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움人: 사람을 만나다] 조리사 김해영 선생님의 이야기
매일 아침, 수십 명의 식사를 준비하는 일. 묵묵히 밥을 짓고 누군가의 하루를 채워주는 마음이 담겨 있죠. 강남세움복지관 조리사 김해영 선생님과 함께한 2년, 그 따뜻한 순간들을 함께 들여다봅니다.

▲사진1. 매일 맛있는 밥을 만들고 배식하는 모습
“안녕하세요. 강남세움복지관 장애인 무료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김해영입니다. 1964년생이고요. 여기에서 함께한 지는 2년이 조금 안 된 것 같아요.”
김해영 선생님은 복지관 식당에 처음 발을 들였던 날을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그날 정말 긴장했어요. 이렇게 규모가 큰 식당은 처음이었거든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어쩐지 해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죠.”
몇백 명의 식사를 책임지는 일.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수백 명분의 밥을 짓고 음식을 준비하는 일상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가장 많이 만든 음식이요? 아무래도 밥이겠죠. 어떤 날은 밥이 좀 질고 또 어떤 날은 된밥이 되고… 실수도 가끔 하긴 하지만 매일 몇백인 분을 책임지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에요. 그래도 해냈을 때의 보람은 참 커요.”

▲사진2. 식판에 담긴 정성스러운 식사 모습
가장 기억에 남는 인사나 말을 묻자, 선생님은 조용히 웃으며 말했습니다.
“특별히 기억나는 말은 없지만, 매일 웃으며 ‘잘 먹었습니다’ 인사해주는 그 말이 제일 좋아요. 그 한마디에 피로가 싹 풀릴 때도 있어요.”
이제 정년을 앞둔 선생님. 솔직한 속마음을 꺼냅니다.

▲사진3. 질서 있게 배식받는 모습
“나이는 숫자일 뿐인데 나이로 일할 수 없다는 건 좀 아쉬워요. 나는 아직 더 할 수 있는데 그냥 나이만 보고 ‘이제 그만’이라고 하니까 조금 서운하죠. 정년 나이가 조금 더 길었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퇴임 후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단순하고 소박합니다.
“그동안 늘 새벽같이 일어나서 출근했으니까… 이제 한 달 정도는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늦잠도 자보고 싶어요. 하루쯤은 천천히 시작해도 되지 않을까요?”

▲사진4. 강남세움복지관 장애인무료식당 모습
끝으로 함께 일해온 동료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을 남겼습니다.
“이렇게 큰 식당은 처음이었는데, 정말 많이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잘 해올 수 있었어요.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마음으로, 많이요.”
“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사람을 채우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그 힘을 매일 전할 수 있었던 제 일이 참 감사했습니다.”
김해영 선생님은 “그냥 밥 짓는 사람이지”라 말하지만, 그 하루하루는 누군가에겐 든든한 식사이자 소중한 위로가 되었습니다. 정년을 앞두고 잠시 멈춰 서게 된 지금 그간의 시간이 결코 가볍지 않았음을, 그리고 그 따뜻한 밥 한 그릇의 의미를 우리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사진4. 오랫동안 함께 지낸 동료들 모습
오늘도 선생님의 손끝에서 나누어졌던 정성과 온기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늘 평안하고 건강하시길 세움이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