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구 큰 역장, 장애인 휠체어 스치자 기절하듯 쓰러져
"다치지 않았는데 계속 119"…폭력 시위로 변질 의도?
"공사직원들 중증장애인 여성 폭행하고 사과도 안해"
삼각지 6호선 역장 담당구역 버리고 4호선서 경고 방송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3일 지하철 선전전에 나선 가운데, 서울교통공사(공사) 측의 시위 방해가 도를 넘어서는 모습이다. 전동 휠체어에 스치기만 했는데 바닥에 쓰러지고 119를 부르며 전장연의 준법 시위를 폭력 시위로 변질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렀다.
전장연은 이날 오전 8시쯤 성신여대입구역에서 '장애인권리예산·입법 쟁취 254일 차 지하철 선전전'을 시작했다. 오전 10시쯤부터는 삼각지역 숙대입구역 방면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승강장에는 150명 정도의 경찰 병력이 배치되어 있었다.
전장연 측은 기자회견 10분 전인 오전 10시 20분쯤 준비한 스피커를 통해 노래를 틀었고, 이에 삼각지역 역장이 전장연 회원들 옆에서 대응 성격의 경고 방송을 했다. 삼각지역장은 "역 시설 등에서 고성방가 등 소란 피우는 행위, 광고물 배포 행위, 연설 행위, 철도 종사자의 직무상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방해하는 행위는 철도안전법에서 금지하고 있다"며 "전장연은 시위를 중단하고 역사 밖으로 퇴거하기 바란다"고 했다.
역장은 이어 전장연 회원들 옆에서 정면으로 자리를 옮겼고, 1차 경고 방송보다 음량을 높여 2차 경고 방송을 했다. 이 가운데 전장연 회원이 탄 전동 휠체어가 40~50㎝ 정도 전진했고 역장이 승강장 바닥에 기절하듯 쓰러졌다. 역장이 쓰러지면서 그 주변으로 언론사 카메라들이 일시에 몰려들었다.
전동 휠체어는 역장의 다리 부분을 살짝 부딪치거나 스치는 정도로 움직였다. 성인 남성 중에서도 체구가 좋은 편인 역장이 쓰러질 정도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당시 기자와 함께 상황을 목격한 방송사 촬영 기자도 "살짝 부딪히는 정도로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역장은 촬영을 의식한 듯 한동안 누워 있다가 힘들어하는 표정으로 몸을 일으켜 바닥에 앉았다.
이에 전장연 회원들이 "비켜주라" "일어나라"고 요청하자 역장은 자신이 "환자"라고 소리치며 눈을 흘기거나 큰 목소리로 언쟁을 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공사 지하철 보안관 복장을 한 여성 직원이 경찰 뒤에 몸을 숨긴 채 "사과하라"고 전장연 측에 요구했다.

전장연 측은 역장에게 "어제 중증장애인 여성을 내팽개쳐서 공사 직원들에게 사과하라고 할 때 어쨌냐. 그 직원을 뒤로 빼면서 사과도 안 하지 않았냐. 지금 뭐하는 것이냐"며 따졌고, 역장은 대꾸하지 않은 채 잠시 뒤 119 휠체어를 타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김필순 전장연 기획실장은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휠체어가 갑자기 (앞으로) 나가긴 했지만 직접 부딪혔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역장 방향으로 이동한 게 아니라 옷에 (조종 장치가) 걸려서 휠체어가 앞으로 나갔다. 실수로 앞으로 나갔다. 돌진한 게 아니다. 돌진할 상황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다치지 않았는데 어제부터 (공사 측에서) 계속 119를 부르고 있다"면서 앞으로 움직였던 휠체어의 고장난 오른팔걸이 부분을 보여주고는 "휠체어가 왜 이렇게 부서진 줄 아나. 어제 (충돌) 과정에서 조이스틱(조종 장치)이 다 망가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장한테 패대기 당한 활동가도 있지만 사과받지 못했다"며 "(공사 직원들이) 과하게 리액션(반응) 한다고 충분히 보여진다. 전체적으로 (공사 직원들에게) 리액션하라고 지시가 오지 않았나 싶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DDP)역에서도 심하게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성신여대입구역에서 선전전을 시작한 전장연은 이날 DDP역에서 하차했다가 5분 이내에 재탑승하고 삼각지로 이동하려고 했지만 이를 경찰과 공사 직원들이 막으면서 뒤엉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전장연 회원들도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상황은 서울시와 공사, 경찰이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서울시는 2024년까지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전장연은 열차운행 시위를 5분 넘게 지연할 경우 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강제조정안을 냈고, 전장연은 5분 초과 선전전을 금지하는 조정안에 따라 이번 선전전에서 5분 내 탑승을 원칙으로 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1분만 늦어도 큰일이 나는 지하철을 5분이나 연장시킬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법원 조정안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히고 무관용 원칙을 내세웠다. 전날 지하철을 무정차 통과시키고 경찰력까지 동원해 시위를 막으면서 5분이면 끝날 시위를 14시간 대치하는 상황으로 몰고 갔다. 이 때문에 퇴근길 지하철 곳곳에서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졌다.

전장연 측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들의 요구는 장애인도 지하철을 타게 해달라는 너무나도 기본적인 권리다. 장애인도 시민으로 함께 살아가게 해달라는 너무나도 기본적이고 절박한 호소"라면서 "하지만 우리는 지하철을 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것은 '장애인은 시민이 아니다' '장애인은 지하철로 제대로 이동할 수 없다'고 말하는 오세훈 시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합작의 결과"라며 "우리는 비록 지하철을 탈 수 없었지만 시민 여러분께서 우리에게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권리, 지역에서 자유롭게 살이길 권리, 함께 살아갈 권리를 나누어 줄 것이라 믿는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 믿음으로 오늘도, 내일도 지하철을 타고자 한다. 장애인들도 시민들과 지하철을 함께 타겠다. 자유롭게 이동해 이동하고 지역사회에서 자유롭게 살아가겠다"며 "자유로운 사회 보장은 기본적인 권리다. 시민 여러분께서도 이 권리를 나누어 주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을 하는 과정에서도 공사는 전장연 측을 자극했다. 6호선 삼각지역 역장이라고 밝힌 공사 관계자는 기자회견보다 크게 스피커 음량을 높이고 10차례 이상 경고 방송을 이어갔다. 6호선의 시민 안전을 책임질 담당자가 자신의 노선을 버리고 4호선에서 경고방송을 한 것이다. 그는 기자가 "여기는 4호선인데 왜 6호선 역장이 방송을 하냐"고 묻자 자신도 역장이라 가능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공사 관계자는 민들레와의 통화에서 역장의 과도한 반응과 관련해 상부의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6호선 역장의 경고 방송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한 부분"이라며 "인력 조정을 통해서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는 부분이 없다"고 답했다.
전장연은 이날 오후 2시 30분쯤 DDP역에서 해단식을 했다. 전장연은 올 연말까지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4호선 삼각지역을 중심으로 출근길 선전전을 할 방침이다.

출처: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김성진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