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여성계 주요사업

2008년 여성운동은 여성문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우리 사회 전반의 차별을 없애기 위한 ‘반(反)차별운동’과 ‘돌봄의 사회화 정착’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그동안 법·제도 개선에 주력했던 여성운동은 언어, 미디어, 육아 등 일상문화를 바꿔나가는 생활밀착형 운동으로 전환돼왔다. 이명박 정부의 여성정책 비전을 세우고 여성정책을 모니터링하는 것도 올해 여성단체들의 주력사업이다. 새로운 정부가 성평등 정책을 강화할 수 있도록 대안적인 여성정책을 모색하고 제안한다는 것이다. 한국여성민우회 정은지 활동가는 “이명박 정부는 대선 때부터 구체적인 여성정책을 내놓은 것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정부가 여성가족부 폐지안과 함께 어떤 정책들을 펼칠 것인가 모니터링할 계획”이라며 “남녀문제를 떠나서 포괄적인 여성정책이 논의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성단체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활동가 역량 강화’에 힘쓸 계획이다. 정치, 평화, 환경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여성운동의 핵심은 결국 사람, 즉 여성활동가들이기 때문이다. 여성의전화연합은 “사람 중심의 운동과 여성의 임파워링에 더욱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고 활동가 자질 훈련, 여성주의 리더십 향상, 자기계발 등을 주제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지역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적게 벌어도 삶의 질은 높은 여성노동운동 펼치기 연구모임’을 만들었다. 노동현장만이 아니라 삶의 영역으로 확대하는 활동방식을 모색하고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비전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2008년 여성계 이렇게 움직인다

-양질의 돌봄서비스 위한 인프라 확충
-반(反)차별·생활 밀착형 운동 강화
-여성공천 30% 할당 의무화에도 초점


▲ 지난해 한국여성대회 때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거리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돌봄의 사회화”

지난해까지 ‘빈곤의 여성화(feminization of poverty)’ 극복을 위한 운동에 주력했던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연)은 올해 사회적 돌봄 및 공공성 강화 활동을 핵심사업으로 내걸었다. 구체적 내용을 보면 ▲양질의 돌봄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는 공공서비스 인프라 확충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 특별법 제정 및 보육료 자율화 도입 반대 활동 ▲학령기 아동의 사회적 보호와 지원제도 법제화 활동 전개 등이다.

박차옥경 여연 노동복지부장은 “회원단체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사회 공공성과 성평등 정책이 유지·확대되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감시와 대응활동을 활성화할 계획”이라며 “다가오는 18대 총선에도 여성정책이 확산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반차별 운동”

생활 속의 다양한 여성운동 과제를 찾아내 활동을 펼치는 민우회는 올해 가족, 노동, 건강 등 사회영역 곳곳의 차별문제를 찾아내고 이슈화하는 반차별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실질적인 호주제 폐지 원년을 맞아 여전히 차별받고 있는 비혼모, 한부모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결혼 주례문의 성 고정관념과 차별을 드러내는 ‘구린 주례는 가라’ 캠페인을 전개한다. 새로운 세대와 소통하는 여성주의 커뮤니티 ‘민우회 youth 네트워크’도 조성할 예정이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 “25년 역사 책으로 출간”

‘풀뿌리 여성운동 확산’을 위해 노력해온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은 올해 창립 25주년을 맞아 전국 회원들의 대단합 축제와 여성의전화연합 25년 역사를 담은 책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여성폭력 없는 안전한 지역사회’를 지역의제로 택한 성과를 바탕으로 지역 여성운동을 한층 정착시킬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작년에 이어 가정폭력추방운동, 미디어운동, 이주여성정책 관련 사업도 이어간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여성금연운동”

한국여성단체협의회(이하 여협)는 그간의 출산장려운동에 이어 올해에는 ‘여성금연운동’을 전개한다. ‘담배 연기 없는 건강가정 만들기’를 주제로 여성흡연자 지속 관리, 금연운동 참여 가정에 대한 금연 결과 평가 등의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김화중 여협 회장은 “우선 2500명 정도의 여성 금연 교육자를 양성해 이들이 금연 확산운동과 교육·지도를 맡아 금연 콜센터 관리를 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한YWCA연합회 “생명사랑 소비자 운동”

대한YWCA연합회는 결혼이민여성을 위한 정책개발과 생명사랑 소비자 운동을 활발히 전개할 예정이다. 결혼이민여성들이 겪는 여러 문제 해결을 위해 소통프로그램 매뉴얼을 개발, 다문화가족 자활프로그램, 아시아문화축제 등을 개최한다. 이와 함께 생명사랑소비자운동 브랜드 제작과 운동 선포식을 열어 홍보활동에 주력하고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실시할 계획이다. 또한 북한 어린이 돕기 모금운동, 세계 빈곤여성 영양제 보내기, 태안 복구 자원봉사활동 등의 다양한 사업도 펼친다.

한국여성노동자회 “88세대와 공감하기”

한국여성노동자회는 20대 여성노동자들을 중심으로 ‘88만원 세대’와 공감대 넓히기 사업을 추진한다. 취업을 준비하는 여대생들과 함께 ‘찾아가는 여성노동영화 상영회’를 열어 여성노동문제에 대한 공감을 확산하고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20대 노동자들과 기획단을 만들어 노동문제를 드러내는 방식에 대해 함께 고민할 예정이다. 한부모 가정 지원제도 개선 및 지원활동,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및 확대 적용을 위한 대응활동 등도 전개한다.

여성정치세력화연대, 한국여성유권자연맹 “18대 총선 때 여성관련 선거제도 개선”

여성정치세력화연대(이하 여세연)와 한국여성유권자연맹(이하 유권자연맹)은 18대 총선을 앞두고 여성 관련 선거제도 개선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여세연은 여성 비례대표제 확대 의무화, 여성 추천보조금제도 개선을 위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며, 유권자연맹은 여성공천 30% 할당 의무화를 위해 현재 전국 연맹들이 성명서를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청년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총선 관련 토론회도 개최한다.

여세연은 17대 여성국회의원 의정평가와 동시에 지방 여성의원 네트워크 구성, 차세대 여성정치지도자 육성을 위한 교육사업도 계획 중이다. 또한 글로벌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스웨덴, 독일, 프랑스 등 외국의 여성 정치현장 방문도 앞두고 있다.



967호 [기획] (2008-02-01)
채혜원 / 여성신문 기자 (nina@wome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