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종, 왕의 노래 악학궤범

“무슨 무대를 저렇게 만들었나, 신기해요. 왕이 나오니까 내가 조선시대에 와 있는 느낌도 들고.” - 최재훈(40대), 압구정동

“나는 강남구민은 아닌데, 지인 소개로 여기 왔어요. 밤에 선정릉은 처음 와봐서 되게 운치도 있고, 공연도 하니까 즐거워요.” - 이정은(40대), 성동구 금호동

‘성종, 왕의 노래-악학궤범’이 3일에 이어 4일 저녁 7시 선릉 정자각에서 주민 5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성황리에 진행됐습니다.

이번 뮤지컬은 조선왕릉 유네스코 등재 10주년 기념으로 마련됐습니다. 특히, 조선왕릉 최초의 야외 뮤지컬이어서 많은 관심을 모았는데요.

그래서!! 금요일 저녁을 반납하고 선정릉으로 출동했습니다.

 
선정릉 입장권
 
입장권 1000원. 강남구민이라면 500원이면 들어갈 수 있는 선정릉. 불타는 금요일을 즐기려는 퇴근 인파를 뒤로 하고 ‘나 혼자만’ 일을 하러 간다는 기분 탓이었을까요. 불금이 제겐 ‘불쌍한 금요일’ 같았습니다.

역시, ‘일로 만난 공연’이라서인지 매표소를 지나 선릉 정자각까지 십여 분 걷는 그 길은 왜 그리도 어둡고 길기만 한지... 무대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할 때까지도 별 감흥도 설렘도 없었습니다. 어? 

 
“어머, 무슨 무대를 저기다 꾸몄대?”
 
성종, 왕의 노래 악학궤범
 
500석을 마련했다는 객석은 공연 시작 10분 전이 되자 빈 자리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즐거운 얼굴의 사람들과 붉은 조명 아래 정자각에 괜시리 설렘이 밀려오는 건 왜였을까요? 

공연은 뮤지컬 배우 박정은과 소리꾼 김진영의 사회로 시작됐습니다. ‘열두 달이 다 좋아’와 ‘판소리 심청가’가 식전 공연으로 마련됐고, 곧 어둠 속에서 공연이 시작됐습니다.

 
“이곳은 왕의 무덤가. 550년의 세월을 겪은 이곳. 이곳에 잠든 왕은 살아생전 어떤 꿈을 꾸었을까”
 
성종, 왕의 노래 악학궤범
 
사실, 이 작품은 ‘역사저널 그날’로도 유명한 신병주 건국대학교 사학과 교수가 자문을 맡아 강남페스티벌 프로그램 가운데 특히 기대를 모았습니다. 대학로의 스타작가 오세혁, 뮤지컬 ‘쿵짝’의 연출가 우상욱, 작곡가 다미로가 참여한 데다 김수용, 이선근, 이승원 등 그 실력을 인정받은 뮤지컬배우들이 꾸미는 무대라 그야말로 ‘믿고 보는 공연’이었죠.

성종의 이야기가 시작되자 거짓말처럼 그토록 시끄럽게 들려오던 자동차의 경적소리, 사람들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잦아들었습니다. 관객들은 다 같이 조선시대 제9대 임금 성종을 마주합니다.

 
성종, 왕의 노래 악학궤범

조선의 법을 집대성한 『경국대전』 편찬연이 열리는 날, 조선의 법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우리 음악이 아닌 중국의 노래와 춤으로 축하연을 하는 것이 마음에 걸린 성종은 ‘이땅의 예와 악을 집대성할 수만 있다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되고, 진정으로 음악을 즐거워하는 여인, 지안을 만나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성종, 왕의 노래 악학궤범
 
궁궐 담을 넘어 백성들을 찾아 그들의 노래와 춤을 엿본 성종과 지안, 세종대왕의 능에 찾아가 대화를 나누며 예악정치를 향한 마음을 굳힌 성종은 장악원(掌樂院) 인재들과 함께 조선의 음악을 집대성 하겠다는 큰 뜻을 공표하며 아름다운 조선을 만들기 위한 『악학궤범』을 편찬하기에 이릅니다.
 
성종, 왕의 노래 악학궤범
 
뮤지컬의 스토리도 훌륭했지만 관객들을 더욱 감동케 했던 것은 배우들의 연기, 우리 전통악기와 드럼, 기타 등 서양악기가 어우러진 하모니, 그리고 진짜 ‘선릉’ 정자각 마당에서 펼쳐진 무대였던 것 같습니다.

도심 속에 그 내밀함을 감추고 있던 선정릉 한복판에서 즐기는 뮤지컬이라니, 어쩌면 세계문화유산을 가슴에 품은 ‘강남’이기에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요.

화려한 하모니로 마무리된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의 박수갈채가 이어졌습니다. 강남구민과 구청 직원만 있을 거라 생각한 에디터의 어리석음을 꾸짖듯 외국인 관광객을 비롯해 데이트를 나온 20대 젊은 커플들이 꽤 눈에 띄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시민들은 서둘러 귀갓길을 재촉하는 대신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었습니다. 종종걸음으로 길을 되짚어오는 제 등 뒤로 “마음이 이상해. 맨날 보는 곳인데” 라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이게 했습니다. 네, 맞습니다. 저 또한 이상하게 마음이 울리는 귀갓길이었습니다.


p.s. 선정릉에서 보낸 저의 4일 저녁은 (인정하기 싫지만) ‘불타는 금요일’이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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