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개발원조정책에 여성은 없다
특별기고 / ‘국제개발원조와 젠더’국제세미나 참관기
[우먼타임즈 2007-05-05]
한국여성개발원(원장 서명선)은 4월 26일부터 이틀간 ‘국제개발원조의 성 주류화를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제로 젠더와 발전에 관한 국제전문가 회의를 개최하였다.
이번 회의는 공적개발원조(ODA: Offic ial Development Assistance)에 대해 선진 공여국과 수혜국의 국내외 정책 전문가는 물론 학자, 시민사회의 활동가들이 함께 모여 논의의 장을 열었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많은 국제개발원조가 막대한 비용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여성의 역량 강화나 인권 증진에 충분히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선진 공여국의 원조 정책이 수혜국과 여성에게 의미 있게 사용되려면 한국의 ODA가 증액되어야 하고 더불어 ODA의 질에 대한 평가를 통한 정책 입안이 필요하다.
실제로 OECD 회원국들의 국제개발원조 정책에서조차 성 주류화를 위한 정책이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그 원인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성이 소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설령 정부의 각 기구나 편제에서 여성정책담당관 혹은 여성을 위한 정책기구가 편성되었다고 해도, 여성정책을 반영할 수 있는 최고 의사결정자는 남성이라는 것이다.
또 여성을 위한 정책과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법제화해도 이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양성평등 의식의 부재로 실제로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이 많은 참가자들의 의견이었다. 그래서 경제 발전, 혹은 법제도의 발전이 반드시 여성의 발전과 역량 강화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많은 국가들이 유엔의 새천년개발목표(MDG: Millenium Development Goals)에 동의하고 있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예산, 인력을 배치하지 않고 있다. 결국 여성의 건강과 보건, 인권 상황은 아무리 국제개발원조 정책을 통해서 ODA를 증액한다 해도 이러한 상황에서는 크게 달라질 수 없는 것이다.
한국국제협력단을 비롯해 월드비전 등 해외 원조사업 관련 현장 실무자와 정책연구기관 연구자들은 “중요한 것은 기획예산처, 재정경제부, 외교통상부, 여성가족부 등 주무 부처 실무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라며 “ODA의 입안과 집행, 평가 과정을 성인지적 관점에서 꾸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일본인 참가자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여자와 남자에게 각각 1달러씩을 주고, 이들이 어떻게 돈을 활용하는지 보자. 남자는 그 1달러를 자신의 유흥비로 쓸 것이다. 그러나 여자는 그 돈을 자식과 가정을 위해서 지출할 것이다. 공적개발원조도 이와 마찬가지다.
개발도상국의 여성에게 돈이 돌아가게 하라. 그러면 이들의 빈곤은 퇴치될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그 1달러는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에게 돌아가기 전에 정부의 정책 결정권자인 남성에게 돌아가고, 그 돈은 다수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쓰이기 전에 모두 없어져 버린다.”
곽숙희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