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아내보다 커야 한다는 건 고정관념… 눈총 막아낼 방탄복은 자신감”

문화일보 | 기사입력 2007-05-29 15:34



‘빅우먼 패션쇼’를 앞두고 28일 서울 홍대앞의 한 카페에 모인 각계 인사와 빅사이즈 모델들이 밝은 미소를 짓고 있다. 왼쪽부터 강경희 한국여성재단 사무총장, 안혜경 여성문화예술기획 대표, 박찬숙 농구감독, 모델 유효정씨, 이해영 영화감독, 여성학자 오한숙희씨, 가


“남녀노소 모두를 힘들게 하는 외모지상주의, 이대로는 안됩니다. ‘얼짱·몸짱’이라는 획일적인 미의 기준, 날씬하고 어려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돈만 중요한 병든 사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가수 양희은씨, 마카오 동아시아게임 여자농구팀의 박찬숙 감독,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의 이해영 감독, 여성학자 오한숙희씨 등 자칭타칭 ‘빅 사이즈’ 인사들이 28일 서울 홍익대앞 한 카페에 모여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는 이색 토크쇼를 열었다. 오는 6월8일 서울패션아트홀에서 ‘빅 우먼 패션쇼’를 여는 여성문화예술기획이 ‘쾌도난담-이 시대의 통 큰 사람들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마련한 행사였다.


“뚱뚱한 여성들은 거리에 나가면 ‘암살’을 당하기 때문에 맘대로 못돌아다닌다고 합니다. 수많은 눈총에 저격을 당한다고 하네요. 얼마나 눈총을 많이 받는지 전신에 벌집같이 구멍이 난다고 합니다.” 사회를 맡은 오한숙희씨의 너스레에 대화의 물꼬가 터졌다.


박찬숙 감독은 “눈총을 막아낼 수 있는 방탄복은 자신감일 것”이라며 “키가 크거나 살찐 여자들은 어깨가 처지고 등을 구부리고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늘 당당하라고 격려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키가 커서인지 남편은 나보다 커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었다”며 “남편이 아내보다 키가 커야 한다는 것도 고정관념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양희은씨는 “데뷔할 때부터 몸무게가 70㎏이었고 옷도 투엑스라지(XXL)를 사입지만 노래하려면 울림통이 좋아야 하기 때문에 몸집이 크다고 스트레스 안받는다”며 “가수는 노래를 잘하면 되고 자기 일을 잘하면 아름다운 것이지 그외의 것으로 부담을 주는 사회는 병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해영 감독은 “외모지상주의 때문에 나를 비롯해 많은 남성들도 괴로워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미의 기준이 존재하는 사회가 돼야 하며 예뻐보이려 하지 않는 것이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외모지상주의에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여성으로 선발돼 ‘빅우먼 패션쇼’ 무대에 서게 되는 큰 체구의 패션모델 강경미·유효정씨도 함께했다.


사회복지사이자 스포츠댄스 강사인 강경미씨는 “단지 뚱뚱하다는 이유로 길 가다 얻어맞은 적도 있었고 살찐 사람은 게으르고 자기관리를 못하는 사람이라는 편견에 상처받기도 했다”며 “세상 사람들이 단지 몇㎝의 지방과 외모로 사람을 평가할 순 없다는 걸 깨닫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빅우먼 패션쇼의 오디션에 참가하면서 빅 사이즈 의류 전문 모델로 직업도 아예 바꾸게 됐다는 유효정씨도 “내면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희정기자 nivo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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