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잘 보는 여성들" 이유는
뉴시스|기사입력 2007-11-11 06:03

미국인 엘르 우즈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여성으로 학교에서 남자는 물론 같은 여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 만점이며 장학생이기도 하다. 어느 날 남자 친구 워너는 그녀에게 특별한 저녁을 함께 하자고 요청했다.

저녁식사 중 워너는 그녀에게 자신은 미래 지향적인 여자를 원한다며 이별을 통보했다. 이에 오기가 생긴 엘르는 그가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결심한다. 그리고 워너가 다니는 하버드 법대에 당당하게 진학했다.

이는 '금발의 너무해'라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 속 한 장면이다. 여성이 단기간에 어려운 시험의 관문을 뚫고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가 비단 영화 속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면서 남성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특정분야에서도 여성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소위 말하는 '여풍'이 강하게 불고 있는 것.

특히 갈수록 경쟁이 치열한 사회로 변하면서 취업을 하기 위해 넘어야 할 관문이 하나둘이 아니다. 면접은 물론이고, 까다로운 각종 시험을 통과해야 비로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높고, 어렵게 만들어 놓은 시험도 여성의 앞에서는 무용지물일 뿐이다.

◇점점 더 거세지는 '여풍'

지난달 30일 발표된 행정고시 2차 합격자 310명 가운데 여성 합격자가 150명으로 지난해 43.4%에 비해 약 5%가 증가, 역대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모집 단위가 큰 전국모집의 경우에도 249명의 합격자 가운데 여성이 131명으로 52.6%를 기록했으며 특히 행정고시의 꽃으로 불리는 일반행정직렬은 120명 가운데 여성이 78명으로 65%를 차지했다.

지난 2001년 25.3%, 2002년 28.4%, 2003년 31.8%, 2004년 38.4%, 2005년 44.0%, 2005년 48.5%로 행정고시 여성 합격자의 비율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또 지난 6월28일 발표된 외무고시 최종합격자 중에서도 여성의 비율이 67.7%로 역대 최고 수치로 나타났다. 2001년 4.8%였던 5급 이상 여성 공무원 비율도 지난해에는 9.8%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여풍은 행시나 외시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대기업 여성 채용비율을 살펴봐도 여풍은 거세다.

온라인 취업사이트 사람인이 지난해 매출액 기준 상위 100대 기업 중 82개 기업의 남녀 평균 성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의 비율이 LG카드 63.9%, 아시아나 항공 54.9%, 신세계 53.6%, 하이닉스 반도체가 51%에 이르는 등 여성이 남성에 비해 많은 인원을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토익, 토플과 같은 영어 시험 및 각종 자격증 시험에서도 최근 여성들의 고득점 및 합격률이 높아지고 있다.

◇왜 여성들은 시험에 강할까?

초등학교때부터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할 때까지 1등을 놓치지 않은 여성들. 그 힘은 어디에 있을까?

여성들이 시험을 왜 잘 보는가란 질문에 전문가들은 사회적인 영향, 심리적인 영향, 생물학적 영향, 호르몬 특성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화여대 자연과학부 최재천 교수에 따르면 여성이 생물학적으로 남성에 비해 유전자가 전화에 더 기여하기 때문이라는 여성 우성론을 이유로 들었다.

최근 현대사회는 정보화시대로 그만큼 언어감각, 창의력, 감성적인 능력이 남성보다 뛰어나 그만큼 시험은 물론이고 다른 분야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대의료원 신경정신과 이민수 교수는 호르몬 영향으로 인해 여성이 남성에 비해 시험에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집중력과 차분함 등이 남성보다 여성이 더 뛰어나 시험에 강하다"며 "호르몬 분비는 사춘기가 넘어가면서 많아지고, 남성들은 충동성·공격성인 강한 호르몬 분비가 여성들에 비해 왕성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특징이 강한 호르몬 분비로 인해 남성들은 여성에 비해 주의력이 분산되고, 그만큼 단기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여성에 비해 떨어져 여성이 시험에 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여성이 남성과 차별 없이 능력을 인정받기를 원하는 심리적인 특성도 이유의 하나로 꼽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정구향 박사는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다양하게 능력을 발휘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분야가 제한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 박사는 "여성들이 남성에게 차별받지 않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들이 교사나 공무원, 정부기관에서 근무하는 것"이라며 "이런 제한된 사회적 특성으로 인해 여성들이 남성보다 더 절박한 심정으로 시험 준비한다"고 말했다.

또 최근 시험유형이 여성들에게 유리하게 출제되고 있으며 과거에 비해 부모들이 여성들에게도 교육에 대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현상도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이민수 교수는 "최근 여성들도 교육의 기회가 확대되면서 남성과 동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확산됐고, 부모들이 여성에 대한 교육의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시험문제의 유형이 단순히 암기를 잘해서 고득점을 할 수 없고, 분석력과 공간력 등을 동원해서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많아졌다"며 "이러한 요인은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전체적으로 우수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시험에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배민욱기자 mkba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