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아이만 키운다? 여자가 회사도 키운다

조선일보 | 기사입력 2007-06-20 03:25




대표적인 여성 친화기업

출산과 결혼 후에도 복직해서 남자 동기들과 정정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곳. 육아(育兒)를 장려하는 분위기라서 애때문에 마음 졸이지 않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곳. 여성구직자와 취업전문가들이 꼽는 여성친화기업의 조건이다. 어디가 그런 곳인지 알아봤다.


육아는 기업이 해결해야… 아시아나 항공

아시아나 항공은 전체 직원의 절반이 넘는 55%가 여성인 대표적인 여초(女超) 기업이다. 무엇보다 최근 수년간 대리급 이상 여성진출이 활발하다. 대리급 1824명중 여성이 1250명이고, 과장급은 1500명 중 여성이 398명이다. 아직 부장급 이상 고위관리자 여성 비율은 낮은 편이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여성 임원도 1명 탄생했고, 자연스럽게 여성고위관리자 비율도 올라가리란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기혼여성 비율이 높다. 기혼여성은 1670명으로 전체 여직원 중 44%를 차지하고 있다. 결혼을 했다고 승진차별을 두지 않을 뿐 아니라 모성보호제도가 잘 돼 있기 때문이다. 임신한 여직원들은 본인 의사에 따라 육체적 노동 강도가 낮은 근무로 전환할 수도 있다. 승무원들은 복직 후 반 년 정도는 단거리 비행 위주로 일할 수 있도록 회사에서 배려한다.

아시아나 항공이 대표적인 여성친화기업으로 성장한 데는 박찬법 부회장의 확고한 뜻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박 부회장은 “여성들은 취업이 보장돼도 육아 때문에 본인이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 경제활동에 걸림이 되는 육아문제는 대기업이나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말해왔다.



어머니회 활동도 보장…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공사는 정부투자기관 중 대표적인 여성친화기업으로 꼽힌다. 입사때 학력·연령·성별·혼인 여부 등을 제한하지 않고 뽑는다. 최근 3년간 신규 채용 인력 중 여성비율이 43.3%나 된다. 정부투자기관 중 가장 높다.

이곳에 다니는 여성들은 남성 직원들에 비해 퇴직율이 더 낮다. 대부분 혼인 출산 등을 이유로 퇴직을 강요 당하는 기업들과는 천양지차다. 산전 산후 90일 유급휴가를 주고, 산모에게 하루 2회 이상 수유시간을 허용하고 있다. 최근 2년간 산전 산후 휴가 사용자 81명이 모두 업무에 복귀했다. 팀장급 이상 관리직 여성 비율은 6.6%에 그치고 있으나 정부투자기관 평균 1.7%에 비해선 훨씬 높다. 지난해 말부터는 반일 휴가제도를 도입, 자녀학교급식당번, 어머니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여성소비자 잡으려면 여성인재가 최고… 화장품·유통업체

화장품 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3월 수원공장 일대에 근무하는 직원의 자녀 양육을 위해 수원 어린이집을 개원했다. 서울 한강로와 용인 상갈에 이어 세 번째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고객 대부분이 여성이다 보니 여성인재 육성이 회사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판단해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랜드그룹의 여성인력 비율은 전체 인원 1만2568명 가운데 7219명으로 57%다. 과장급이상 관리자도 40%를 차지하고 있다. 2002년 말에는 과장급 이상 비율이 23%에 그쳤었다. 이런 평판에 힘입어 매년 여성 구직자가 몰리면서 지난해 신규입사자 가운데 여성이 49%를 기록했다. 각 사업장마다 모유착유기와 소파, 냉장보관시설이 갖춰진 ‘모유착유실’을 마련해 놓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인 신세계도 여성인력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대졸 신입사원 여성인력 비율을 보면 2003년 28%, 2004년 32%, 2005년 43%, 2006년 46%로 증가추세다.







[호경업 기자 ho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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