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이야기]복지사회에는 장애인도 장애가 없다
최종승인 2016-01-13 14:29:02

“복지사회에는 장애인도 장애가 없다.”이 말은 정의화 국회의장님의‘이름값 정치’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저는 이 말의 의미를 장애인들도 사회생활을 비장애인들처럼 할 수 있도록 하는데 정책의 초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음에서는 이러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법제과정에서 논의해 볼 사항으로 ①장애 개념의 패러다임 전환, ②특별수요신탁제도(Special Needs Trust), ③장애인권리옹호제도(P&A)의 도입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장애에 관한 패러다임의 전환: 의료적 모델에서 사회적 모델로

 

장애에 관한 접근을 의료적 관점에서 사회적 관점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국제적인 기준에 입각해 보더라도 현재의 의료적 모델에 기초한 장애개념에 대해서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서도 우려를 표명할 만큼 개선이 필요한 영역이라 하겠습니다.

 

법률적인 측면에서 현재 이미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을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로 정의하여 어느 정도의 사회적 관점을 수용하고 있으나1), 「장애인복지법시행령」에서는 의료적 관점에 중점을 두고 구체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장애인복지법시행령」 [별표1]에서 의학적으로 신체적·정신적 손상, 즉 질병의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가에 따라 장애분류와 장애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의료적 관점의 접근은 기계적으로 장애를 분류하고 개별적 요소가 고려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장애인의 범주에서 제외될 수 있으며, 장애의 원인인 질병이 외부로 드러남에 따라 장애를 낙인으로 만들어 버리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다 법률에 부합하도록 시행령상의 장애 유형을 개편하는 작업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장애의 유형을 청각장애, 시각장애, 인지장애, 보행장애, 자기돌봄장애, 독립생활장애 등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사회생활을 하는데 어떤 불편이 있는지에 따라 장애를 유형화하고 각 유형에 맞게 지원하여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하자는 시스템입니다. 이 경우 거동이 불편한 노인도 장애인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노인이 되며, 노령으로 인해 사회생활에 불편을 가지게 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장애인 이슈는 우리 모두의 관심사가 될 수 있습니다.

 

장애인 정책의 패러다임을 기존 의료모델에서 사회모델로 전환하는 것은「장애인복지법」에서 장애인복지정책을 하는 이유에 대해 "장애인복지의 기본이념은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 참여와 평등을 통하여 사회통합을 이루는 데에 있다.”2)고 규정하고 있는 것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앞에서 제시한 미국의 사례를 참조하여 법률안 성안 시 장애의 개념 및 유형을 법률에 규정한다면 현행 법률과 시행령상의 괴리를 보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별수요신탁(Special Needs Trust) 제도의 도입

 

‘특별수요신탁제도’는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입니다. 동 제도는 「미국 연방 사회보장법」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신탁으로 재산을 보유하더라도 공공부조의 수급자격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고, 교육비, 취미활동비, 물리치료비 등 수익자에게 적합한 보호 프로그램의 비용 충당을 통해 장애인들의 사회적 자립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제도를 도입한다면 장애인들이 사회적 자립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있어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동 제도를 입법할 때 가장 큰 쟁점 중의 하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의 관계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별수요신탁의 재산이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을 위한 소득인정액에 포함된다면 특별수요신탁제도가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특별수요신탁제도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특별수요신탁의 재산은 공공부조를 위한 수급자 선정 시 장애인의 소득인정액에서 제외되도록 관련 법령이 함께 정비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 제도의 도입을 위해서는 「장애인복지법」에 특별수요신탁기관의 설치 또는 운영 위탁의 근거를 둘 필요가 있는데, 이 경우 다음의 두 가지 사항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첫째, 특별수요신탁은 장애인의 재산증식이 목적이 아니라 신탁재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장애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복지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그 운영 위탁기관의 자격을 정하는 경우 장애인의 권리옹호 및 차별금지 활동을 하고 있는 비영리법인으로 한정하는 등 그 위탁 요건을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둘째, 특별수요신탁기관이 신탁재산을 장애인의 이익에 가장 부합되는 방향으로 투명하게 운영 및 사용하도록 할 필요성이 있으며, 특별수요신탁의 재산은 공공부조를 위한 수급자 선정 시 소득인정액에서 제외되는 예외적 성격인 만큼 신탁재산의 운영 및 사용에 관한 명확한 기준과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장애차별 구제를 위한 권리옹호제도(P&A)의 도입

 

장애인의 편에 서서 장애인 차별과 관련된 법률 구조 활동을 수행하는 적극적인 권리옹호기관을 신설하는 것은 장애인의 권익 향상에 매우 큰 기여를 할 것입니다. 장애차별 구제를 위한 권리옹호제도(P&A: Protection and Advocacy) 역시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를 우리나라에도 도입한다면 부당한 인권침해로부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그들의 권리를 옹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현재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시행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의한 차별조사 및 권리구제는 지방 일부에 사무소를 두고 있지만 서울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고, 장애인 인권옹호 업무를 처리하는 인력과 예산의 제한성, 실제 장애인 관련 진정사건의 처리속도가 늦으며, 빈발하는 장애인 인권침해 사건에 기동성 있게 관여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3) 등의 제약이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가 될 것입니다.

 

장애차별 구제를 위한 권리옹호제도를 법률로 도입하는 경우, 동 제도가 활발히 시행되고 있는 미국의 제도를 참조할 때 다음 사항이 명확하게 규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장애인 권리옹호기관의 운영 주체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민간 비영리단체 중 어느 곳으로 할 것인지를 결정하여 그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1975년 「발달장애인 지원 및 권리장전법(Developmental Disabilities Assistance and Bill of Rights act)」의 제정을 통해 권리옹호체계가 마련되고 P&A 기관이 설립되었으며, 이후 「재활법」, 「정신장애인을 위한 보호·옹호법」, 「장애인을 위한 기술 관련 원조법」 등의 법안을 통해 미국 전역에 57개의 P&A 기관이 설립되어 다양한 권리옹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국 P&A 기관의 법적 성격을 살펴보면 민간 비영리단체, 법무법인, 주 기관 등이 권리옹호기관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민간 비영리단체가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천우정 심의관
천우정 심의관

둘째, 장애인 권리옹호기관의 업무범위와 관련하여 구제를 위한 소송 활동을 주 업무로 할 것인지, 장애인 권리침해 및 학대사건 등에 대한 조사·접근과 사후 관리 등 광범위한 구제 업무를 담당할 것인지 업무범위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미국의 경우 P&A 체계에 관한 법률 중 하나인 「발달장애인 지원 및 권리장전법」에 따른 P&A 기관은 장애인 권리침해 및 학대 사건의 조사, 소송활동, 서비스에 관한 정보제공  등 광범위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셋째, 장애인 권리옹호기관의 운영 주체 및 업무범위가 결정되면 인력구성에 관한 논의가 필요한데, 미국 P&A 기관의 경우 변호사와 사회복지사 등의 전문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중 변호사가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예산에 대해 말씀드리면 미국의 경우 P&A 기관은 프로그램에 따라 다양한 연방자금을 지원받고 있으며 해당 주에서 자금을 지원받기도 하는데, 이러한 사례를 참조하여 우리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P&A 기관의 설치·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법률에 규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상에서 장애인 사회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 중 ①장애 개념의 패러다임 전환, ②특별수요신탁제도(Special Needs Trust), ③장애인권리옹호제도(P&A)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장애인 정책의 핵심은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처럼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습니다. 국회 법제실은 ‘장애인 사회참여 활성화를 위한 입법과제’를 주제로 ‘국회의장 정책현장 입법간담회’를 2015년 4월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장애인개발원 이룸센터에서 개최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의제들이 국회에서 보다 활발히 논의되기를 기원합니다.

 

국회에 오시면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이 다니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층계 옆의 비탈길, 점자표시 등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를 ‘장벽 없는 건축설계’, 영어로‘배리어 프리(barrier free)’라고 합니다. 이는 정의화 국회의장님의 작품입니다. 의장님께서 2010년 국회부의장이 된 후 국회 내 전역을 교통약자의 보행권 모범지역으로 만들기로 결심하셨고 국회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동 사업이 반영되었습니다. 국회 시설물을 고령자나 장애인이 다니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고치면 전국 각지의 시설물도 국회를 모델로 삼아 벤치마킹에 나설 것이라는 생각에서 추진하셨다고 합니다.

 

국회에 오신다면 눈여겨 살펴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장애인복지법 제2조(장애인의 정의 등) ①“장애인”이란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를 말한다.

②이 법을 적용받는 장애인은 제1항에 따른 장애인 중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장애가 있는 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애의 종류 및 기준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1. “신체적 장애”란 주요 외부 신체 기능의 장애, 내부기관의 장애 등을 말한다.
2. “정신적 장애”란 발달장애 또는 정신 질환으로 발생하는 장애를 말한다.

2) 「장애인복지법」제3조

3) 조창용(부산장애인총연합회회장), 「장애인 사회참여 활성화를 위한 입법과제」에 대한 토론문, 제2차 국회의장 정책현장 입법간담회, 2015.4.

정의화, 「이름값 정치」, 2011.

 

천우정 국회 법제실 행정법제심의관

 

출처:국회onhttp://www.naon.go.kr/content/html/2016/01/13/f255fe7d-f7ef-4201-ac0d-f39f8bbbc23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