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여성은 성녀? 출산장려 조형물 논란

[일다 2007-05-22 04:57]



서울시내 한 동사무소 앞에 “출산장려”라는 이름의 임신부 형상의 조형물이 설치돼, 여성을 “아이 낳는 도구”로 표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문제의 조형물이 설치된 곳은 도봉구 방학3동사무소 앞. 임신부가 부른 배를 쓰다듬고 있는 모습의 조형물 아래에는 “출산장려”라고 크게 적혀있다. “성스러운 그대의 모습은 온 겨레의 소망이요~”라는 문구도 보인다.


서울동북여성민우회에 따르면, 이 조형물은 최근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저출산의 심각성을 깨우기 위한 출산장려운동의 일환으로” 설치한 것이라고 한다. 서울동북여성민우회 측은 이 조형물이 “여성들은 아이를 낳아야만 성스럽거나, 심지어 여성을 아이 낳는 도구로서 표현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단체는 21일 방학3동장과 주민자치위원에게 항의서를 보내고, 조형물을 공공장소에서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출산장려 동상이 여성의 몸을 아이 낳는 도구로 규정할 뿐 아니라, 아이를 낳을 수 없거나 낳지 않는 여성들을 소외시키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항의서의 내용에는 조형물을 만드는데 들이는 비용으로 저소득층 아이들의 육아와 보육을 지원하는데 썼어야 했다는 지적도 포함되어 있다. 서울동북여성민우회는 또한 이것이 단순히 개별 지역의 주민자치위원 몇몇의 잘못된 사고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집행되고 있는 정부의 저출산 정책의 문제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서울동북여성민우회는 동장과 주민자치위원들에게 저출산 관련 정책을 집행하는데 있어서 “주민들과의 소통 과정을 거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출산장려 동상 논란을 계기로 “저출산 정책의 문제점을 시민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공론의 장”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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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저널 일다 김유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