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저녁뉴스]

385억 원.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장애인 교사를 뽑지 않아 올해 낸 벌금액입니다.

그만큼 장애인 교사가 없다는 건데요.

실제로 기성세대가 학창 시절을 돌이켜봐도, 또 지금 학생들이 학교 모습을 생각해봐도 장애인 교사를 떠올리기는 힘듭니다.

지난달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런 상황에 대해 교육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는데요.

EBS는 오늘부터 학교에서 장애인 교사를 볼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또 이로 인한 문제와 해결 방안을 살펴보는 연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먼저, 그 첫 번째 순서로 일반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시각장애인 김헌용 교사를 금창호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구 구룡중학교의 1학년 영어 시간.

영어 본문 내용을 설명하는 교사의 손에 흰 종이책이 들려있습니다.

''으로 책을 읽을 수 있게 마련된 '점자 교과서'입니다.

"천천히 읽을게요. , 세라부터 나오네. , 세라 아니고 소라네요. 그렇죠?"

시각 장애를 갖고 있는 김헌용 교사는 올해로 12년째 일반 중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어둡고 밝은 정도만 구분할 수 있는 중증 시각장애인이지만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점자 정보 단말기나 컴퓨터 화면 내용을 음성으로 바꿔주는 프로그램 등 다양한 기기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김헌용 교사 / 서울 구룡중

"주로 출석부를 저장해놓거든요. 학생들의 출석부는 책이 없기 때문에 이 기계로 확인할 수밖에 없어요. 학습지 같은 낱개의 유인물 같은 경우는 이 기기 안에다 넣어놓고 사용을 합니다"

비장애인 교사와 마찬가지로 일주일에 18시간 수업하는 김 교사.

최근에는 원격 학습 플랫폼을 사용해 학생들과의 소통이 더 원활해졌습니다.

김헌용 교사 / 서울 구룡중

"학생들과 추가적인 피드백이나 어떤 질문이나 이런 거는 또, 다시 수업이 끝나고 온라인 상에서 주고 받기도 하고요"

학생들은 김 교사의 수업을 가장 좋아하는 수업 중 하나로 꼽습니다.

박준우 1학년 / 서울 구룡중

"선생님 성격이 좀 유쾌한 성격인 것 같아서 수업이 재밌었던 것 같아요"

이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장애인 교사를 본 적이 없어 수업을 함께 잘 할 수 있을까 했던 걱정도 금새 사라졌습니다.

이시연 1학년 / 서울 구룡중

"학습지 같은 거 못 읽으실까 봐 약간 걱정되긴 했는데, 보조 선생님도 옆에 계시고 키보드 그것도 있어서 잘 읽으신 것 같아요. 선생님이 다 잘 수업 진행하셔서"

학생들은 김 교사가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특히, 지난 2017년에는 학생들의 힘으로 김 교사의 출퇴근길에 점자 보도블록이 설치됐습니다.

김헌용 교사 / 서울 구룡중

"발을 딱 바닥에 내딛었는데 갑자기 주말 사이에 점자 보도블록이 생겨 있는 거예요. 저를 인터뷰해갔던 친구들이 강남구청에 민원을 넣어서 점자 보도블록이 깔리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너무 고맙더라고요"

학생들과 소통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김 교사.

앞으로 일반 학교에도 자신과 같은 장애인 교사가 더 많이 생기기를 바라봅니다.

김헌용 교사 / 서울 구룡중

"사회의 축소판으로서 학교라는 것은 더 다양해져야 한다. (학생들이) 내가 성장해서 자라갈 사회에 이런 사람들도 있고 저런 사람들도 있구나. 이거를 그냥 말로써 배우는 게 아니라 그냥 경험으로써 배우겠죠. 그런 측면에서 교육적 의미가 있다

출처: EBS NEWS 금창호 기자 guem1007@e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