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hoon Nam 남다현, soon.easy 순이지, Jang Seung Keun 장승근, Han Ji Hoon 한지훈
< Isekai – Ōra 이세카이 오-오라 >






■전시 개요


 - 전시 장소: UARTSPACE / 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로71길 10, 2F

 - 전시 기간: 2022. 8. 3 – 2022. 8. 27

 - 관람 시간: 화-금:10AM – 6PM / 토: 11AM – 6PM / 일, 월, 공휴일 휴관

 - 주차 발렛 가능




■전시 소개글

...
낯선 천장이다.

< SYSTEM: 이세카이에 진입하셨습니다 >


평화로웠던 [트라위 왕국]은 괴수의 습격을 받고 있습니다. 성채만큼이나 거대해지는 [괴수 우지악]과 부하들이 날뛰자 아름다운 대륙은 온통 불바다가 되었어요. [여신 에메드]는 괴수를 물리칠 용사를 찾아 다른 세계의 당신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모험을 떠날 준비는 되었나요? 모험가 길드 [초즌 도]에 들어서면 온 대륙의 생생한 소식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습니다. 유심히 들여다보면 좋은 정보를 건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떠나기 전에 장비 점검은 필수, 상점에 들러 갓 구운 빵으로 인벤토리를 가득 채워볼까요? [가샤포 제단]의 히든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사역마 요정이 잠든 구슬을 획득할 수 있으니 꼭 들러봐요. 알록달록 꽃이 거꾸로 자라는 숲은 파수꾼 [네모네모호람미]가 지키고 있고, 아득히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이 세계의 첫 번째 던전인 [멘노피토 미궁]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모험의 끝에서 이 세계를 괴수의 횡포로부터 구할 수 있을까요? 깨어나세요, 용사여!

이세계전생(異世界轉生) 물, 소위 이세카이 물을 아시나요? 평범한 학생이거나 백수인 주인공이 어느 날 이세계로 떨어져 그 세계를 구할 운명에 처하는 이야기라면 떠오르는 작품들이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장르를 일컫는 명칭이 따로 존재할 정도로 일본 서브컬처 계에서 다른 세계로 이동하거나 환생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이야기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 도착한 세계가 어떤 곳인지, 여기서 어떤 존재가 되는지, 무엇을 하는지 보다도 다른 세계에 간다는 그 자체가 장르의 이름이 되었다는 거에요. 즉 이세계물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원래의 세계, 즉 내가 현재 처한 현실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주인공이 당도하는 이세계는 개인의 힘으로는 타개할 수 없는 사회적 모순으로부터의 도피처이자 세속적 가치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환상적인 공간입니다. 원초적인 낭만과 매력으로 가득하고 나에게 친숙한 게임이나 판타지 소설 속의 이미지와 세계관으로 구성된 곳, 그래서 이 ‘세계’는 세계로서 견고하기보다는 단순하고 허술한 형태로 작동하기 마련입니다.

네 명의 작가가 유아트스페이스에 구축한 ‘이세카이’는 그런 세계의 어색함을 숨기지 않으려 합니다. 픽셀의 로직으로 직조된 한지훈의 이미지들은 디지털이 구현하는 엄밀하고 정확한 조형을 기대하게 만들지만... 이미지가 깨진 걸까요? 조금씩 어긋난 열과 행이 만들어낸 글리치가 오히려 신경을 거스릅니다. 장승근이 소재로 삼은 특촬물 속 괴수는 극의 클라이막스에서 급격하게 ‘거대화’하는데, 이는 주인공에게 더욱 극적으로 패배하기 위한 전조에 지나지 않는 것이에요. 캔버스 속 괴수들은 확대되는 만큼 점점 희미하게 흐려집니다.

순이지의 드로잉은 이미 어디선가 보았던 이미지들을 우스꽝스럽게, 그러나 신랄하게 재연합니다. 뉴스 가판대에 빽빽하게 들어찬 이미지들은 시선을 붙잡기 위해 애를 쓰지만 그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정보값은 거의 존재하지 않겠네요. 포켓몬은 언제나 열광의 대상이었지만 남다현이 ‘복제’한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 오프닝과 캡슐 속 피규어, 포켓몬 빵은 위조품이라는 지위를 숨기려고 하지도 않는 듯 허술한 형태이기에 조금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이런 열화된, 복제된, 유격투성이의 이미지로 만들어진 이세계는 현실을 대체하기에는 다소 조악하고 빈약하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건 [트라위 왕국]의 이야기일 뿐일까요? 피드와 타임라인은 당신의 취향과 의견을 보호해줄 견고한 성채입니다. 관심과 호감을 갈구하는 편향적이고 자극적인 도상들이 스크롤의 움직임과 함께 무한히 생성됩니다. 그것은 스마트폰 스크린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닙니다. 보정되고 왜곡된 화상들이 도처에서 더 나은 삶, 더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제공하고, 진위를 알 수 없는 이미지가 감각적 경험에 선행합니다. 이 ‘이세카이’ 속 현실은 과장되거나 축소되고 어떤 것은 더 선명하거나 더 흐릿하죠.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우리의 진짜 리얼리티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요. 어떤가요? 당신이 만들어낸 이세계는 [트라위 왕국]보다 아름다운가요? 전시장 곳곳에서 마주치는 빈틈과 허술함이 거슬리게 느껴졌다면 이번엔 당신의 세계를 들여다볼 차례에요. 깨어나세요, 용사여!


글 이아름

기획

UARTSPACE 유아트스페이스




■갤러리 소개

유아트스페이스는 현대미술 (Modern & Contemporary Art) 작가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개인전과 기획전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국내 활동 작가 소개를 지향하며, 주요 중진작가 뿐만 아니라 신진작가 전시지원을 통하여 신진작가들에게도 전시기회 제공 및 미술시장에 발돋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자체 기획전과 협력 전시, 교육프로그램과 아트딜러 프로그램 등 전시연계 및 전문인력 양성프로그램을 기획, 개최하여 현대미술(MODERN & CONTEMPORARY)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에도 힘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