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세계 여성의 생생한 삶 한자리에


미디어극장 ‘아이공’개관기획전
여성감독‘트린 T 민하’다큐 상영

[우먼타임즈 2007-05-12]


사진 문화일보 DB
“다큐멘터리의 본질은 어떤 곳에서나 존재하는 힘의 구조와 논리를 탐구하는 것이다.”
페미니스트 영화감독이자 교수, 작가로 유명한 트린 T 민하(Trinh T Minh-ha) 감독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문화운동단체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ww w.igong.org)이 오랜 기간 준비를 마치고 5월 11일 미디어극장 ‘아이공’을 개관하면서, 첫 기획전으로 그녀의 작품들을 상영하기로 한 것.
1952년 베트남계 미국인으로 태어난 트린 민하는 1970년대에 미국으로 건너가 방송계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바디상, 독립영화인에게 주는 최고의 상 중 하나인 마야 데렌상 등 을 수상한 유명한 다큐멘터리 감독. 현재 캘리포니아대학 여성학과, 샌프란시스코주립대 영화학과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번에 선보이는 그녀의 영화는 총 8작품. 데뷔작인 ‘재집합’(1982)부터 대표작인 ‘그녀 이름은 베트남’(1989), 최근 작품인 ‘밤의 여로’(2004)까지 베트남의 문화와 예술, 여성의 정체성 등의 주제를 천착해 온 그의 연구 과정을 차례대로 만날 수 있다.
트린 민하 감독은 지난 2004년 시작된 제1회 ‘EBS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EIDF)’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그의 다큐멘터리관은 ‘사실’에 강조점이 찍혀 있다. 작가가 어떤 메시지를 담든 간에 관객은 뚜렷한 사실만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그의 생각. 그래서 그는 너무 많은 메시지를 담으려고 하기보다, 관객들이 생각할 공간을 주는 것이 다큐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한다.
아이공 관계자는 “트린 민하의 작품을 통해 억압과 착취 구조에 놓여 있는 제3세계 여성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고민해보고자 한다”며 “이번 기획전은 트린 민하의 대표작을 비롯해 국내에서 상영되지 않았던 작품도 상영되므로 국내 관객들에게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5월 11일 개관하는 미디어극장 ‘아이공’은 실험적인 영상·미디어를 상영, 전시하는 대안 문화공간이다. 여성, 소수자 시각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영상물을 소개하며 매달 정기 기획 상영전, 전시를 통해 관객과 함께 호흡할 계획이다. 상영/전시실, 세미나실, 감상실, 아카이브실로 꾸며져 있으며 지역단체, 학교, 동호회 등의 커뮤니케이션 장으로도 활용된다.
트린 민하 감독 기획전 5월 17~30일. 문의 02-337-2870, igong@igong.org
트린 민하 감독 홈페이지 www.trinhminh-ha.com



채혜원 기자 chw@iwomantimes.com



주요상영작 안내

●리아쌍블라쥬(Reassemblage, 1982)
세네갈의 한 마을에 사는 여성들의 삶을 묘사하고 있는 이 작품에는 트린 민하의 관심사인 여성의 지위, 아시아 문화에 대한 탐색 등이 담겨 있다. 트린 민하의 데뷔작으로 다큐멘터리의 고전이라 할 수 있다.

●그녀 이름은 베트남(Surname Viet, Given Name Nam, 1989)
트린 민하의 대표작으로 다섯 명의 베트남 여성을 인터뷰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베트남과 미국에 거주하는 베트남 여성을 카메라에 담아 전쟁 이후에도 남아있는 전근대성을 비판하는 실험적인 다큐멘터리.

●사랑의 동화(A Tale of Love, 1995)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기 위해 누드모델을 하는 베트남 이민자이자 프리랜서 작가인 주인공이 베트남 신화를 통해 삶의 의미를 해석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 1996년 선댄스영화제 촬영상을 받았다.

●밤의 여로(Night Passage, 2004)
우정과 죽음에 관한 영화. 홀로 병든 아버지를 간호하는 카이라는 밤기차를 타고 현실을 떠나 친구 나비, 작은 소년 쉰과 함께 여행을 시작한다. 미야자와 겐지의 아동용 공상과학소설 ‘은하철도의 밤’에 헌정하며 만든 작품.



입력시간 : 2007-05-12 [31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