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타칼럼]변화하는 가족의 얼굴
[우먼타임즈 2007-05-12]
변화순
한국여성개발원
여성정책전략센터장
거리에 붙어 있는 가족 관련 행사 포스터를 보면 조부모와 부부, 자녀까지 3세대가 함께 사는 전통적 의미의 가족사진이 대부분이다. 가족이라고 하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부모와 자식으로 구성된 이미지를 떠올린다. 최근 한부모 가족, 사실혼 가족, 단독가구, 결혼이민자 가족, 기러기 가족 등 다양한 가족 형태가 출현하고 있지만, 이러한 변화한 가족의 이미지를 드러내는 노력은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가족의 가치에서 중요한 것은 형태야 어떠하든 가족 구성원들이 행복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것인데, 이런 느낌을 실체로 형상화할 수 없다는 것이 커다란 한계로 보인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가족의 모습에서 우리는 그 변화의 근본적인 의미가 무엇인지를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가족은 가정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남성 가장이 소득을 책임지고 여성은 집안일을 돌보는 전형적 성역할 규범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 제기와 더불어 새로운 형태의 가족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현대 여성들은 지금까지 여성의 일로 간주되었던 집안일, 보살핌 노동, 수동적 의미의 성성, 재생산권, 무보수 노동, 그리고 권력에 대해 남성들과 함께 하기를 원하고 있다. 남성 지배적인 체제를 유지하는 이념과 관행은 와해되고 연령, 인종, 계급 혹은 성적 관심에 대한 성향 등에서 차이를 인정하는 새로운 관념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여성들은 가정에서의 역할보다는 자신의 삶을 찾아서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소득과 고용 불안정, 양육·교육비 부담, 개인 중심의 가치관, 여성의 취업 증가 등으로 인해 결혼과 출산 기피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일시적으로 출산율이 증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2006년의 쌍춘년 결혼 특수와 2007년도의 이른바 ‘황금돼지해’ 효과일 수도 있어 장기적인 추이를 살펴보아야 한다.
여성들의 반란은 그 자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남성들에게는 피해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가족문제가 된다. 왜 여성들은 반란을 일으키는가? 이 변화의 원인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 주요 원인은 핵가족화와 여성의 취업 증가, 고령화 추세에 따라 가정에서의 돌봄 기능에 공백이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념적으로는 여전히 여자의 일로 간주됨으로써 여성들이 갈등을 느끼는 현상에서 찾을 수 있다. 젊은 여성들은 자녀 양육이나 부모 부양을 위해 직장에서 가정으로 사라지는 선배 혹은 동료들을 보면서 혼인 거부 현상을 보인다. 게다가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지 않아서 노인에 대한 가족 돌봄 체계의 불안정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반면 개인의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행복한 삶과 가족에 대한 기대는 상승하고 행복의 조건으로 화목한 가정에 대한 기대가 높다. 그러나 전통적 성역할 의식의 지체와 세대 간 부양의식은 약화되었다. 가족은 외형상 양성 평등한 부부 중심, 소가족화로 빠르게 변화하는 반면, 여전히 가부장적 가치관이 유지되는 지체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최근 우리 주변에서 민주적이고 평등한 부부의 모습을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남성들이 전통적 사고방식을 고수하고자 하고 자녀나 부인의 입장에서는 친밀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아버지 혹은 배우자를 원하는데 그 방법을 잘 몰라서 갈등을 겪고 있다.
가족의 이미지를 형상화할 때 외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한부모 가족의 삶, 아버지와 자녀의 친밀한 관계, 결혼이민자 가족이 공동체와 어우러지는 모습, 독신가구가 이웃과 함께하는 모습 등을 적극적으로 담아내고, 이것이 새로운 가족문화라는 점을 홍보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입력시간 : 2007-05-12 [31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