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움: 사람을 만나다] 조리사 김현옥 선생님의 이야기

하루 한 끼, 따뜻한 한 그릇에 담긴 마음. 4년 동안 강남세움복지관 장애인 무료식당에서 정성을 다해 점심식사를 준비해온 조리사 김현옥 선생님. 이제 정년을 앞두고 그간 걸어온 시간을 돌아보며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사진.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장애인 무료식당 모습


 

안녕하세요. 저는 강남세움복지관에서 장애인 무료식당 조리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현옥입니다.”

어느덧 4년째 강남세움복지관에서 식사를 준비해 온 김현옥 선생님. 처음 이곳에 오게 된 건 뭔가를 해보자는 마음 하나로 우연히 보게 된 채용 공고 덕분이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선택은 선생님에게 뜻깊은 시작이 되었다고 합니다.

첫 출근날 솔직히 좀 당황했어요. 이렇게 많은 장애인과 함께하는 공간은 처음이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같은 사람으로 느껴졌어요. 이제는 낯설지도 어렵지도 않아요.”

가장 인기 있는 메뉴에 대한 질문엔 비빔밥이 인기가 많았던 것 같아요라며 웃음 짓습니다. 정성껏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때마다 선생님은 스스로에게 말한다고 합니다. 내가 이 일 잘 해내고 있구나.’

처음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라 어리둥절했어요. 막무가내로 더 달라고 하거나 큰소리 내는 분들에 당황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모습조차 귀여워요. ‘맛있으니까 더 달라는 거겠지싶은 거죠.”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식사 시간일 수 있지만 김현옥 선생님에게는 그 시간이 단순한 조리 업무를 넘는 사람과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진. 질서있게 배식 받는 모습
 

장애에 대한 낯섦, 거리감 같은 건 다 사라졌어요.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하는 게 어렵지 않더라고요. 그게 제가 세움에서 얻은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정년을 앞둔 지금, 아쉬움도 있다고 말합니다.

아직 더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커요. 요즘은 정년이 너무 빠르다는 말도 많잖아요. 저도 여전히 일하고 싶은 마음이 크고 몸도 마음도 준비되어 있거든요. 그래도 정년 퇴임하게 되면 여유를 좀 갖고 여행을 다녀보고 싶네요. 항상 정해진 시간 안에 움직이다 보니 저 자신을 위한 시간이 적었거든요.”

인터뷰를 마무리하기 전, 함께했던 동료들과 참여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갑니다.


사진. 동료와 함께 즐겁게 근무하는 모습


 

제가 여기까지 잘 다닐 수 있었던 건 동료들 덕분이에요. 서로 편하게 대해주고 잘 챙겨줬죠. 늘 고마웠어요. 조리사라는 일도 처음엔 얼떨결이었지만 지금은 제 삶에 참 큰 의미가 있어요.

제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분들이 있었기에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강남세움복지관에서 함께한 시간, 사람들, 그리고 밥 한 끼 나눴던 따뜻한 순간들 저는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김현옥 선생님은 그저 내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하지만 그 밥 한 끼 속에는 4년 동안 쌓인 정성과 마음 그리고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었습니다. 정년은 끝이 아니라 잠시 쉬어가는 시간일 뿐 다시 만날 그날까지 선생님의 앞날에 따뜻한 응원과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