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우리나라 여성의 비경제활동인구는 1962년 관련 통계가 처음 조사된 이후 가장 많은 수치인 1042만 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남성 비경제활동인구의 약 2배에 이르는 수치이며, 비경제활동의 이유는 육아나 가사가 67.2%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여성 취업자의 감소도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특히 30~39세 여성의 감소폭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이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출산과 육아로 노동시장에서 취약한 지위에 놓인 여성들의 퇴출이 보다 적극 진행되었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남녀임금격차는 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심한 것으로 발표되었으며, 2위 이하 국가와의 차이도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임금격차란 여성의 취업기회, 노동시장 내의 수평적·수직적 분절현상 등 노동시장 안팎의 다양한 차별적 상황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의 가사노동 참여 정도는 그다지 변화가 없다. 맞벌이 가구 남편의 가사 참여 시간은 5년 전에 비해 겨우 4분이 늘어 24분이 된 반면 여성은 2시간 38분으로 남성의 5.6배의 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들은 일과 가족생활을 양립하는 것이 매우 어렵게 되고, 젊은 여성일수록 미혼이나 만혼, 출산 기피 등을 선택하게 되어 세계 최저 출산율(1.15)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게 되었다.
물론 저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경제적 이유나 가치관의 변화와 같이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선진국들의 경험을 통해 볼 때, 여성사회참여 확대와 출산율 제고는 정비례 관계에 있다는 것이 실증적으로 입증되고 있으며, 많은 국가가 여성이 사회적 활동을 하더라도 임신, 출산, 양육 등으로 인해 제한을 받거나, 차별받지 않는 사회적 조건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양성평등적 노동시장정책 및 일·가족 양립을 위한 제도 마련 및 기업문화의 변화와 함께 사회적 가치와 인식의 변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언론을 통해 접하게 되는 고위공직자들의 발언이나 이에 대한 언론의 반응을 보면 매우 우려스럽다. 예를 들어 “충실한 어머니와 선량한 부인만 돼도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때 아닌 현모양처론이 제기되거나, “내 아이의 점심을 내가 책임지는 것은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부모의 당연한 책임이자 권리”(본인이 직접 부엌에서 도시락을 싸실 것인지)라는 무상 급식 반대 주장 등 기존의 성별역할 분업을 고수하는 보수적 담론들이 다양한 형태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한 부서의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우리나라 여성의 저조한 사회참여율과 연관하여 이루어진 “인종적 편견에 사로잡혀 한국 국민 전체를 모욕한 어이없는 외신기자의 질문”에 대해, 해당 장관은 “한국은 최근 발령받은 검사 중 절반이 여성이며 가정에서도 한국 여성만큼 경제권을 가진 나라도 없다. 한국은 여성의 사회활동이 커져 오히려 저출산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침착하고 품격 있게 조목조목 설명함으로써 오히려 이들을 겸연쩍게 했다”고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보도한 바 있다. 잘못된 직장 회식문화나 접대문화에 대한 언급과 관련된 부분은 제외하고라도, 우리 사회 저출산의 원인을 여성사회참여 확대로 규정한 장관의 발언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기사는 발견할 수 없었다.
남녀가 함께 돌보고 함께 일하는 사회, 여성들의 좋은 일자리가 확대되는 사회를 이루는 목표와 저출산 문제의 해결은 결코 제로섬(zero-sum)의 관계가 아니다. 여성의 발전과 사회의 발전이 두 마리의 토끼를 쫓는 일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우리 사회의 발전과 개인의 행복을 위해 반드시 ‘함께’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는 인식의 변화가 절실하다.
정영애 / 서울사이버대학교 노인복지학과 교수
1078호 [오피니언] (2010-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