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옥, 박춘매, 이기숙 3인展
전시기간 : 2021. 4. 6. ~ 4. 24.
전시시간 : 오전 11시 – 오후 6시, 월요일 휴관
전시장소 : 갤러리두, 서울 강남구 청담동 63-18 경원빌딩 B1
전시문의 : (02)3444-3208, https://blog.naver.com/navil0705



1. 기다림_김인옥_91x117cm_한지에 채색_2020
2. HouseStory1_박춘매_Survival This Era_53x45.5cm_Mixed various materials, 2021
3. 선묘풍경_이기숙_72x90cm_캔버스에 한지, 흙과 채색, 2020
현실을 초월한 이상향의 세계
윤진섭 (미술평론가/호남대 교수)
최근 들어 김인옥의 화풍이 더욱 세련되면서 양식화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기다림의 미학’ 혹은 ‘동심의 세계’로 요약할 수 있는 그의 화풍은 화려하나 결코 야하지 않는 색채감을 통해 발현되고 있다.
그런 김인옥의 화풍을 요약하자면 나무의 표현에 있어서 원과 삼각형으로 귀결된다. 기실 작가에게 있어서 개성이 두드러지는 화풍의 수립이 결코 용이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 보는 것과 같은 독특한 화풍의 수립은 각고의 수련 끝에 얻어진 성과일 것이다. 같은 나무며 꽃이되 이제까지 발표된 양식과는 다른 양식을 창출하는 일은 그래서 그것이 곧 작가의 생명으로 간주될 만큼 중요한 것으로 간주된다. 김인옥은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독자적인 채색화가로서의 입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한지에 수간채색으로 작업을 하는 김인옥은 재료의 특성상 나타날 수 있는 채도의 저하를 잘 극복하고 화사하면서도 선명도 높은 색상을 발현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그는 끊임없이 축적되는 붓질을 통해 탄탄한 형태를 구축해 나간다. 그러한 그의 행위는 세공(細工)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노동집약적이다. 원래의 수간채색이란 것이 특성상 노동집약적이지만 김인옥의 작업은 그 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작가의 세계에 대한 비젼을 심어 넣는다. 그 비젼이란 것을 요약하자면 앞서 언급했듯이 ‘기다림의 미학’이자 ‘동심의 세계’인 것이다.
김인옥의 그림에서 이 ‘기다림의 미학’은 아주 오래 전 살림집이 있는 서울과 작업실이 있는 양평의 항금리를 오가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그는 이 두 곳을 왕래하면서 ‘기다림’이란 모티브를 얻게 되었던 것이다. 그 ‘기다림’을 상징하는 것이 곧 기차와 버스다. 그래서 김인옥의 화면에는 삼각형의 나무들이 줄 지어 서있는 숲 저편에 작게 보이는 기차와 버스가 자주 등장한다. 가는 연기를 내뿜으며 평원을 달리는 기차가 암시하는 기다림의 율조, 곧 아련한 서정이 한 편의 영화 장면처럼 촉촉이 화면을 적시고 있다. 그 때 그런 김인옥의 그림은 곧 한편의 시에 다름 아니다. ‘그림은 시와 같이’란 말이 있듯이, 시와 그림이 같은 위치에 서 있는 것, 그것이 바로 김인옥의 작품세계의 특징이 아닌가 한다.
김인옥이 구가하는 세계는 그런 의미에서 현실을 초월한 세계이다. 복잡하고 고단한 현실을 떠나 피폐해진 영혼이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세계, 김인옥은 그런 세계를 추구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세계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방식을 취해서는 곤란하다는 사실을 그 자신은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과감한 형태의 왜곡을 거쳐 단순화에 이른 것이다. 사물의 단순화란 사물의 복잡다기한 형태들을 가지치기하여 본질에 육박하는 행위가 아닌가. 그런 작가적 비전은 오랜 수련 기간을 거쳐 이제 명료한 삼각형과 원의 형태로 상징화하기에 이른 것이다.
한 송이의 소담한 수국 혹은 솜사탕이나 막대사탕을 연상시키는 나무의 상징화는 김인옥 회화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지 이미 오래지만, 근작에서 그것들은 어린 요정들이 사는 동화속의 나라가 되고 있다. ‘동심의 세계’란 상상 속의 이 작은 왕국을 요약한 것이다. 그 동그란 나무들은 어느 땐 숲이 되기도 하고, 어느 땐 작은 어린 왕자들이 사는 막대사탕 나무가 되기도 한다. 황금나무의 숲인가 하면 소담하고 탐스런 솜사탕이 주렁주렁 열린 나무가 되기도 한다. 이 모두는 현실을 초월한 풍경들이다.
김인옥의 수간채색 작업은 색가(色價)가 맑고 청아한 것이 특징이다. 청색과 녹색, 연한 핑크색, 밝은 주황색들을 바탕으로 환상적인 몽상의 세계를 드러내 보여준다. 그것은 작가 특유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런 상상력이 물 조리 속에 가득 담긴 둥근 나무들, 솜사탕처럼 포근한 숲에 사는 작은 요정의 왕국을 탄생시킨다. 푸른 잔디밭은 작은 꽃들로 가득 장식돼 있고, 줄지어 서있는 나무숲에는 작은 새들이 날아다닌다. 이 작디작은 세계는 곧 큰 ㅔ계의 축소판이다. 그 나무숲 위로는 흰 구름이 둥실 떠다닌다. 김인옥은 이 목가적인 풍경이 매료돼 오랜 세월동안 전원 풍경을 그려왔다. 화풍의 특성상 그것들 역시 현실을 초월한 세계처럼 보이는데 이는 김인옥의 회화가 지닌 중심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다. 즉 구체적인 사건이 즐비하게 일어나는 현실세계를 초월한 이상적인 세계, 곧 심상 속의 세계가 바로 김인옥이 추구하는 또 하나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김인옥이 추구하는 심상 속의 세계를 암시하는 또 하나의 풍경은 숲 속에 자리 잡은 작은 집들이다. 이 그림 속에 묘사된 집들은 나무보다 훨씬 작게 표현돼 있다. 그래서 그것은 마치 어린 왕자들이 사는 집처럼 보인다. 이처럼 현실이 도치된 세계는 김인옥의 심상 그림의 특징을 잘 드러내 보여준다. 그것은 ‘동심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그 세계 속에 거침없이 사는 작가적 상상력을 잘 나타내는 사례이다.
“<기다림> 연작은 원래 일상적 사물을 여성의 섬세한 시각으로 다룬 작품이다.
이것 또한 90년대 초반부터 김인옥이 끈기 있게 다루어온 작업경향 가운데 하나이다.
이 연작은 소재 면에서 볼 때, 빨래가 널린 전원 풍경이나 커튼이 드리워져 있는 실내풍경, 혹은 꽃이 소담하게 담긴 화병이 초원을 배경으로 놓여져 있는 타입으로 구분된다.
어느 것이나 여성의 섬세한 시각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로서 대상에 대한 작가의 서정적인 감성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들이다.”
위 인용문은 2천년대 초반에 김인옥의 개인전에 즈음하여 필자가 쓴 서문의 한 대목을 인용한 것이다. 그 후 다시 십 여 년이 흘렀다. 그 십년 동안 김인옥은 특유의 친근하고 정감이 넘치는 시선으로 자연과 주변을 화폭에 담아왔다. 그의 근작전은 그 동안의 성과를 잘 말해주고 있다.
박춘매 작가 작업노트
시간이 겹겹이 묻어있는 집.
처음엔 모두 새로운 것이었다.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하게 보일 즈음 지금은 불필요한 부속 물 조차도
아름다운 조형물로 시선이 머문다.
새롭고 낯선 것이 유행이 되었다가 사라졌다가
그러든 말든
묵묵히 그 자리에 있는 자체로도 볼수록 아름답고 새롭다.
2021.3



4. 항금리 가는 길_김인옥_73x61cm_한지에 채색_2020
5. HouseStory1_박춘매_Survival This Era_72.6x53cm_Mixed various materials, 2020
6. 선묘풍경_이기숙_72x90cm_캔버스에 한지, 흙과 채색, 2020_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