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글 : 강남구립 정다운도서관 나상미 사서

“똑똑~”
“어서오세요~”

오늘도 어김없이 야금책방의 문을 활짝 열었다. 야금책방 독서동아리를 운영한지 어느덧 4개월째가 되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동아리가 잘 운영이 될까, 사람은 많이 모일까 등 여러 가지 고민이 많았는데 벌써 4개월이 되었다니 감개무량하다. 이에, 이번 사서이야기에서는 야금책방이 문을 열기까지의 과정과 그 동안의 이야기들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야금책방은 정다운도서관에서 유일하게 사서들이 직접 운영하는 독서동아리이다. 동아리의 처음 기획단계부터 실제 운영까지 참여하여 타 독서동아리와는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그만큼 우리 사서들에게 부여된 자유와 책임이 동시에 느껴져서 기대감과 부담감이 동시에 찾아왔다. 먼저, 야금책방의 이름은 정다운도서관의 관장이 지은 이름이다. 야(夜)금(金)책방은 말 그대로 금요일 밤에 여는 책방 이라는 뜻과 함께 야금야금(조금씩 먹는 모양)이라는 의태어가 가져다주는 느낌을 차용했다. (하지만 여러 동아리원들의 참석을 유도하기 위해 금요일 밤에서 목요일 밤으로 동아리 모임요일이 변경된 건 우리들만의 비밀이다) 


야금책방이 기획했던 바는 퇴근 후 직장인들의 힐링독서낭독 책방으로 문을 여는 것이었다. 책을 읽을 시간을 따로 내기 어려운 직장인들을 위해 퇴근 후 저녁시간, 한 달에 두 번, 선정도서를 정해 말 그대로 책을 낭독하는 시간을 갖는 모임이다. 우리는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독서토론 독서동아리는 기존에도 이미 많이 있다고 생각했고, 책을 읽어올 시간이 없는 직장인들에게는 토론이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야금책방 동아리는 모여서 다같이 책을 낭독하며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지고 한권, 한권 완독의 기쁨을 맛보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야금책방에 모여서 이렇게 책을 읽게 되면 적어도 1년에 책 몇 권은 읽을 수 있게 되는 보람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이러한 목표를 잡고 우리는 2,30대를 공략했다. 관내에서 야금책방을 홍보하고, 도서관에 등록되어있는 2,30대 이용자들을 바탕으로 문자로 홍보하며 독서동아리 가입을 권유했다. 이렇게 동아리원을 모집하고, 첫 독서동아리의 모임날이 되었다. 우리는 기대반, 설렘반으로 기다렸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단 한 사람도 도서관에 와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시기로 했던 동아리원들도 오지 않았고,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우리는 속상함과 동시에 다시 원점부터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사실 퇴근 후 독서라는 것이 직장인들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우리 같은 직장인들에게 사실 퇴근하고 하고싶은게 얼마나 많은가?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도 사실은 한낱 직장인에 불과하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2,30대 직장인에게 퇴근하고 난 후의 시간은 사실은 너무나 금쪽같은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우리는 20~5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타깃을 바꾸고 다시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낭독도서로 선정되는 도서는 독서동아리 지원금으로 구입, 낭독도서는 완독 후 각자가 소장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책을 읽는 즐거움과 동시에 소장의 기쁨까지 함께 줄 수 있는 동아리라는 것을 적극 홍보했다. 공략은 성공적이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지금의 야금책방 멤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야금책방 멤버들과의 첫 만남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우선, 야금책방 첫날 모임에는 동아리 회원들의 각자 개인소개와 우리 사서들의 소개를 하며 우리 야금책방의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다들 흥미로워하며 지지를 표했고, 앞으로 우리 동아리의 운영규칙과 방향에 대해 공유했다. 그리고 첫 번째 낭독도서로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를 선정했다. 이렇게 첫 모임을 마치고 낭독도서 10권을 준비하여 두 번째 모임을 갖게 되었다.

 
야금책방의 이름은 정다운도서관의 관장님이 처음 지어주신 이름이다.

낭독 첫날, 우리는 한 장씩 돌아가며 천천히 책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낭독이 주는 묘미는 정말 굉장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이 읽어주는 목소리에 집중하고, 그 이후에는 책의 내용에 집중했다. 보통 책을 읽을 때는 혼자 조용히 읽는게 대부분이라, 누군가의 목소리를 통해 책을 읽을 때의 느낌이 사뭇 달랐다. 사서인 나 역시도 책을 낭독하면서 읽을 일은 거의 없기에 꽤 흥미롭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2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모임을 마치며 동아리원들에게 조심스럽게 소감이 어떠냐고 물었다.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금세 수다의 장이 펼쳐졌다. 그중에 한 의견이 내 머릿속에 꽤 강렬히 남아 이 글에 소개해드리고자 한다. 

“사실 별 기대 안하고 왔어요. 그냥 직장생활에 치여서 퇴근하고 따로 시간내서 책읽기가 어려우니까 이렇게 모임에라도 나와서 다 같이 읽으면 금방 지치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책을 읽기만 하는거여서 토론에 대한 부담도 없고 저한테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오늘 하루 해봤는데 생각보다 저한테 무척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어요. 누군가가 책을 읽어주는 소리를 듣는게 꽤 느낌이 괜찮다는걸 처음 알게 되었고, 저도 낭독을 하면서 집중할 수 있었고 몰입할 수 있었어요. 이렇게 여러 권 읽으면서 쌓이다보면 제 자신이 많이 뿌듯할 것 같아요. 감사해요 선생님.” 

이 얘기를 들으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처음 야금책방 동아리를 만들면서 생각했던 것은 책을 읽는 2시간이라는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동일하게 주어지는 시간이지만 이 2시간을 통해 누군가에게 힐링이 될 수 있고, 감동이 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런데 그 감정을 오롯이 느껴주셔서 정말 내가 더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야금책방의 이름은 정다운도서관의 관장님이 처음 지어주신 이름이다.

사서로서 독서동아리를 운영한다는 것은 보람이 느껴질 때도 있지만 때로는 힘든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나 스스로도 사서로서의 역량을 키우고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야금책방은 매월 첫째, 셋째주 목요일 저녁 7시에서 9시까지 2시간동안 낭독의 시간을 가진다. 벌써 세 번째 도서의 낭독에 들어간다. 

직장생활에 부담가지 않는 선에서, 낭독을 통해 나만의 힐링타임을 가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야금책방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 야금책방에 관심이 생기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정다운도서관으로 연락하면 된다. 언제든 환영이다. 오늘도 우리의 야금책방은 이렇게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