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2019 남녀 연 근로소득 격차 변화
여성 30대 경력 끊겨… 재취업 땐 저임금·서비스직으로
20대 성별 학력격차 거의 없는데 근로소득 격차는 더 벌어져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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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임금격차는 여성의 경제적 지위와 권한을 보여주는 국제 지표 중 하나다. 한국 남녀 임금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크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남성 임금노동자 중위소득을 100으로 볼 때 여성 임금노동자 임금 수준은 67.7에 그쳤다. 남성이 100만원을 받을 때 여성은 67만7천원을 받는다는 얘기다.


국세청에는 전체 임금노동자 노동소득이 에누리 없이 신고된다. <한겨레>는 중위소득으로 뭉뚱그렸을 때는 보이지 않던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 도움으로 국세청 신고자료를 성별·연령대별로 재구성했다. 그 결과 30~50대 남녀 노동소득 격차는 지난 10년 동안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고, 임금격차가 거의 없던 20대에선 그 차이가 조금씩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노동시장에 뿌리 깊은 남녀 지위의 구조적 불평등이 생애주기별로 구체적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여전한 30~50대 남녀 임금격차
 
용혜인 의원실은 국세청에서 ‘근로소득 성별·연령대별 인원 및 총급여’, ‘근로소득 성별·연령대별 100분위 통계’ 자료를 제출받아 재구성했다. 국세청 근로소득 통계는 일용근로소득자를 제외한 연말정산 대상 근로소득자를 기준으로 한다. 2009년 20대 남성 연간 평균임금은 1500만원, 20대 여성은 1480만원으로 20만원 차이를 보였다. 남성(100) 대비 여성 임금 비율(98.5)로 보면 다른 연령대에 견줘 성별 차이가 거의 없었다. 10년이 지난 2019년 상황은 다소 다르다. 20대 남성 연간 평균임금은 2340만원, 20대 여성은 2160만원으로 180만원 차이가 났다. 남성 대비 여성 임금 비율(92.3)이 10년 전보다 더 나빠졌다.
 

30대의 경우 2009년 남성 2890만원-여성 2060만원(격차 830만원)이었는데, 2019년에는 남성 4260만원-여성 3110만원(격차 1150만원)으로 연간 평균임금에서 1천만원 이상 차이가 났다. 남성 대비 여성 임금 비율(71.1→73)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같은 기간 40대에선 남성 4000만원-여성 1890만원(격차 2110만원)→남성 5640만원-여성 3300만원(격차 2340만원)으로 각각 상승했지만, 남녀 평균임금은 여전히 2천만원 이상 차이가 났다. 50대의 경우 10년 동안 남성 3930만원-여성 1690만원(격차 2240만원)→남성 6010만원-여성 2860만원(격차 3150만원)으로 상승하며 격차가 3천만원 이상 벌어졌다. 남성 대비 여성 임금 비율이 40대 47.4→58.5, 50대 43.1→47.6으로 다소 나아진 결과가 이렇다. 여전히 남성 평균임금의 절반을 조금 상회하거나 밑도는 수준이어서 ‘개선’됐다고 말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남녀 임금이 엇비슷한 20대와 달리 30대에선 남성 대비 70% 수준을 턱걸이한 뒤 40대 이후부터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격차가 벌어진다.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경력단절과 맞물려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30대가 경력 형성의 가장 황금기다. 그런데 여성은 30대에 출산과 육아 탓에 경력이 뚝 끊긴다. 이후 노동시장에 다시 나오더라도 저임금 일자리인 돌봄노동, 서비스직 등으로 갈 수밖에 없다. 30대에서 나타난 경력단절이 이후 생애주기별로 계속해서 임금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성 고임금-여성 저임금 노동시장 구조는 노동소득 5분위별 성비를 보면 더 명확해진다. 2019년 임금이 가장 낮은 구간인 1분위(하위 20%)에서 여성은 절반이 넘는 56.1%를 차지하지만, 5분위(상위 20%)에선 21.9%에 그친다. 구간별 남녀 성비가 1분위 44 대 56, 2분위 43 대 57, 3분위 50 대 50, 4분위 70 대 30, 5분위 78 대 22가 된다. 임금이 낮은 구간 성비는 여성이 많거나 남녀가 비슷하다가 높은 구간으로 가면 남성이 절대적으로 많아지는 구조다.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간소득은 일자리가 얼마나 안정적이냐를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최근 들어 중년·고령 여성들이 보건·복지 분야 등 저임금·단기 일자리에 많이 들어갔다. 이 지표는 여성들이 불안정한 일자리에 많이 몰려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점점 벌어지는 20대 남녀 임금격차
 
20대 남녀 임금격차는 30대 이상에서 나타나는 극심한 격차보다는 여전히 상황이 나은 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사회 진출 첫 단계로, 학력이나 경력 등에서 큰 차이가 없는 20대 남녀의 노동소득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점에 우려를 나타낸다. 국세청 근로소득 통계에 잡힌 20대 여성은 2019년 180만9733명으로 20대 남성(180만2439명)과 거의 같은 규모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대 여성 취업자 가운데 4년제 대졸 이상 비율은 2009년 33.5%에서 2019년 41.9%로 8.4%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20대 남성 취업자 4년제 대졸 이상 비율(26.3%→30.2%)을 웃돈다.김난주 부연구위원은 “청년층에서 성별 학력격차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하는 시대이다. 10년 전보다 여성 인적자원은 훨씬 더 훌륭해졌는데 성별 임금격차는 더 벌어졌다. 문제는 20대에서 나타난 임금격차가 30대에는 경력단절로 이어지면서 생애주기별로 계속 누적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자영 교수는 “연간소득 차원에서 임금격차가 벌어졌다는 건 임금 수준, 계약 근로기간, 노동시간 등에서 차이가 났다는 의미다. 많은 여성이 노동시장에 진입했지만 임금이 낮거나 계약기간이 짧거나 혹은 노동시간이 적은, 질 낮은 일자리로 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용혜인 의원은 “보통 20대 여성이 20대 남성보다 취업이 빠르다. 남녀 학력격차도 줄어드는데 평균임금 격차가 오히려 커진 것은 노동시장에서 채용, 승진 등 성별 구조적 불평등이 악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어 “20대에서는 남성이 오히려 차별당한다는 일각의 역차별 주장은 적어도 근로소득 통계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첫 취업 때까지 쓸 수 있는 시간 차이가 임금 수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2017년 통계청 조사를 보면, 첫 취업까지 걸린 기간은 남성 14개월, 여성 10개월이었다. 권현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 전체의 취업환경이 좋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남성은 첫 직장을 갖기까지 유예기간이 비교적 길고 더 좋은 직업을 찾아가려는 경향이 있다. 반면 여성은 첫 직장을 찾기까지 기간이 짧고 진입 장벽이 낮은 저임금 일자리도 수용하고 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2017년 조사에서 월 급여 200만원 미만 일자리를 찾은 비율은 남성 71.9%, 여성 80.8%였다.

용혜인 의원은 “남녀 임금격차가 여전히 크다는 점은 여성이 상대적으로 저임금 일자리를 얻고 있음을 뜻한다. 일부 정치세력의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은 이런 불평등 현실을 외면한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했다. 그는 남성 육아휴직 확대, 취업과 무관한 보편적 기본소득 지급 등을 성별 노동시장 불평등을 개선할 방안으로 제시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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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006226.html#csidxde80bf622aaa9aaba60592d85c96a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