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많던 여직원 40대부터 사라진다… 은행은 여풍 무풍지대 ?

[헤럴드 생생뉴스 2007-05-22 10:41]


‘그 많던 여직원은 40대부터 사라진다?’ 전 세계 일터에서 거센 여풍이 불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도 여풍의 무풍지대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22일 바른사회시민회의 월례토론회에서 김영옥 한국여성개발원 인적자원연구실장은 ‘민간 부문의 여성 인력 활용’이라는 보고서에서 “국내 은행의 여성 인력을 보면 30대에는 여성이 남성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지만 40대에서 급속히 감소하며 여성의 상위직 이동은 여전히 방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2007년 4월 현재 국내 은행에 근무하는 1만4000여명의 여성 인력을 대상으로 그 활용 실태를 진단한 자료를 분석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은행 임직원의 남녀 구성비는 30대(30~39세)에서는 여성이 51.7%를 차지했지만, 40대에서는 13.9%로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속연수별로는 ‘6년에서 10년차’에는 여성 직원이 40.5%를 차지하지만, 11년차 이상의 장기 근속자 중 여성의 비율은 23.9%로 줄어들었다.

또 직급 면에서도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여성의 감소세는 두드러졌다.

전체 은행 직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42.5%에 달하지만 직급별로 보면 과장급 이상에서 여성의 비율은 29.7%였으며, 다시 차장은 7.4%, 부부장급은 5.2%, 소속장급 3.6% 등으로 줄어들었으며 임원의 경우 0%였다.

또 남성 은행원의 경우 근속연수가 11년 이상인 경우 66.2%(4099명)가 차장급 이상의 직급이었지만 같은 연차의 여성은 이 비율이 13.0%에 그쳤다.

담당업무에서도 여성들은 개인영업, 영업 기획 및 지원, 개인여신심사 등 일반적 업무가 대부분이었고 외자 조달이나 유가증권, 주식 운용 등 특수 전문 분야에는 한 명도 근무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심각한 불균형 현상을 보였다.

이에 대해 김영옥 실장은 “이는 여성의 상위 직급 이동이 방해받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면서 “경력 단절, 기업 내 유리 천장, 상위 관리자로서의 자격 미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이런 현상에 대해 여성들은 ‘차별이 여전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관리직에 근무하는 여성 직원에 대한 면접조사에서 급여 체계나 복리후생은 많이 평등해졌지만 업무 배치나 승진에서의 차별은 여전하다는 답변이 많았다.

이에 대해 은행원 최모(여ㆍ30) 씨는 “아직도 내점 고객이 남성을 선호하는 문화적 한계가 있다”고 비판하면서 “여성 스스로 결혼하면 그만두겠다는 어중간한 심리를 갖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거시지표를 통해 본 한국의 여성 인력 활용 성적 역시 신통치 않았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국민소득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상승하는 동안 통상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이 10%포인트 이상 증가했지만 한국은 96년 이후 2006년까지 단 1.3%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임진택 기자(tae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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