민 5인이 도산공원 근처 공방에 모였다. 꽃송이로 뒤덮인 곰돌이 ‘로즈베어’를 만들기 위해서다.
간밤에 내린 가을비가 거리를 적신 일요일 오후. 한산하고 차분한 거리의 분위기와 달리 공방에는 빨강, 주황, 하양, 분홍, 민트, 파랑의 화사한 꽃송이들이 테이블 위에 흩뿌려져 있었다. 꽃밭 같은 테이블 한가운데는 곰인형 모양의 스티로폼들이 놓여 있다. 오늘의 주인공들이다. 이름만 들어도 사랑스러운 로즈베어를 만드는 과정은 아주 간단하다. 이 스티로폼 인형에 작은 패브릭 소재의 꽃들을 핀으로 찔러주기만 하면 된다. 반복되는 간단한 동작이 잡념을 없애고 몰입하게 만들어 은근히 힐링이 되는 아트워크가 바로이 로즈베어 만들기다. 각양각색의 예쁜 결과물은 즐거움을 배로 만든다. 다섯 명의 참석자들이 로즈베어를 신청한 이유 또한 바쁜일상 속에서 쉼을 찾고 싶기 때문이다. 김지언 씨는 매일 집과 회사만 오가느라 점점 몸과 마음이 지친 와중에 못골도서관에서 <강남라이프>를 봤다며 신청 사유를 전했다.
“꽃꽂이 등 평소 무언가를 직접 해보는 걸 좋아하는데 그동안 클래스를 찾아볼 여유가 없었어요. 직접 만드는 즐거움을 다시금 느끼고 싶어요.”
다섯 살 된 딸과 곧 두 돌이 되는 아들을 키우느라 한창 육아 중인 오정진 씨도 오롯이 자신에게만 집중할 시간이 필요했다. 두 딸의 엄마인 하정민 씨의 참석 이유도 동일하다. 김유진 씨는 일상 속에서 힐링을 찾고 곧 다가오는 기념일에 깜짝 이벤트로 로즈베어를 선물할 생각이다. 직장 때문에 강남에 거주하는 김단미 씨는 “예쁜소품을 만들면서 이번 기회에 동네 친구를 사귀고 싶어요”라는 소망을 덧붙였다.
각자의 힐링 사유가 분명한 만큼 머릿속에 그린로즈베어의 모습도 제각각이었다. 로즈베어 만들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꽃 색상을 정하는 시간. 오정진 씨와 하정민 씨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다양한 톤의 핑크색을 골랐고 김유진 씨와 김지언 씨는 민트색을 골라 결과물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김단미 씨의 선택은 부드러운 크림색과 연한 핑크였다. 이제 꽃송이들을 핀을 사용해 스티로폼 인형에 꽂을 차례다. 가늘고 얇은 핀을 꽃 중앙으로 관통해 꽂기만 하면 되는데 핀을 깊게 찌르려니 손끝이 얼얼했다. 강사가 핀셋을 이용해 살짝 사선으로 꽂아도 된다는 팁을 전했다.
이제, 하얀 스티로폼을 꽃으로 덮기만 하면 된다. 이 작업을 하는데 시간이 꽤 걸려 참석자들은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며 자기만의 곰을 만들어나갔다. 오정진 씨와 하정민 씨는 아이들 이야기를 나누며 스몰톡을 했고, 김지언 씨는 “이번이 두 번째 강남클라쓰 신청인데 마침내 성사가 돼서 좋아요”라며 즐거워했다. 김단미 씨는 “회사 일에 치여 이웃을 만들지 못했는데 이렇게 동네 분들하고 일요일 한낮에 함께 하니 기분전환이 돼요”라며 미소 지었다.
생각보다 많은 꽃을 붙여야 하기에 글루건으로 노동량과 시간을 줄이기로 했다. 강사가 글루건을 들고 다니며 꽃을 빠르게 붙일 수 있도록 면적이 많이 남은 부분에 뜨거운 본드를 쏘았다. 확실히 작업 속도가 빨라졌고 이내 로즈베어 다섯 마리의 개성이 드러났다. 오정진 씨는 딸아이가 좋아하는 핑크색 곰이 완성됐다며 기뻐할 아이의 얼굴을 떠올렸고, 김단미 씨는 크림색과 핑크색의 조합으로 스트로우베리 케이크처럼 달콤한 로즈베어를 완성했다. 평소 파스텔 톤을 좋아한다는 김유진 씨의 민트색 로즈베어는 그 자체로 근사한 오브제가 됐다. 크림색과 민트색을 교차해 붙인 김지언 씨의 로즈베어는 마치 웨딩베어처럼 화사한 모습으로 모두의 탄성을 자아냈다. 와중에 꽃송이를 너무 빽빽이 꽂은 하정민씨의 로즈베어가 힘을 이기지 못하고 핀과 꽃송이를 뱉어내자 공방은 금방 웃음으로 가득 찼다. 깊어가는 가을에 찾아온 선물 같은 시간은 그렇게 따뜻하고 정답게 지나갔다.







한 달에 한 번 ‘강남 클라쓰’에서 구독자 참여 수업이 열립니다. 오는 11월에 진행되어 12월호에 실릴 강남클래스는 나만의 전통힙 아이템 ‘전통매듭 노리개&키링 만들기’ 독자 여러분의 신청을 받습니다. 참여를 원하는 분은 간단한 사연과 함께 이름, 연락처, 주소 등을 강남라이프 편집실로 보내주세요. 많은 신청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