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우아한 스포츠 종목을 꼽으라면 펜싱이 아닐까. 고급 스포츠로 알려진 펜싱은 의외로 온가족이 함께 즐기기 좋은 스포츠다. 나이와 체력에 관계없이 기본적인 규칙과 기술만 익히면 누구나 대등하게 대련을 펼칠 수 있다.
어텐션! 낯설고도 매력적인 스포츠
봄꽃이 절정에 이른 어느 일요일, 도곡동의 한 펜싱클럽에 세 명의 어린이가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들어섰다. 영상으로만 보던 펜싱을 접하기 위해서다. 몇 년 전 펜싱을 소재로 한 드라마의 인기와 오상욱 선수같은 스타 플레이어의 등장으로 많이 대중화됐지만 일반 사람들에게 펜싱은 여전히 일부 젊은 층만 즐기는 고급 스포츠로 여겨진다.
낯선 만큼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스포츠, 펜싱. 유진아 씨와 최하영 씨, 장기나 씨가 아이들과 펜싱 원데이클래스를 신청한 이유는 새로운 운동에 도전하고 싶어서다. 유진아 씨는 “평소 칼, 총에 관심이 많은 아이에게 검술 스포츠를 경험하게 하고 싶어서 신청했어요”라며 신청 이유를 밝혔다. 장기나 씨는 “남편의 해외 주재로 아이들이 예전만큼 체육 활동을 못하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새로운 운동을 접하면서 아빠의 자리를 채워주고 싶어요”라는 바람을 전했다. 최하영 씨의 신청 이유도 이색적이다.
“딸 연우가 프랑스를 좋아해서 프랑스 스포츠로나마 그 갈증을 채워주고 싶어요.” TV나 책에서만 보던 검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세 아이들의 눈은 시작도 전에 설렘으로 반짝였다.
↑안면마스크, 에페 등 펜싱 훈련 장비들
앙 가르드! 실전에 앞서 역사와 자세 배우기
펜싱 경기장 피스트에서 펜싱에 대한 기본 설명을 듣는 것으로 수업이 시작됐다. 펜싱은 두 선수가 검을 들고 ‘찌르기’ ‘베기’ 기술로 득점해 승패를 겨루는 스포츠. 스페인에서 유래했으나 프랑스에서 지금의 형태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펜싱 용어는 모두 프랑스어로 돼 있다. 펜싱은 전신을 공격할 수 있는 ‘에페’, 상체 전체를 공격할 수 있는 ‘사브르’ 그리고 팔을 제외하고 몸통만 공격할 수 있는 ‘플뢰레’로 나뉜다. 이날 배운 펜싱 종목은 플뢰레다. 코치는 “공격 범위가 제한적인 플뢰레를 먼저 배우면 에페와 사브르로 넘어갈 수 있다”며 플뢰레가 입문자에게 적합한 이유를 말했다.
-
-
펜싱 유니폼이 하얀색인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는데, 실제 검을 사용하던 과거에는 흰옷에 배어나오는 혈흔으로 승패를 가렸기 때문이란다. 우아한 동작과 달리 잔혹한 경기 방식에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의 눈도 휘둥그레졌다. 궁중무술로 보편화된 만큼 펜싱은 여느 스포츠보다 예의를 중요시한다. 이론 설명 후 실전에 들어가서 제일 먼저 배운 것도 인사법. 경기 전 기본 차렷 자세를 어텐션(attention)이라고 하는데 그 자세에서 칼을 입 높이로 올렸다 내리며 인사하는 동작을 살뤼(salut)라고 한다.
경기 준비 동작은 앙가르드(En Garde). 발레리나처럼 발의 각도를 90도로 만든 상태에서 스쿼트 자세로 앉아 양팔을 벌리는 앙 가르드 자세에 다들 중심을 잃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최하영 씨는 “펜싱이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어가는 운동이네요”라면서 자세 잡기에 집중했다. 어느 정도 기본 규칙과 동작을 익히고 대련이 시작됐다.
팡트! 은근한 긴장감으로 팽팽했던 대련
시범 경기에 들어간다는 말에 올해 초등학교 2학년으로 최연소 참가자인 심건우 군이 폴짝폴짝 뛰었다. 캡, 와이어, 도복, 메탈 재킷, 마스크 등 복장을 갖추고 드디어 검을 들었다. 먼저 장기나 씨와 4학년인 아들 고범준 군이 피스트에 섰다. 평소 축구를 좋아하는 범준 군은 뛰어난 운동신경을 보이며 찌르기 동작인 팡트(fente)까지 무리없이 해냈다. 장기나 씨는 차마 아들을 제대로 찌르지 못해 계속 실점했는데도 경기 후 마스크를 벗은 얼굴에 엄마미소가 가득했다.
아빠와 딸인 최하영 씨와 5학년인 최연우 양의 대련은 그야말로 봄꽃처럼 살랑살랑 달달했다. 누구도 먼저 찌르지 못하고 제자리만 맴돌다 마지못해 ‘톡’ 하고 치는 바람에 코치가 그러면 재킷이 동작을 감지할 수 없다고 말을 건넸을 정도. 유진아 씨와 건우 군까지 가족 대련이 끝나고 상대를 바꿔가며 대련을 계속했다. 초보자의 경기인데도 은근한 긴장감과 활기가 넘쳤다.
마지막 대련은 범준 군과 건우 군이었다. 제법 팽팽했던 경기가 끝나고 두 아이가 예의를 갖춰 마지막 인사까지 나누자 모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다. “검과 마스크로 한 전혀 새로운 운동이었어요”라는 연우 양의 소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왼쪽부터 고범준 군, 장기나 님, 심건우 군, 유진아 님, 최연우 양, 최하영 님
Mini Interview
-
- 최하영 님
- 생각보다 운동량이 많아 보는 것과 전혀 다른 스포츠였어요. 특히 앙 가르드 동작이 어려웠는데 내일 아침이 조금 걱정됩니다. (웃음). 오늘을 계기로 아이가 계속 펜싱을 했으면 좋겠어요.
-
- 장기나 님
- 아이에게 새로운 운동을 체험하게해 주고 싶어서 신청했어요. 해보니까 저도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운동이더라고요. 다음에는 온 가족이 함께 하고 싶어요.
-
- 유진아 님
- 이순신 장군이 롤모델인 건우를 위해 신청했어요. 직접 해보니 하체근력과 유연성이 많이 필요한 운동이에요. 기본 체력을 키워서 아이와 펜싱장을 다시 찾고 싶어요.
-
- 최연우 양
- 장비부터 경기 방식까지 모든 것이 신기한 운동이었어요. 칼을 들고 경기할 때 처음엔 무서웠지만 할수록 재미있었어요. 친구들에게도 꼭 한번 해보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
- 고범준 군
- TV에서 펜싱 경기가 나오면 할아버지가 규칙을 알려주셔서 펜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어요. 옷과 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하는 대련이 제일 재미있고 힘들었어요.
-
- 심건우 군
- 진짜 칼싸움을 하는 것 같아서 신나고 재미있었어요. 챙챙 소리가 들려서 신기했어요. 가까이에서 본 칼은 정말 멋있어요. 일기에 오늘 펜싱한얘기를 꼭 써야겠어요.
- ‘강남 클라쓰’에 참여해 주세요!
-
한 달에 한 번 ‘강남 클라쓰’에서 구독자 참여 수업이 열립니다. 6월에 진행되어 7월호에 실릴 강남 클라쓰는 무더위 속 스트레스를 한주먹에 날려버릴 스포츠, '복싱' 원데이 클래스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신청을 받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신청을 받습니다. 참여를 원하는 분은 간단한 사연과 함께 이름, 연락처, 주소 등을 강남라이프 편집실로 보내주세요. 많은 신청 부탁드립니다.
↑이미지는 연출한 것으로 실제와 다릅니다.
강남 클라쓰 신청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