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에게 '톨스토이' 읽는 기쁨 주고싶었다

[중앙일보] 입력 2015.02.24 00:07 / 수정 2015.02.24 00:52

 

 소셜벤처 '스위치랩' 함의영 대표
쉬운 단어로 바꾸고 요약만화 붙여
도서관·복지기관 등에 무료 배포
 
1.7% 대 75%. 전자는 한국의 전체 문맹률, 후자는 한국의 ‘실질 문맹률’이다. 실질 문맹률은 글을 읽어도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비율이다. 한국의 실질문맹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다. 공익마케팅 소셜벤처인 ‘스위치랩’의 함의영(33·사진) 대표는 전체 문맹률과 실질 문맹률 사이에서 발생하는 정보 불평등에 주목했다.

 

그렇게 나온 책이 민간에서 처음 나온 발달장애인용 도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다. 함 대표는 “발달장애인들은 성인이 된 이후 선거권을 갖게 돼도 공약을 이해 못해 제대로 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들의 정보 습득 능력을 키워주면서 글 읽는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어 책을 발간하게 됐다”고 말했다. 책은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독자 타깃은 발달장애 청소년들이었다. 번안 작업이 쉽지 않았다. 보통 12챕터로 구성돼 있는 책을 25챕터로 더 쪼갰다. 단어들은 모두 쉬운 단어로 순화시켰고, 등장인물이 헷갈리지 않도록 대화체 옆에 꼭 해당 등장인물 그림을 그려넣었다. 챕터 마지막엔 요약 만화까지 삽입했다. 특수교육 종사자들, 발달장애인들의 감수를 받아 수십 번 수정 작업을 거쳤다. 꼬박 9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좀 더 쉬운 아동용 책을 발간할 수도 있었지만 굳이 이 책을 고집한 건 발달장애 청소년들의 자존감을 지켜주기 위해서였다.

 

함 대표는 “발달장애 청소년들은 ‘내 친구들이 지금 무엇을 읽나’가 도서 선정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며 “청소년 필독 도서이면서도 교훈적인 내용을 많이 담고 있는 책을 고르다 톨스토이의 책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스위치랩은 책을 전부 무료 배포하기로 했다. 먼저 500부를 찍어 중앙도서관·특수교육 복지기관·자폐인 협회 등에 전달했다. 개인 주문도 따로 받는다. 함 대표는 “앞으로 쉬운 글 콘텐트를 계속 제공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상지 기자

 

기사출처: 중앙일보<http://joongang.joins.com/article/aid/2015/02/24/16775794.html?cloc=olink|article|defau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