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현
<숨겨진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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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일정 : 2021.05.28() ~ 2021.06.27()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하여 전시장은 금토일 에만 운영합니다.)
전시장소 : 피아츠 Fiarts (서울시 청담동 20-12, 201)
관람시간 : 금요일-일요일, 1-6:30PM
전시문의 : 02- 3440 0440 / instagram- f.i.arts

주 최 : 피아츠
관 람 료 : 무료

작가노트
화면 안을 완성하기 위해 조각을 활용한다
.

하나의 조각은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수많은 조각들이 유기적으로 어울리면 다양한 형과 색을 만들어 낸다. 크고 작은 조각들이 모여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내는 것은 마치, 일상의 조각이 모여 지금의 내가 만들어진 것과 같다. 그래서, 작은 조각들을 모아 하나의 숲을 만들어내는 작업에는 다양한 오늘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꼰대를 만나거나, 열심히 일해 월급을 타거나, 친구들과 모여 수다를 떠는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다. 이렇게 모인 조각들이 나를 만든다. 어렷을 적 추억, 부모와의 관계, 가정 환경, 주변 친구들, 학교생활들이 오늘의 내가 된 것이다. 지난 시간을 생각해 보면, 우리는 수많은 일상들을 그저 스쳐 보낸다. 하지만 어릴 적 친구들을 만나면 다시 그때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고 예전의 기억들이 자연스레 소환되듯이, 우리는 대체로 잊고 지낼 뿐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을 아예 잃어버리진 않는다. 일상의 조각들이 차곡차곡 쌓여, 나라는 숲을 이뤄간다. 그래서, 지난날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듯 다르다.

작업을 하면서 만들어지는 수많은 조각들 중 쓸모없는 것은 없다. 우리가 사회에서 각자의 빛으로 내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모두가 각자의 역할과 모양, 색을 내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처럼, 각각의 조각들 또한 캔버스를 채우며 화면의 색과 형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일상은 말 그대로 먹고, 자고, 일어나서 씻는 등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이다. 하지만 일상은 같은 듯 늘 새롭다. 때론 극적인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어제까지 내 친구였던 존재가 오늘 갑자기 싸늘한 유기물이 되어 나를 떠나기도 하는 것이다. 다가올 내일에 어떤 일이 생길지 알 길 없는 우리는, 일상의 조각들이 만들어낸 숲속에서 헤메이듯 살아간다.

그래서, 크고 작은 일상의 조각들을 그리다보면 그것들이 모여 어느새 나름의 <>을 이룬다. 내가 표현하는 <바다숲>, <곤충숲>, <열매숲>등은 우리가 살아가는 다양한 환경을 표현한다. 그 숲은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들로 이루어져있다. 화면 한가득 채운 바다와 물고기들, 나무가 채워진 숲, 열매 곳곳에 숨겨진 곤충 등 친숙한 오브제를 통해 직관적인 이미지를 만든다.

내가 어렸을 때 유치원에서 그렸던 바다는 누구나 떠올릴 친숙한 장면들이었다. 주변 친구들과 비슷한 모습이다. 그때 그 풍경은 지금 표현하고자 하는 바다 숲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친숙하고 보편적인 이미지 안에, 무엇인가를 숨겨놓는다. 익숙하고 당연했던 풍경 속에 무언가를 숨겨놓음으로 어디까지 알아채고 얼마나 새로움을 느낄 수 있을지를 관람자에게 맡겨두는 것이다. 작품 안에서 무엇을 알아채고 어디까지 찾아낼지는 순전히 관람자의 선택이다. 나는 그저 최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익숙한 풍경 안에 숨겨 놓을 뿐이다.

숲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사회와도 많이 닮아 있다. 그 안에 숨겨진 수많은 곤충과 식물, 동물들은 때론 우리가 아무리 자세히 봐도 놓칠 수 있는 일상의 사소함을 대변하고 때론 숲 속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열매를 먹는 다양한 곤충들은 열심히 일하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고, 화면 한가득 움직이는 바다 속 물고기들은 우리의 바쁜 출근길과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