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본 신 모계사회, "엄마는 무한책임"

[SBS TV 2007-05-02 20:46]



<8뉴스>

<앵커>

가정의 달 연속 기획, 신 모계사회. '엄마 그리고 아버지' 두번째 순서입니다. 어제(1일)는 여성 중심화 되어가는 가족관계에 상처받은 남성들의 얘기를 들어봤는데요. 그렇다면 여성들은 과연 좋기만 한걸까요? 여성들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정호선 기자입니다.

<기자>

동네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고 있는 서른 세살 문윤숙 씨.

일이 끝나자 마자 친정으로 잰걸음을 재촉합니다.

아이 둘을 친정 엄마에게 맡기며 직장생활을 해왔지만, 하루도 맘편한 날은 없었습니다.

[문윤숙(34)/서울 신정동 : 엄마 눈치 엄청 많이 보죠. 엄마 표정이 어떨까, 오늘의 엄마 기분은 어떨까, 그런 생각을 되게 많이 하고...]

짐짓 못본척 하는 시댁한테는 섭섭한 마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문윤숙(34)/서울 신정동 : 나 하나도 도와주는 것 같지 않고, 처음에는 되게 갈등이 많이 있었죠. 속상한 것도 되게 많았고. 그래서 많이 울기도 했고 괜히 시어머니 통화하면 밉기도 하고...]

아이를 맞아 봐주는 친정 엄마라도 있으면 그래도 다행입니다.

아이 두 명을 키우는 홍모 씨.

언니네 애들이 먼저 친정엄마를 차지하는 바람에 도와달라는 말도 꺼내지 못하고, 속앓이만 했습니다.

홍 씨는 끝내 우울증 치료를 받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홍모 씨 : 엄마는 세아이를 건사하고 양쪽집을 오가면서 살림을 해주시고 굉장히 힘드시죠. 연세가 드셔서 더 고생을 하시는거 같아요. 그러니까 힘드네 이러네 일일이 말씀을 못 드리겠더라고요.]

자식 대학 보내기 위해선 엄마의 정보력이 관건이란 요즘, 교육 문제는 또 다른 스트레스입습니다.

입시설명회에 구름처럼 모인 수 많은 엄마들 또한 입시전쟁에 내몰린 전사들입니다.

[이진화/서울 목동 : 우리 남편만 해도 엄마가 알아서 다 해주기를 바라고 있더라고요.]

[한정원/성신여대 여성학 교수 : 사회 전반적인 배경이 여성들에게 사회적인 양육의 책임같은 것, 특히 자녀 교육에 대해서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을 어머니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사와 보육, 교육의 현장에서 권한은 없고 책임만 커졌을 뿐인데 신 '모계사회'라는게 왠말이냐교 항변합니다.

[로리 주희/줌마네 부대표 : 여성의 힘이 커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 내 것을 빼앗길 것에 대한 위기감, 이런 것들이 조금 저항하고 방어하기 위해서 좀 여성의 착취를 오히려 미화시키고, 뭔가 힘을 가진것 처럼 만들어 낸 언어가 아닌가.]

보육과 교육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지원 시스템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때문에 가족 단위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급한 딸로서는 친정엄마와의 피를 나눈 연대를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김기선미/여성연합 정책국장 : 다시 친정어머니에게 돌보는 일에 대한 책임이 부메랑이 되어서 친정어머니도 그 책임을 나눠야지만 이 일이 이뤄지게 되는게, 이게 바로 신 사회 모계사회 모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전문다들은 여성인력의 활용 없이는 선진국 진입이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 참여가 여성들에게 또 다른 형태의 희생을 강요하는 멍에가 되고 있습니다.

정호선 hosun@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