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욕망의 바다에 서서 - 자심(慈心)의 인정(人情)으로
글 재재(在在)

박장배 작가는 한국 불교 미술과 현대의 한국화에 그 기반을 두고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필자는 박장배 작가의 작품 중에서 신중탱화(神衆幀畵)와 탐진치(貪瞋癡)의 감상을 중심으로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을 논하고자 한다.

불가의 신들인 신장(神將)을 그려낸 신중탱화(神衆幀畵)에서 드러나는 화면 구성은 감상하는 관객을 앞뒤로 움직이게 한다. 원경에서 바라본 그림과 근경에서 바라본 그림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잘 다듬어진 도안과 같은 형태가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과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그림의 실체는 복잡하고 정교한 선과 면이 지극한 정성 아래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감상의 의식은 마치 그림을 멀리서 보는 것은 마치 평온해 보이는 한 사람의 외면만을 눈으로 훑고 판단하는 것과 같고, 그림을 가까이서 보는 것은 한 없이 복잡한 한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이러한 감상은 세상을 살아가는 저마다가 어지러운 마음과 복잡한 심경을 안고 살아가지만 평상심을 유지하고 보편적인 삶을 영위하고자 무던히 노력하는 일상을 은유하고 있으며 우리의 삶이 고행의 연속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작가는 신중탱화(神衆幀畵)를 통해 자신의 깨달음을 위한 일련의 고행의 과정을 보여줌으로서 부처의 가르침을 전달하고자 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모두를 사랑하고 아끼는 자심(慈心)의 마음을 작품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데 그 대표적인 작품이 탐진치(貪瞋癡)이다.

동양사상에서 꽃 중의 왕이라고 불리는 모란은 인간의 부귀영화(富貴榮華)를 염원하는 꽃말을 담고 있으며 이루고자 하는 욕망을 표상한다. 불교에서의 불꽃은 욕망에 대한, 과거에 대한 집착을 의미한다. 탐진치(貪瞋癡)에는 이 모든 유혹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는 한 사람이 출렁이는 파도 속에 인을 맺고 위태롭게 서있다. 작가는 집착의 유혹이 도사리는 현실을 이겨내고 스스로를 위해 정진하길 바라는 염원을 자신의 성정을 비추어 드러내고 있다.  

박장배 작가의 앞 선 두 작품에 대한 필자의 종합적인 감상의 중심은 작가가 자신의 삶을 통해 얻은 진리를 작품으로 승화시켜 대중과 공유하고 나누고자 하는 따스한 인정(人情)에 있다고 본다. 그래서 박장배 작가에게 감히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일반 대중에게는 불교미술의 사전적 정의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전시에 있어서 앞으로 주석의 활용을 작가 스스로 즐겨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불교적 가르침을 드러냄에 있어서 종교적 선전(propaganda)이 되지 않도록 중심을 잡으려는 흔적을 작품의 화면 구성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 또한 어렵고 낯선 불화양식의 회화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미술로서 다가서고자 하는 자심(慈心)의 흔적일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