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민들의 민원해결사 자처...구민과의 약속 60% 지켰다, 이제부터가 진짜”


 

정순균 구청장은 “강남은 교통·교육·문화·일자리 등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 최고의 인프라를 갖췄지만 30~40년이 지나 노후화된 공동주택이 대부분이라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면서 “주민들 입장에서는 편한 주거 환경을 갖고 싶어하는 게 당연하기 때문에 강남의 집값을 무조건 투기의 시선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남은 하향평준화 대상 아니야...개발 통해 공동체 전체의 부 창출해야”

정 구청장은 강남 재건축을 위한 해법도, 대장 자치구로서 ‘맏형’의 품격을 갖추기 위한 조건도 ‘공동체 정신’ 회복에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 일본, 중국 등 각 국가의 랜드마크에 있는 30평짜리 아파트를 한번 봐라. 그곳의 가격은 천문학적인 숫자”라며 “강남은 강남에 맞는 부동산 정책을 통해 그 특성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도시 재정비를 통해 개발을 촉진하고,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만큼 공공성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정 구청장의 생각이다. 그는 “개발을 허용하는 만큼 거기서 오는 이익을 개발자나 주민이 가져가는 게 아니고 부동산 초과이익 환수제 등 세금을 통해 국가가 환수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면서 “개발을 통해 공동체 전체의 부를 창출하는 건 맞지만 공동체의 배려 없는 개발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민들도 개발이익의 일정 부분을 사회가 가져가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해야한다”고 했다.

그는 은마아파트를 예로 들며 “당시 주민들이 열린 마음을 갖고 접근했으면 이미 개발이 끝나 랜드마크로 성장했을 단지인데 지금은 사회적 분위기, 정부기조 등 시기를 놓쳐버리면서 주민들은 물론 국가·사회 전체적으로도 큰 비용을 치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남구뿐 아니라 이제 국가 전체에 '가진 사람이 함께 나누고 베푸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면서 “이러한 공공기부를 통해 되돌아오는 사회적 가치는 금전적으로 측정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 구청장은 “우리 구는 개발에 대한 확실한 논리적 근거를 갖췄고, 현재 서울시와 상시협의 채널을 만들어 의견을 수시로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언급한 근거는 강남구가 지난 2018년 진행한 ‘공동주택 재건축 관련 합리적인 개발방안 수립용역’조사다. 재건축 사업의 걸림돌로 지적되는 ‘35층룰'에 대한 조건부 완화 내용을 담고 있는데 강남구는 최근 이 결과를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서울시와 서울연구원에 협조를 요청했다. 그는 “최근 시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면서 "층고 문제에 대해 우리 구가 제시한 해결책이 반드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강남이 ‘맏형의 도시, 품격있는 도시’가 돼야 한다고 했다. 정 구청장은 “사람들 마음속에는 강남에 대한 동경과 반감의 정서가 공존하고 있다”면서 “한편에서는 강남으로 진입하고 싶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반정서가 있는데 우리가 미래로 가려면 더 이상 분열돼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는 “잘사는 형이 못사는 동생을 챙겨야 집안이 화목하고 번성하듯, 존경받는 형의 도시가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어 “매년 강남구 주민들의 재산세 절반이 서울시 25개 자치구로 보내지는데 아직도 주민들은 이에 대해 불만을 품고 ‘내 재산세를 우리 구에만 써달라’고 민원을 보낸다”면서 “연간 2000억원이 넘는 돈을 다른 자치구에 나눠주는 것은 구 재정 측면에서는 마이너스지만,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사회적 가치·이미지·품격 등 부가가치는 돈으로 살 수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정 구청장은 청담동 주택가 지하를 관통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집단 반발을 불러온 광역급행철도(GTX)-A에 대해서는 주민들의 우회 노선 요구를 관철 시키겠다고 했다.

그는 “국토부가 공법을 조정하면 한강으로 우회하는 노선으로 충분히 변경할 수 있다”며 “우회노선으로 인한 비용증가는 강남구가 부담할 의지가 충분히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 전체적으로도 시민의 안전성, 사회적인 갈등 증가 등보다 대안 설계로 가는 게 훨씬 나을 것”이라면서 “대안없는 비판은 소모적인 논쟁이다. 아파트 층고 규제, GTX-A 노선 등 여러 현안에 합리적인 해결책을 만들어 현명한 갈등조정자의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365일 메모하는 사나이···“‘역시 강남은 달라’, 보여주겠다”

‘4월 8일 도산공원 담장 개방-○’, ‘일원동 삼성병원 육교-X’

정 구청장의 별명은 ‘민원 해결사’다. 그의 집무실 한쪽 벽에는 391개(인터뷰 당일까지)의 포스트잇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정 구청장이 취임한 지 딱 7일째 되는 2018년 7월 9일부터 이날까지 현장에서 들었던 구민들의 민원과 구 발전을 위해 떠오른 그때그때의 아이디어를 적은 일종의 업무 알림판이다.

그는 “도산공원 담장개방은 약속을 지켰기 때문에 동그라미를,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육교건립 문제는 인근 상권이 망가진다는 민원이 많아 지키지 못해 엑스표를 쳐놓은 것”이라면서 “매일 출근해서 이 포스트잇을 살피는 20여분 동안 내가 지난 시간 동안 무엇을 지시했고, 뭘 하려고 했는지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초심을 되새기고자 시작한 일인데 직원들이 긴장하는 효과도 있어 일석이조”라며 “전반적으로 60%정도는 약속을 지킨 것 같다”고 했다.

정 구청장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많은 경험을 했고, 개인적으로도 큰 성장을 경험했다고 했다. 그는 국내 3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강남을 다녀간 1월 26일부터 약 4개월 가까이 주 7일간 비상근무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구청장은 정치인이 아니라 집안의 어머니 같은 역할을 하는 행정가”라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감염병 ‘조기발견-조기차단’을 원칙으로 정부가 미국· 유럽 입국자 전수조사 지침을 내리기 전부터 구 차원에서 모든 입국자를 검사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해왔다”고 했다.

강남구가 확진자들의 동선공개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아쉽다”고 했다. 정 구청장은 “강남구가 확진자가 다녀간 업소나 시설, 상호 등을 공개하지 않은 것을 두고 초반에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면서 “확진자 노선공개로 인해 2·3차 피해자가 생기고, 불필요한 논란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취했던 선제적 조치인데 진의와 다르게 읽혀 섭섭한 마음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불필요한 동선공개에 피로도가 쌓이고 이제 다른 자치구들과 언론 등에서도 무분별한 정보공개에 대한 자정작용이 생겨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실제 강남의 코로나19 대응은 ‘맏형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까지 1만805명이 강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아 코로나19검사를 받았다. 이는 서울시 전체 검사건수의 10%에 해당하는 수치로, 신천지 사태가 발생한 대구·경북 지역을 제외한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숫자다. 예산부족으로 감염이 의심됨에도 진단검사를 할 수 없는 타 지자체 거주민들을 모두 끌어안은 결과다.

정 구청장은 “감염병은 조기진단이 최고의 방역이라는 원칙 아래 확진자 동선 확인 후 이들이 거쳐간 모든 장소, 만난 사람들을 증상 유무에 관계없이 전원 검사하고, 타 지역주민이라도 희망자들은 선제적으로 검사를 받게 했다”며 “그 결과 구민 62명과 타 지역거주민 6명 등 68명을 조기에 발견했는데 진짜 방역이란 이런 것”이라고 했다.

신혼부부 유입과 출산율을 늘리는 것도 과제다. 강남구는 집값이 비싸다보니 신혼부부 유입률이 매우 낮다. 최근 한국의 출생률은 평균 0.98명, 서울 0.76명인데 강남구의 경우 0.63명으로 서울시 자치구 중 최하위 수준이다. 정 구청장은 “집값이 비싸다보니 신혼부부들이 강남에 들어오기 힘들다”면서 “지난해 수서역세권 신혼희망타운 398가구에 이어, 오는 6월 개포시영 행복주택 120가구, 12월 예정된 수서 A2, A3블록의 1279가구 등 신혼부부 공급 물량을 지속적으로 늘릴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삼성, 현대 등 일류기업이 운영하는 백화점, 호텔, 심지어 AS센터만 가도 이들의 서비스는 품격이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면서 “아이양육수당, 돌봄서비스, 24시간 여성안심귀가 안전망 구축, 거리 미관을 해치는 불필요한 광고판과 현수막 철거, 도시환경 및 조경 조성, 공무원의 서비스 자세 등 강남을 겪는 모든 사람들에게 ‘역시 강남은 다르다’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심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했다.

 

대담 아주경제 강영관 기자, 정리 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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