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우리영화> 사랑이 머무는 양재천
도심 한가운데를 흐르는 물길과 울창한 나무와 풀숲, 그 사이로 이어지는 산책로. 강남을 대표하는 휴식 공간인 양재천은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으로도 종종 모습을 드러낸다. 2025년 방영된 SBS 드라마 〈우리영화〉에서도 양재천의 익숙한 풍경이 등장한다. 극 중 인물들이 이야기를 나누던 촬영지에서 출발해, 문화와 휴식이 있는 양재천의 가을 풍경을 따라 걸어보자.
드라마 <우리영화>는 거장 감독인 아버지의 그늘에 가려져 차기작을 내지 못하는 감독 이제하(남궁민)와 시한부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여배우 이다음(전여빈)이 서로 사랑하며 인생의 행복을 찾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 사람은 자신을 옭아매던 것들에서 벗어나, 주어진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워간다. 마지막 회에는 벚꽃이 흩날리는 양재천에서 두 사람이 마주 앉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곳은 도곡동 양재천변 밀미리다리 옆에 자리한 작은 목재 데크다. 나무 사이로 난산책길 한쪽에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어 평소에도 주민들이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다. 데크 주변을 감싸는 벚나무 덕분에 봄이면 화사한 풍경이 펼쳐진다. 오늘날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양재천의 풍경은 오랜 노력의 결과다.
1970년대 도시개발 과정에서 직선화됐던 양재천은 1995년부터 자연형 생태하천으로 복원되 기 시작했다. 국내 최초로 생태하천 공법을 적용한 사례로, 이후 전국 하천 복원의 본보기가 됐으며 2015년에는 서울미래유산에도 이름을 올렸다.
촬영지와 맞닿은 다리를 건너면 ‘양재천 수변문화쉼터’가 기다리고 있다. 2025년 문을 연 이곳은 독서와 전시, 공연,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강남구가 조성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수변문화쉼터를 나서 다시 양재천 산책로에 오르면 가을빛이 한층 가까워진다. 양재천 제방길에는 벚나무와 느티나무, 은행나무가 이어져 있어 계절이 깊어질수록 길 전체가 노란빛과 붉은빛으로 물든다. 특히 영동4교에서 영동6교 사이 구간은 가을이면 수목 터널과 낙엽길이 어우러져 운치 있는 풍경을 만든다.
밀미리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물길과 둔치, 영동5교 일대에서 바라보는 단풍 풍경도 양재천의 가을을 느끼기 좋은 장면이다. 양재천의 또 다른 매력은 걷는 구간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풍경이다. 대치동 일대로 향하면 높게 뻗은 메타세쿼이아가 길게 늘어선 산책길이 이어지고, 그 아래에는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톳길도 조성돼 있다. 드라마 속 벚꽃이 흩날리던 봄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양재천은 가을에도 저마다의 장면을 빚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