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움人: 사람을 만나다] 조리사 김현옥 선생님의 이야기
하루 한 끼, 따뜻한 한 그릇에 담긴 마음. 4년 동안 강남세움복지관 장애인 무료식당에서 정성을 다해 점심식사를 준비해온 조리사 김현옥 선생님. 이제 정년을 앞두고 그간 걸어온 시간을 돌아보며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사진.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장애인 무료식당 모습
“안녕하세요. 저는 강남세움복지관에서 장애인 무료식당 조리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현옥입니다.”
어느덧 4년째 강남세움복지관에서 식사를 준비해 온 김현옥 선생님. 처음 이곳에 오게 된 건 ‘뭔가를 해보자’는 마음 하나로 우연히 보게 된 채용 공고 덕분이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선택은 선생님에게 뜻깊은 시작이 되었다고 합니다.
“첫 출근날 솔직히 좀 당황했어요. 이렇게 많은 장애인과 함께하는 공간은 처음이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같은 사람’으로 느껴졌어요. 이제는 낯설지도 어렵지도 않아요.”
가장 인기 있는 메뉴에 대한 질문엔 “비빔밥이 인기가 많았던 것 같아요”라며 웃음 짓습니다. 정성껏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때마다 선생님은 스스로에게 말한다고 합니다. ‘내가 이 일 잘 해내고 있구나.’
“처음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라 어리둥절했어요. 막무가내로 더 달라고 하거나 큰소리 내는 분들에 당황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모습조차 귀여워요. ‘맛있으니까 더 달라는 거겠지’ 싶은 거죠.”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식사 시간일 수 있지만 김현옥 선생님에게는 그 시간이 단순한 조리 업무를 넘는 ‘사람과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진. 질서있게 배식 받는 모습
“장애에 대한 낯섦, 거리감 같은 건 다 사라졌어요.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하는 게 어렵지 않더라고요. 그게 제가 세움에서 얻은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정년을 앞둔 지금, 아쉬움도 있다고 말합니다.
“아직 더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커요. 요즘은 정년이 너무 빠르다는 말도 많잖아요. 저도 여전히 일하고 싶은 마음이 크고 몸도 마음도 준비되어 있거든요. 그래도 정년 퇴임하게 되면 여유를 좀 갖고 여행을 다녀보고 싶네요. 항상 정해진 시간 안에 움직이다 보니 저 자신을 위한 시간이 적었거든요.”
인터뷰를 마무리하기 전, 함께했던 동료들과 참여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갑니다.

▲사진. 동료와 함께 즐겁게 근무하는 모습
“제가 여기까지 잘 다닐 수 있었던 건 동료들 덕분이에요. 서로 편하게 대해주고 잘 챙겨줬죠. 늘 고마웠어요. 조리사라는 일도 처음엔 얼떨결이었지만 지금은 제 삶에 참 큰 의미가 있어요.
제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분들이 있었기에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강남세움복지관에서 함께한 시간, 사람들, 그리고 밥 한 끼 나눴던 따뜻한 순간들 저는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김현옥 선생님은 “그저 내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하지만 그 밥 한 끼 속에는 4년 동안 쌓인 정성과 마음 그리고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었습니다. 정년은 끝이 아니라 잠시 쉬어가는 시간일 뿐 다시 만날 그날까지 선생님의 앞날에 따뜻한 응원과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