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면수심 남성들 전원 명단 공개하라”
납치 당한 광주 여중생…6개월간 800여건 성매매 ‘충격’
교수·약사·의사등 사회지도층 수두룩…시민들“살인보다 더한 일”분노
[우먼타임즈 2007-06-09]
“지금 납치돼 있다”는 여중생의 애원에도 아랑곳없이 성매매를 한 800명의 인면수심 남성들에 대해 사회적 비난 여론이 뜨겁다. 더불어 청소년 성매매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법 시행 의지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6월 4일 여중생에게 성매매를 강요한 혐의로 20대 남녀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간 피해 여중생을 광주시내 한 모텔에 감금하고 채팅 등을 통해 만난 남성 800여명을 상대로 하루 3~5차례씩 성매매를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 알선자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통해 성 매수자 800명의 명단을 확보했고 피해자의 사진 확인 작업까지 거쳤다”고 밝혔다. 특히 경찰이 이미 불구속 입건한 성 매수자 40여명 가운데에는 교수, 약사, 의사, 법조인, 공무원 등 사회 지도층 인사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사회적으로 이들의 명단 공개 요청이 빗발치고 있지만 경찰청은 조사가 마무리된 다음에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국가청소년위원회의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신상공개 제도에 따라 오는 11월경 이들의 명단이 공개될 것이라는 일부 보도가 있었지만 이 또한 어려울 전망이다.
청소년위원회는 법원에서 성범죄자의 형이 확정된 뒤 검찰로부터 신상공개 대상자의 정보를 넘겨받아 1년에 2차례 이름, 생년월일, 주소, 직업 등을 인터넷과 관보 등에 게재하고 있다. 지난 5월에 이어 11월에 한 차례 더 신상공개를 할 예정이지만, 이번 사건 관련자들이 항소나 상고를 할 경우 법원의 형 확정이 지연되는 만큼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청소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늦어질 경우 내년 하반기께나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사라지고 난 뒤인 셈이다.
피해자와 같은 중학생 딸이 있다는 한 중년 여성은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범인들은 살인보다 더 끔찍한 방법으로 한 아이의 영혼을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며 “성매매를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도록 엄벌로 다스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매매방지특별법 제정으로 성매매 알선자는 물론 성구매자도 처벌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 수위는 여전히 미약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가족부나 청소년위원회는 청소년 성매매 범죄자 처벌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자료도 갖추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처벌 문제는 법원 관할이라는 주장이다.
청소년위원회가 2004년 7월부터 2007년 5월까지 신상을 공개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 성추행 등 성범죄자 8122명 가운데 성매수, 성매매 알선자는 각각 4445명, 342명으로 전체의 절반을 웃돌았다. 하지만 이들 부처는 성매매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 통계는 따로 분류하지 않았다. 전체 아동·청소년 성범죄자의 약 80%가 벌금(39.8%)이나 집행유예(39.4%)에 그쳤다는 내용으로 성매매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 수위가 미약함을 추론할 수 있는 정도다.
법원 역시 성매매방지특별법 위반 범죄자에 대한 처벌 통계만 제시할 뿐 아동·청소년 성매매 범죄자에 대한 통계는 갖고 있지 않았다. 법원이 청소년 성매매에 대한 감수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하지만 법원은 정부 부처가 아니어서 관여하기 어렵다는 게 관계 부처의 토로다. 정부 관계자는 “법은 이미 강화돼 있고 청소년 성매매 문제는 사회적 합의도 이뤄져 있는 상태”라며 “도덕적 불감증이 큰 게 문제인데 국민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여성의전화를 비롯한 여성단체들은 “피해 여중생이 6개월에 걸쳐 1000건의 성매매를 할 동안 한 번도 신고나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지역사회의 도덕적 불감증과 함께 정부부처의 법 시행 의지를 따져 물었다. 이들은 “국가청소년위원회, 법무부, 여성가족부, 지자체 등 정부는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진,·김선희 기자
입력시간 : 2007-06-09 [32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