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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 모르는 발작, 거듭 겪으면 뇌전증 신호일 수도

과거 간질이라고 불렸던 뇌전증은 특정한 유발 요인이 없어도 발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만성 신경계 질환으로, 뇌 속에 있는 신경세포가 미세한 전기적 신호로 정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뇌파 때문에 발생한다

발병은 전 연령에서 가능하지만, 특히 5세 이하 소아기와 65세 이상 노년기에서 많이 발생한다. 소아에서는 유전성 질환이나 출산 전후 뇌 손상, 대사 이상, 신경계 기형이 주요 원인이지만 성인에서는 뇌졸중, 뇌종양, 외상성 뇌손상, 치매, 뇌염과 수막염 같은 감염성 질환 등이 위험 인자로 꼽힌다

대한뇌전증학회 역학위원회의 보고에 따르면, 국내 인구 1000명당 약 5명이 뇌전증을 앓고 있으며, 특히 75세 이상 고령층에서 뚜렷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윤호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전증은 과거 정신질환으로 오인되거나 부정적 인식이 있었지만, 2014년부터 법령상 명칭이 뇌전증으로 변경되면서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선천적인 질환이라는 오해도 있지만, 후천적으로 누구에게나 발병할 수 있고 치료를 통해 충분히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뇌전증 진단과 증상

뇌전증 진단의 핵심은 발작 양상을 상세히 듣는 병력 청취다. 환자 본인의 기억이 불완전한 경우가 많아 보호자나 목격자의 진술이 진단에 큰 도움이 된다

또한 뇌파검사(EEG)로 이상 전기 활동을 확인하고, MRICT를 통해 구조적 원인을 평가한다. 필요 시 장시간 뇌파 감시 검사나 혈액검사, 소변검사, 뇌척수액 검사도 시행한다. 특히 실신, 공황장애, 틱장애, 기면증, 야경증 등과 혼동되기 쉬워 정확한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뇌전증의 증상은 크게 뇌 전체에서 시작되는 전신 발작과 뇌의 일정한 부위에서 시작되는 국소 발작으로 나뉜다

전신 발작은 전신 경련과 함께 의식이 소실되고 입에 거품이 생기거나 배뇨가 동반되는 증상을 말한다. 세부적으로는 몸이 전체적으로 굳어지다가 떠는 전신강직간대발작갑자기 하던 행동을 중단하고 멍하니 바라보거나 고개를 떨어뜨리는 결신발작갑자기 전격적 또는 순간적으로 전신이나 사지, 몸통의 일부에 강한 경련이 일어나는 근간대발작등이 있다.

하지만 성인 환자의 대부분에서는 국소 발작이 더 흔하게 나타난다. 국소 발작은 뇌의 특정 부위에서 시작되는데, ·다리나 얼굴 일부가 씰룩거리거나 멍한 상태로 눈을 깜빡이는 등의 증상이 반복된다. 일부는 무의식적으로 입맛을 다시거나 손을 만지작거리는 등의 자동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증상이 생겨도 환자 대부분은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대개 노인들의 경우 손 떨림, 기억장애 등을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증상들은 뇌전증으로 인해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쉽게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윤호 교수는 발작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다면 반드시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특히 반복되거나 의식 변화가 동반되는 경우 조기에 진단을 받는 것이 예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뇌전증 치료

치료는 약물치료를 기본으로 한다. 발작이 특별한 유발 원인 없이 2회 이상 나타날 경우, 항경련제 복용을 시작해야 한다. 약물만으로도 전체 환자의 약 70%는 증상 조절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다양한 기전의 항뇌전증 약물이 개발돼, 발작 형태나 동반 질환에 따라 맞춤형 처방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2년 이상 약물치료에도 발작이 조절되지 않을 경우에는 난치성 뇌전증으로 진단된다. 이때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최 교수는 최근 뇌전증에 대한 수술기법이 발달하고 수술 성적이 향상되면서 굳이 난치성 뇌전증이 아니더라도 수술 후 뇌전증의 조절률이 높은 일부 질환에서는 조기에 수술을 일차적으로 고려하기도 한다뇌종양이나 동정맥 기형 등 뇌전증의 원인이 되는 병소가 뚜렷이 있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모든 뇌전증 환자가 수술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수술 전 두개강 내 전극을 이용한 뇌피질파 검사 등 충분한 검사를 통해 예상되는 수술 결과와 수술로 발생할 수 있는 신경증상이나 합병증에 대한 면밀한 검토 후 수술 여부와 수술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이밖에 발작 완화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는 미주신경자극술(VNS) 뇌심부자극술(DBS) 반응성뇌자극술(RNS) 등이 있다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규칙적인 약 복용은 필수이며, 수면 부족과 과음은 피하고 생활 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문혜진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전증은 전염되지 않고 정신질환도 아니다대부분 유전되지 않으며, 누구나 걸릴 수 있는 흔한 질환인만큼 포기하지 않고 치료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백세시대(http://www.100ss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