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에 지친 이를 위한
위로의 공간들 영동대로 일대
강남은 화려한 도심이지만, 때론 누군가를 위로해 주는 공간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JTBC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 속 영동대로를 걸으며 나와 우리의 가치에 대한 진짜 의미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 써밋 갤러리(영동대로337)
드라마 <모자무싸>는 팍팍한 현실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아 깊은 공감을 얻었다. 영동대로는 이 드라마에서 제법 많은 장면에 등장한다.‘영등포 동쪽의 미개발지’에서 유래한 영동은 이제 유행을 이끄는 첨단 거리이자 누군가를 위로하는 든든한 공간으로 변모한 셈이다.
극 중 남녀 주인공이 감정을 교류하는 매개체인 ‘감정워치’가 탄생한 무대는 바로 영동대로에 위치한 ‘써밋 갤러리’다. 감정워치 개발사 본사로 등장하는 이곳은, 실제로도 마치 미래 도시를 연상케 하는 독특하고 유려한 외관 덕분에 영동대로의 랜드마크로 꼽힌다. 내부에는 대우건설의 하이엔드 주거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과 전시가 마련되어 있어, 화려한 건축미를 감상하며 여유롭게 둘러보기 좋다.
갤러리 앞 ‘휘문고교사거리’ 정류장은 치열한 도심의 일상이 그대로 묻어나는 장소다. 극 중 주인공이 버스에 올라타며 현실의 무게를 견뎌내듯, 수많은 직장인과 시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곳은 화려한 빌딩 숲 사이에서 친숙한 영동대로의 진짜 얼굴을 보여준다.
그렇게 써밋 갤러리와 정류장을 지나 영동대로를 따라 걷다 보면, 남녀 주인공이 서로의 결핍을 확인하며 감정을 공유하던 조용한 산책로를 만나게 된다. 영동대로 경기고 옆 언덕길은 번잡한 대로 변이지만, 그 덕분에 오히려 아기자기한 조경과 어우러져 도심 속에서 호젓하게 산책하는 기분을 낼 수 있다. 유난히 손을 잡고 걷는 노부부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일지 모른다. 완만한 언덕 위에 있어 도로의 소음도 잠시 멀게 느껴진다.
언덕의 가장 높은 곳에 오르면 ‘삼성동 토성 터’가 등장한다. 바로 백제의 한성 도읍지 시절 건설된 토성이 있던 자리이다. 한강과 탄천이 만나는 군사적 요충지라는 지리적 이점을 살린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가 걷는 이 조용한 언덕길이 사실은 2000년의 시간을 견뎌낸 단단한 성벽이었다는 사실은, 팍팍한 하루를 보낸 이들에게 색다른 든든함과 위로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