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 트레이 만들기
작은 인테리어 소품만으로도 공간에 새로운 멋을 불어넣을 수 있다. 마치 크리스마스트리 옆 스툴, 혹은 서재 책상이나 커피 테이블에 무심하게 ‘툭’ 놓인 가죽 트레이처럼. 한땀 한땀 장인의 정신으로 만든나만의 오브제로 공간의 품격을 완성해보자.
별다른 일이 없어도 마음이 설레고 들뜨는 연말, 사랑하는 가족과 나를 위한 특별한 선물을 만들기 위해 강남구민 6인이 모였다. 이날의 아이템은 왠지 장인들이나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던 가죽 트레이다. 브라운, 블랙, 스카이블루, 버건디 등 고급스러운 색감을 뽐내는 가죽 트레이의 재료를 앞에 두고 6인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백순자 님은 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트레이는 초보자도 실과 바늘 사용법만 익히면 몇 시간 만에 완성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가죽 공예다. 먼저 가죽과 실의 색깔부터 골랐다. 이날 마련된 가죽은 앞뒤 색이 다른 투톤의 부드러운 소가죽. 채도가 높기보다 가죽의 고급스러운 매력이 돋보이는 톤 다운된 색상의 가죽이다.
자녀들이 독립한 후 소소한 행복을 찾고 있다는 백순자 님은 브라운과 카키색이 배합된 가죽을 골랐다. 해외 근무하는 남편의 몫까지 씩씩하게 사춘기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황윤선 님의 선택은 버건디와 블랙이 조화로운 가죽이다. 육아와 일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 늘 바쁜 이경진 님은 라며 베이지·초콜릿색의 가죽을 골랐다. 마찬가지로 워킹맘인 양윤정님은 화이트·브라운색의 가죽을 선택했다. 곧 다가오는 어머니생신을 위해 신청했다는 조영숙 님은 브라운·블랙을, 유일한 남성 참가자였던 조용광 님은 블랙·스카이 블루색의 가죽을 골라 남다른 안목을 뽐냈다. 가죽에 어울리는 실의 색상을 고를 때 참여자들의 고민은 한층 깊어졌다. 스티치가 한 끗 차이로 가죽 용품의 세련미를 업그레이드하기 때문. 참가자들은 여러 실들을 이리 대보고 저리 대보고 라며 줄지어 강사와 옆 사람에게 조언을 얻기도 했다.
각자의 취향대로 가죽과 실을 고른 후 수업의 하이라이트인 바느질에 들어갔다. 가죽 트레이 만들기의 성패는 오로지 바느질에 달려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티치 형태만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바늘 꿰는 일부터 쉽지 않다. 바늘귀에 실을 꿰는 것이 아니라 바늘이 실을 관통해 꿰는 것이 가죽 바느질의 핵심. 두 번 관통시킨 뒤 마지막에 비로소 실을 바늘귀에 넣으면 아무리 힘줘서 당겨도 빠지지 않는 매듭이 만들어진다. 이런 식으로 바늘 두 개를 실의 양끝에 꿰어 교차로 바느질을 하면 된다. 강사가 바늘 꿰는 시범을 보였지만 방법이 생소한 탓에 좀처럼 눈에 익지 않아 참가자들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바늘 꿰기에 들어갔다. 라는 황윤선 님의 SOS 요청에 가장 빨리 성공한 이경진 님이 바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강사는 라며 격려했다. 이제 바늘구멍을 미리 뚫어놓은 가죽에 양끝 실이 정확히 반이 오도록 유지하며 왼쪽, 오른쪽 번갈아 바느질하면 된다. 손바닥만큼 작은 사이즈의 가죽이지만 두껍고, 바늘구멍이 작고 좁아꽤 긴 시간 집중을 요했다.
백순자 님은 라며 바느질에 몰두했다. 조영숙 님은 어느 정도 손에 익자 두 번째 실을 꿸 때 처음보다 길게 실을 자르는 요령을 발휘했다. 조용광 님은 라며 바느질에 푹 빠진 모습이었다. 그렇게 공방은 하나둘씩 말수가 적어지더니 한동안 고요해졌다.
놀라운 집중력과 인내심을 발휘한 바느질 작업이 끝나고 마지막 단계인 모서리 펀칭에 들어갔다. 말 잘 듣는 학생들처럼 줄서서 강사가 모서리마다 펀칭해주면 못의 일종인 리벳을 끼워 해머로 단단하게 압착시켰다. 양윤정 님은 라며 마지막까지 즐기는 모습이다. 부지런히 2시간 넘게 작업한 결과 명품 브랜드 부럽지 않은 멋스러운 가죽 트레이가 완성됐다. 여섯 참가자들은 근사한 모양새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자동차키, 안경, 시계, 액세서리를 넣어두는 함 등 쓰임새를 논하는 목소리에서는 설렘이 묻어났다.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가죽 트레이를 들고 환히 웃는 얼굴에 행복한 연말의 풍경이 스쳐지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