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다채로운 풍경을 따라
탄천
세계적인 슈퍼 히어로가 서울 도심을 질주했던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마포대교와 강남대로 등 익숙한 서울 곳곳이 영화의 무대가 됐는데, 강남을 흐르는 탄천 역시 그중 하나였다. 스크린 속 긴박한 액션이 펼쳐졌던 장소에서 출발해 천천히 물길을 따라가보자. 영화에서는 미처 볼 수 없었던 탄천의 또 다른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2014년 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한국 촬영은 당시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마포대교와 청담대교, 강남대로 등 서울의 여러 장소에서 촬영이 진행됐으며, 세계적인 영화 속에 익숙한 도시 풍경이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평범한 일상의 공간이었던 탄천공영주차장 역시 영화 속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이곳에서는 블랙 위도우가 달리는 차량에 뛰어들고 CG로 덧입힌 지하철에서는 캡틴 아메리카가 싸움을 벌이는 등 긴박한 전투 장면 일부가 촬영됐다.
10여 년이 흐른 지금 이곳에서 영화 속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주차장 주변으로 펼쳐지는 탄천과 도심의 풍경을 바라보며, 한때 이곳을 누볐던 슈퍼히어로들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다.
영화 촬영지를 뒤로하고 탄천을 따라 남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분위기는 금세 달라진다. 탄천은 경기 용인에서 시작해 성남을 거쳐 서울로 들어온 뒤 한강으로 흘러가는 약 36km 길이의 하천이다. 강남에서는 빽빽한 아파트와 도로 곁을 흐르면서도 곳곳에 모래톱과 수풀, 넓은 하천변을 품고 있어 도심과 자연이 맞닿는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특히 탄천2교에서 대곡교에 이르는 일부 구간은 서울시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개발이 활발한 강남 한복판에서 비교적 자연스러운 하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치열한 액션이 펼쳐졌던 영화 속 탄천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천천히 걸음을 옮길수록 화려한 스크린 뒤에 가려졌던 탄천 본래의 얼굴이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탄천을 따라 세곡동 방향으로 내려가면 또 다른 풍경이 나타난다. 넓은 잔디 위에서 펼쳐지는 ‘강남탄천파크골프장’이다.2024년 문을 연 강남탄천파크골프장은 약 2만 4,552㎡ 규모에 A·B·C 코스 총 27홀을 갖췄다. 무엇보다 이곳의 매력은 탄천이라는 공간과 함께 운동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멀리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물길과 녹지를 바라보며 몸을 움직일 수 있다. 빠르게 흘러가는 도시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공 하나를 따라 천천히 걷기만 해도 색다른 휴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