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여성건강에 마냥 좋다고?
뉴시스 | 기사입력 2007-07-24 08:01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최근 결혼하지 않는 여성인구가 늘고 있는 가운데 미혼과 기혼 당사자의 건강을 비교하는 연구결과들이 화제다.
한쪽에서는 혼자 사는 것보다 결혼하는 것이 건강에 유익하다 외치는 반면, 건강과 결혼은 직접적인 상관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는 결혼 자체보다는 그로 인한 출산 등이 변수가 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 결혼,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
서울 강남의 중견 벤처기업 과장으로 있는 한미선씨(35,가명). 그녀는 일에 매달려 살다 30대 중반 현재 건강에 빨간 등이 켜진 케이스다.
얼마 전부터 심한 허리통증 때문에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진단은 한번 발병 후 쉽게 치료가 힘들다는 디스크.
한씨는 "오랜 시간 늦게까지 안 좋은 자세로 일해서 그런 것 같다"며 "초반에 아플 때도 바빠서 그냥 넘어가다가 일이 커진 것 같다"고 평소 자신을 돌아보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눈치다.
한씨같은 솔로들은 자신들의 건강은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다. 때문에 평소 관리에 소홀하면 그 틈을 타 많은 질병에 노출되기 십상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불규칙한 생활과 정신적 외로움, 혹은 고립감은 여러 질환은 야기한다. 독신자들의 가장 큰 적은 외로움이며, 이를 통해 우울증, 조울증 등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작용해 신체적 이상까지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한 기존에는 결혼한 여성이 우울증 정도가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된 데 반해 최근, 이런 사례에 반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지난해 미 오하이오주립대학의 아드리안 프레치 박사팀이 55세 이하의 3066명을 대상으로 5년간 진행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독신으로 남았던 사람에 비해 5년 내 결혼한 사람이 우울증 지수가 3.5 포인트 가량 낮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우울증의 주된 증상이 고독감과 사회적 관계 부족임을 감안해 볼 때, 결혼이 심리적 안정과 지지를 줘 우울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일부 거식증을 가진 여성들이 결혼이나 동거를 통해 개선된다는 결과도 있다.
지난해 발표된 노르웨이 대학 연구팀이 5년 이상 자국의 10대 2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거식증의 '먹고 토하는 증상'이 환자들의 남자친구나 남편과 같이 사는 순간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결혼이나 동거가 직접적 치료법은 아니지만 거식증에 영향을 주는 사회적 인자를 이해하는 요인으로 설명했다. 따라서 식사와 관련된 질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앞선 사례들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특히 결혼 후 이어지는 출산은 여성에게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산후 비만, 우울증 등을 야기할 수 있으며 육아로 인한 스트레스 역시 만만찮다.
더군다나 요즘 같은 골드미스들의 등장은 만혼과 더불어 늦은 출산으로 인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정부는, 만혼 고령임신이 불임 증가로 이어져 전체적인 출산수준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도 해석한바 있다.
물론 결혼과 출산을 전제로 꼭 나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모유수유를 한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유방암 발병률이 더 낮게 나타난다는 보고는 익히 알려졌다. 실제로 모유수유 경험이 없는 수녀나 불임 여성에게서 유방암 발병률이 높은 편이다.
순천향대병원 산부인과 이임순 교수는 "임신기간 동안은 생리를 하지 않으므로 그로 인해 자궁내막증 발병이 감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일부에서는 평소 여성이 남성과 성관계를 하지 않으면 양기가 부족해 생리통이나 그 밖의 여성질환이 더 심해진다는 얘기가 있다. 따라서 결혼을 하고 남성호르몬을 만나야 여성건강에 좋다는 것.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속설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이임순 교수는 "전혀 근거 없는 말이다"라고 일축했다.
이 교수는 "앞서 밝힌 외에 결혼과 여성건강을 직접적으로 연관 지을 만한 산부인과적 질환은 찾기 힘들다"고 전했다.
실제로 결혼을 하지 않는 수녀들이 수유와 연관된 유방암 발병외에 여타 여성질환 발병률에 있어 특이할 만한 사항이 보고되지 않는 것도 단적인 예라는 것이 전문가들 입장이다.
이유명기자 jlove@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