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
곁에서 만나는 조선
필경재
제주 출신 소녀의 인생사를 담은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는 필경재가 짧은 순간 등장하는데, 역사가 느껴지는 공간 특유의 무게감 덕분에 극의 몰입도가 한층 살아났다. 강남 속 조선시대가 살아 숨 쉬고 있는 ‘필경재’를 소개한다.
아파트가 즐비한 수서동을 지나다 보면 절로 눈이 가는 고풍스러운 한옥 대문을 하나 만나게 된다. ‘필경재(必敬齋)’라고 쓰인 현판을 지나면 마치 조선시대로 거슬러올라간 듯 당시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저택이 나타난다. ‘필경재’는 조선시대 세종대왕의 다섯 번째 아들 광평대군의 증손 이천수가 15세기에 지은 집이다. 500년째 대를 이어 전주이씨 광평대군파의 종택으로 현재는 궁중요리 전문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는 등장인물 금명과 그의 남자친구 영범 가족의 상견례 장면에서 필경재가 등장한다. 인물간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 속, 공간이 주는 무게감은 역시 남달랐다. 눈썰미 있는 시청자라면 이곳이 ‘필경재’임을 바로 알아차렸을 것이다.
지난해에는 강남구청 개청 50주년을 기념해 수서동 밀알미술관에서 ‘필경재가 간직한 600년, 광평대군과 그 후손들’이라는 전시회도 개최했다. 그동안 보존해 온 광평대군 종파의 고문서, 교지, 초상화, 수묵화, 병풍, 도자기, 고가구를 최초로 만날 수 있었다. 당시 전시에 공개된 유물 중 일부는 필경재 이호당(二護堂)에서도 관람할 수 있다.
📍필경재 : 광평로 205
필경재에서 약 300m 떨어진 곳에는 광평대군묘역이 유적지로 관리되고 있다. 이곳에는 세종의 다섯째 아들 광평대군과 그의 외아들 영순군을 비롯해 자손들 700여 기의 무덤이 조성되어 있다. 서울 근교 조선시대 묘역 중 가장 보존이 잘된곳 중 하나로 꼽히니 함께 둘러볼 만하다.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통해 세종 일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세종의 아들들은 세조 지지파와 단종 지지파로 갈렸다. 광평은 세종 생전에 세상을 떠나 형제들간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에는 휘말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주이씨 광평대군파 묘역 : 광평로31길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