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30대 경력 끊겨… 재취업 땐 저임금·서비스직으로
20대 성별 학력격차 거의 없는데 근로소득 격차는 더 벌어져
남녀 임금격차는 여성의 경제적 지위와 권한을 보여주는 국제 지표 중 하나다. 한국 남녀 임금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크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남성 임금노동자 중위소득을 100으로 볼 때 여성 임금노동자 임금 수준은 67.7에 그쳤다. 남성이 100만원을 받을 때 여성은 67만7천원을 받는다는 얘기다.
국세청에는 전체 임금노동자 노동소득이 에누리 없이 신고된다. <한겨레>는 중위소득으로 뭉뚱그렸을 때는 보이지 않던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 도움으로 국세청 신고자료를 성별·연령대별로 재구성했다. 그 결과 30~50대 남녀 노동소득 격차는 지난 10년 동안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고, 임금격차가 거의 없던 20대에선 그 차이가 조금씩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노동시장에 뿌리 깊은 남녀 지위의 구조적 불평등이 생애주기별로 구체적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30대의 경우 2009년 남성 2890만원-여성 2060만원(격차 830만원)이었는데, 2019년에는 남성 4260만원-여성 3110만원(격차 1150만원)으로 연간 평균임금에서 1천만원 이상 차이가 났다. 남성 대비 여성 임금 비율(71.1→73)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같은 기간 40대에선 남성 4000만원-여성 1890만원(격차 2110만원)→남성 5640만원-여성 3300만원(격차 2340만원)으로 각각 상승했지만, 남녀 평균임금은 여전히 2천만원 이상 차이가 났다. 50대의 경우 10년 동안 남성 3930만원-여성 1690만원(격차 2240만원)→남성 6010만원-여성 2860만원(격차 3150만원)으로 상승하며 격차가 3천만원 이상 벌어졌다. 남성 대비 여성 임금 비율이 40대 47.4→58.5, 50대 43.1→47.6으로 다소 나아진 결과가 이렇다. 여전히 남성 평균임금의 절반을 조금 상회하거나 밑도는 수준이어서 ‘개선’됐다고 말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남녀 임금이 엇비슷한 20대와 달리 30대에선 남성 대비 70% 수준을 턱걸이한 뒤 40대 이후부터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격차가 벌어진다.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경력단절과 맞물려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30대가 경력 형성의 가장 황금기다. 그런데 여성은 30대에 출산과 육아 탓에 경력이 뚝 끊긴다. 이후 노동시장에 다시 나오더라도 저임금 일자리인 돌봄노동, 서비스직 등으로 갈 수밖에 없다. 30대에서 나타난 경력단절이 이후 생애주기별로 계속해서 임금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첫 취업 때까지 쓸 수 있는 시간 차이가 임금 수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2017년 통계청 조사를 보면, 첫 취업까지 걸린 기간은 남성 14개월, 여성 10개월이었다. 권현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 전체의 취업환경이 좋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남성은 첫 직장을 갖기까지 유예기간이 비교적 길고 더 좋은 직업을 찾아가려는 경향이 있다. 반면 여성은 첫 직장을 찾기까지 기간이 짧고 진입 장벽이 낮은 저임금 일자리도 수용하고 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2017년 조사에서 월 급여 200만원 미만 일자리를 찾은 비율은 남성 71.9%, 여성 80.8%였다.
용혜인 의원은 “남녀 임금격차가 여전히 크다는 점은 여성이 상대적으로 저임금 일자리를 얻고 있음을 뜻한다. 일부 정치세력의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은 이런 불평등 현실을 외면한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했다. 그는 남성 육아휴직 확대, 취업과 무관한 보편적 기본소득 지급 등을 성별 노동시장 불평등을 개선할 방안으로 제시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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