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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지 걸어도 금세 숨쉬기 힘든 특발성 폐섬유증

숨을 쉬는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되는 병이 있다. 바로 특발성 폐섬유증이다. 폐 조직이 점점 굳어지고 탄력을 잃으면서 산소 교환이 어려워지는 이 질환은 대표적인 간질성 폐질환가운데 하나다

여기서 섬유화란 굳는 것을 의미하는데 신체에 상처가 생기면 낫는 과정 가운데 상처 부위가 딱딱해지듯, 폐 섬유화 역시 폐가 어떠한 이유로 손상을 받은 후 치유되는 과정에서 남는 상처라고 할 수 있다. 이 중 원인을 알 수 없이 진행하는 경우가 특발성 폐섬유증이다.

김경훈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특발성 폐섬유증은 희귀질환으로 분류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드물다고 보기 어려울 만큼 환자 수가 늘고 있다특히 진단 후 평균 생존 기간이 3~5년에 불과할 정도로 치명적인 것으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특발성 폐섬유증 원인과 증상

특발성 폐섬유증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주로 60세 이상 고령층, 특히 남성과 흡연자에게 많이 발생한다

실제로 특발성 폐섬유증의 국내 유병률은 10만명당 40명 안팎으로 알려져 있지만, 65세 이상에서는 500~1500명당 1명 정도로 결코 드문 질환은 아니다.

이 외에도 폐섬유증 가족력 또는 특정 유전자들의 돌연변이 금속 가루, 목재, 곰팡이, 먼지 등에 직업적으로 노출 위식도 역류질환 등이 발병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 증상은 가래 없는 마른기침이 몇 주 이상 지속되고, 좀 더 진행되면 가벼운 운동에도 숨이 차서 호흡곤란이 온다. 처음에는 감기나 기관지염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점차 평지를 걸어도 숨이 가쁘고 피로감을 호소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

호흡곤란이 올 정도면 이미 어느 정도 병이 진행됐다고 보면 된다. 초기에는 호흡곤란을 동반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말기에는 산소 공급을 지속적으로 받아야 할 정도로 증상이 악화하는데, 이땐 저산소증과 함께 손가락 끝이 둥글게 되는 곤봉지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김경훈 교수는 특발성 폐섬유증의 초기 증상은 마른기침과 호흡곤란 등으로 일반적인 호흡기 질환과 비슷해 간과하기 쉽다이 때문에 실제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폐 섬유화가 상당 부분 진행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증상만으로 특발성 폐질환이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여러 검사를 받아야 한다. 진단을 위해서는 폐 기능 검사와 고해상도 흉부 CT 검사 등을 시행한다. 폐 하부에서 들리는 바스락바스락거리는 소리, 즉 특유의 수포음도 진단 단서가 된다.

다른 간질성 폐질환과 감별이 필요할 때는 호흡기내과, 류마티스내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등 여러 전문가의 다학제 진단이 이뤄져야 한다.

특발성 폐섬유증의 치료와 관리

아직까지 폐의 섬유화를 되돌릴 수 있는 치료법은 없다. 그러나 피르페니돈’, ‘닌테다닙등 항섬유화제 약물로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급성 악화를 줄여 생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항섬유화제 약물 치료는 폐 섬유화의 진행을 늦춰 폐 기능 감소 속도를 50% 정도 줄임으로써, 기대 생존 기간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다만 메스꺼움, 설사, 식욕부진, 간 기능 이상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정기 검진과 부작용 관리가 필수다

이 같은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병이 빠르게 악화한다면 폐 이식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장기 이식 대기자 수에 비해 공여 폐가 부족하며, 고령에서는 이식 수술에 따른 합병증 등 위험 부담이 커 제한적인 치료 방법이다.

약물치료 외에도 증상 완화를 위한 산소치료, 호흡 재활치료 등이 병행된다. 호흡 재활은 폐 기능 자체를 회복시키지는 못하지만, 운동능력과 일상생활 수행 능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김경훈 교수는 최근 치료제 발전과 조기 진단을 통한 적극적인 관리로 생존 기간이 개선되고, 장기간 치료와 관리가 가능한 환자들도 늘어나고 있다약물치료와 함께 생활 습관 관리가 환자의 삶의 질을 지키는 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특발성 폐섬유증의 진행을 늦추려면 생활 관리가 중요하다. 금연은 기본이며, 독감·폐렴구균 백신 접종은 감염으로 인한 폐렴 발생 또는 폐섬유화증의 급성 악화를 예방할 수 있다

숨이 차더라도 가능한 범위에서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으며, 미세먼지가 많은 환경은 피하고, 실내에서는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그는 특발성 폐섬유증은 예방이 쉽지 않은 질환이지만, 증상을 무심히 넘기지 않고 조기에 진단받는 것이 곧 최선의 예방법이라며 의심 증상이 있다면 전문의를 찾아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고, 생활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백세시대(http://www.100ss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