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
스프링 피버 Spring Fever



■전시개요

전시명 : (국문) 스프링 피버 / (영문) Spring Fever

참여작가 : 김재현 Jaehyun Kim 《과초점(Hyperfocal Focus)》

                    박지호 Jiho Park 《덤프(Dump)》

                    최리아 Ria Choi 《레드 서킷 레디(Red Circuit Ready)》

전시기간 : 2026년 4월 2일(목) – 5월 16일(토)

출 품 작 : 회화, 조각, 설치, 미디어 등

관람 시간 : 월요일 – 토요일(일요일, 공휴일 휴관) 11:00 - 18:30

무료 관람
* 도슨트 투어와 자율관람은 모두 네이버 사전 예약으로 운영됩니다. 자세한 사항은 송은 웹사이트와 SNS를 참고해 주세요.
* 오픈 당일인 4월 2일에는 오후 3시부터 정상 관람 가능하며 정규 도슨트 투어를 운영하지 않습니다.

전시장소 : 송은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441)

주     최 : 재단법인 송은문화재단 / songeun.or.kr

후     원 : 재단법인 박서보재단(PARKSEOBO FOUNDATION)


 

■전시소개

스프링 피버는 송은미술대상 제정 25주년과 송은문화재단 신사옥 개관 5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작가 지원 프로그램으로, 2002-2020년까지 운영했던 송은 아트큐브 공모 형식을 가져와 신사옥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공모 프로그램이다. 개인전 개최 경력 2회 이하의 미술 작가를 대상으로 한 이번 공모에는 총 822명이 지원했으며, 포트폴리오 리뷰를 시작으로 개별 인터뷰와 스튜디오 방문 등 면밀한 심사 과정을 거쳐 최종 3인의 작가를 선발했다. 선정된 작가들에게는 송은 전시장 내 1개 층에서 개인전을 개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재단은 기획 자문을 비롯해 작품 운송, 설치, 홍보, 인쇄물 제작 등 전시 실현을 위한 전 과정을 지원하며, 이를 통해 젊은 작가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창작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특히 이번 프로그램은 젊은 창작자 발굴과 지원에 뜻을 같이하는 박서보재단과의 협력으로 그 의미를 더했다. 선정 작가 3인의 작품은 각 한 점씩 박서보재단 컬렉션에 소장될 예정이며, 이는 작업 세계가 심화되는 커리어 초기 단계의 작가들에게 실질적인 격려와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2층에서 개최되는 김재현의 개인전 《과초점》은 기술 장치를 통해 선명한 이미지 소비에 익숙해진 동시대 시지각 환경에서, 무뎌진 인간의 감각 능력을 회화적 행위로 회복하고자 한다. 작가는 모든 피사체가 선명하게 담기는 사진학 용어 ‘과초점’을 차용하지만, 이를 기계적 재현이 아닌 개별 요소들이 맺는 관계에 주목하는 ‘경험적인 감각’의 은유로 치환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거름망이나 보도블록의 격자무늬를 따라 분해되는 낙엽, 분수의 흐름에 따라 다르게 얼어붙은 인공 연못의 표면 등 도심 속에서 자연과 인공이 교차하는 찰나를 관찰하여 신작으로 선보인다. 재료의 특성을 활용한 시간성과 속도감의 대비 그리고 직육면체 프레임을 전시장 내 기둥 스케일로 확장한 설치 작업을 통해 관람객은 특정 장면을 다층적인 관계 속에서 목격하게 된다. 이는 선명한 시각 정보에 익숙해진 인간의 시선이 탈락시키고 있는 감각의 층위를 회화라는 물리적이고 신체적인 궤적으로 증폭시켜 안착시키는 과정이다.
 

 3층 최리아의 개인전 《레드 서킷 레디》는 구리색 종이라는 매체를 주축으로 우리 몸에 스며든 지배와 규율의 감각을 탐구한다. 작가는 어린 말을 경주마로 길들이는 원형마장의 ‘조마삭 훈련(lunging training)’에서 영감을 받아, 외부의 위험을 방어하는 동시에 내부의 운동 범위를 제한하는 ‘펜스’의 이중성에 주목한다. 전시장 곳곳에 배치된 펜스, 기둥, 채찍과 로프 등의 기물들은 단단한 금속을 흉내 내고 있으나 가볍고 취약한 종이의 속성을 동시에 드러내며 관람객의 감각을 교란한다.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꺾이는 통로와 압박감을 유발하는 높이의 <삼중 펜스>(2026) 등은 보호라는 명목하에 작동하는 권력의 강제성이 얼마나 임의적이고 허상적인지를 신체적으로 마주하게 한다. 관람객은 미로와 같은 벽면을 헤치며 종이라는 유연한 재료 위에 응축된 힘의 사이클을 경험하고, 익숙해진 순치(taming)의 감각을 환기하게 된다.
 

지하 2층에서 열리는 박지호 개인전 《덤프》는 통계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산출하는 미래 모델의 편향성과 제의적 성격을 조명한다. 전시는 1960년부터 2025년까지의 인구 데이터를 토대로 미래 구성을 시각화했던 전작 <2100년의 한국 인구 기상도 #1-4>(2025)에서 발견한 데이터의 불완전한 징후로부터 출발한다. 작가는 예측 모델이 중립적인 계산이 아닌 특정 가능성을 배제하며 편향된 미래를 구성하는 장치임을 암시하며, 신작 <밝은 미래>(2026)를 통해 10일 이후의 기상 데이터를 현재를 조직하는 변수로 호출한다. 또한 위기의 순간에만 확인되는 좌표를 은유한 <카노푸스>(2026)와 임시적 지지물인 <또 하나의 기둥(구름)>(2026)을 통해 시스템의 항상성이 실은 반복적인 수행 조건임을 드러낸다. 박지호는 알고리즘의 오류를 수정하기보다 이를 시스템의 새로운 작동 조건으로 수용하는 본인의 노동하는 신체를 개입시켜, 우리가 견고하다고 믿는 지표들의 임의성을 폭로하고 관계의 저장층으로서의 ‘덤프’를 구축한다.
 

김재현, 박지호, 최리아 작가는 각기 다른 밀도로 응축해온 사유와 실천을 토대로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각 전시는 세 명의 작가가 펼쳐 보일 예술적 여정의 시작을 확인하고, 이들이 그려 나갈 앞으로의 궤적을 차분히 조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전시와 더불어 송은의 로비와 야외 정원을 잇는 미디어월에서 공공 프로젝트인 Still/ Moving(2026)이 진행된다. 본 프로그램은 영상 스크린이자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으로서 ‘디지털 이미지가 건축을 지탱한다’는 역설적 구조를 탐구하는 송은의 장기 공공 프로젝트 ‘Not Your Ordinary Public Art’ 시리즈의 일환이다. 올해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노상호, 신정균, 안성석(가나다순) 3인의 작가가 참여하여 미디어월의 조형성과 건축적 정체성을 실험하는 영상 작업을 선보인다. 디지털 구조물과 자연이 조우하는 독특한 시각 환경을 배경으로 한 이번 프로젝트는 도산대로를 지나는 시민들에게 일상과 예술의 틈을 탐색하는 열린 플랫폼으로 기능하며, 전시 기간 외에도 도시 환경 속에서 유동적으로 작동하는 공공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주요작품

김재현, 초록과 노랑 사이의 빛(시리즈), 2022



박지호, 2100년의 한국인구 기상도 #1-4, 2025



최리아, 언덕, 2022-2025

 

■작가소개
김재현(b.1993)은 오늘의 감각과 기억이 내일도 발현될 것이라는 믿음을 기반으로 이미지를 기록한다. 무엇이든 쉽게 대체되고 끊임없이 보완되는 시대 속에서, 작가는 일상에서 신체가 반응하는 희소한 순간을 지속적으로 관찰하여 색채와 질감, 물성 등을 매개로 화면에 서서히 층위를 쌓아 올린다. 작가가 체득한 감각과 기억은 입체와 평면을 넘나드는 회화로 가시화되고, 잊고 있던 사물에 관한 감각을 환기한다.

박지호(b.1994)는 동시대 이미지의 생성과 순환을 규정짓는 기술적, 제도적 조건을 탐구하며 결론으로서 도출된 디지털 이미지가 사회적 시스템 속 개인이 지닌 리얼리티를 어떻게 표상하거나 소거하거는지 모색한다. 작가는 보이지 않는 기준과 판단 체계가 현실과 감각을 재편하는 작동 원리를 드러내기 위해 직접 알고리즘을 설계하거나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이미지를 재구성하는 방법을 택한다. 이러한 작업은 데이터와 신앙, 예측과 기억이 겹쳐지는 지점을 경유해 이미지의 가치와 미래에 대한 믿음이 구성되는 방식에 질문을 던진다.

최리아(b.1988)는 금속을 흉내 내는 종이를 세우고 잇는 반복적인 ‘만들기’를 통해 포착하기 어려운 힘의 구조를 은유한다. 원형 울타리에서 말이 서서히 적응하는 순치의 장면에서 출발한 작가의 펜스 연작은 공간의 경계와 비가시화된 권력 구조가 개인의 움직임을 어떻게 통제하고 조직하는지 사유한다. 단단함을 모방하지만 쉽게 흔들리고 꺾이는 구조 속에서 최리아의 작업은 고정된 대상을 조각적으로 규정짓기보다 관계와 힘이 잠정적으로 드러나는 상태로서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