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튼 발로 뛰어 미국인 10만명 지지서명 받아내
[조선일보 2007-08-13]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통과 주역 서옥자 워싱턴 정신대대책위원장 방한
“日정부 공식 사과할때까지 세미나등 활동 계속 할 것”
미국 하원이 일본군 ‘성노예’(위안부)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던 지난달 30일, 서옥자 워싱턴 바이블 칼리지 교수는 종일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만감이 교차했어요. 부르튼 발을 소금물에 담가 가며 미국인들 지지 서명 받으러 다닌 일이며, 의원들 찾아가 읍소하던 기억이 떠올라서요. 뭣보다 나눔의 집 할머니들이 기뻐하실 일을 생각하니 눈물이 줄줄 나왔습니다.”
워싱턴 정신대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서 교수는 김동석 뉴욕한인유권자센터 소장 등과 함께 위안부 결의안이 미 의회를 통과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2001년부터 위원장을 맡아 한인사회의 힘을 보여준 그가 지난주 서울에 왔다. 12일엔 경기도 퇴촌 나눔의 집을 찾아 ‘미국 결의안 발의부터 통과까지’를 주제로 강연한 뒤 할머니들과 함께 ‘아리랑’을 부르며 자축 행사를 가졌다.
서 교수는 2월 15일 미 하원 외교위원회 아태환경소위원회에서 열린 ‘위안부 청문회’가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문회 들어가기 전 대기실에서 결의안을 주도한 마이크 혼다(Honda) 의원과 에니 팔레오마배가(Faleomavaega) 의원을 만났는데, 입심 좋고 넉살 좋으신 이용수 할머니께서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드시더니 ‘사랑해요~고마워요~’라고 해서 웃음이 터졌지요. 청문회장에서도 발언 시간 5분을 넘겨 1시간 이상씩 역사의 진실을 털어놓으신 뒤 또 한 번 ‘하트 인사’를 해 객석이 울음바다가 되었다가 웃음바다가 되느라 정신을 못 차렸습니다.”
레인 에번스(Evans) 전 민주당 의원 등이 미 의회에 두 차례나 위안부 결의안을 발의했지만 지난해 12월 두 번째 폐기됐을 땐 정말 암담했단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에번스 의원마저 정계를 은퇴한 마당이라 이러다 영원히 잊히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일본 로비스트들의 공세도 엄청났고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에번스 전 의원의 ‘결의안 횃불’을 이어받기로 선포한 마이크 혼다 의원이 올 1월 다시 위안부 결의안을 의회에 제출한 것을 계기로 서 교수와 정대위는 뉴욕팀과 워싱턴팀, LA팀으로 나눠 미국 국민들과 의원들을 집중 공략했다.
“의원들은 자기 지역 유권자들을 제일 무서워하니까요. 미국인 10만 명의 사인을 받아내느라 입이 다 헐었습니다.(웃음)”
위안부 문제가 한·일 양국이 아닌 국제 인권 문제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한 것도 이때부터다. 2월 청문회에 한국 할머니들뿐 아니라 네덜란드의 얀 루프 오헤른 할머니를 참여시킨 것도 그 때문. 결국 6월 26일 ‘39대2’라는 압도적인 표 차로 위안부 결의안이 외교위원회를 통과했고, 7월 30일 만장일치로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물론 이게 끝이 아니다. “일본 정부가 공식 사과하도록 끝까지 투쟁해야죠. 미국 내 70개 대학을 돌며 위안부 문제 관련 세미나를 해온 것도 계속 이어갈 겁니다. 역사의 진실을 젊은 세대들이 알아야 하니까요.”
고마운 사람들이 많지만 서 교수에겐 미 의회에 위안부 문제를 처음 이슈화한 에번스 전 의원이 가장 각별하다. 2000년 위안부 문제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오랜 친구이자 연인이다.